생각의 편린들

외신이 전하는 잇단 경고 '한국 민주주의 훼손'

새 날 2014. 10. 1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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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때때로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해 관심을 갖거나 몹시 궁금할 때가 있다.  이럴 경우 나에 대해 솔직하게 평을 해주는 사람이 곁에 존재한다면 이처럼 고마운 일도 드물 테다.  비단 개인에 국한된 얘기일까?  가끔 우리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관심을 보여오는 외국 언론들 때문에 우린 쓸 데 없는 오지랖이라며, 이를 부담스러워 하거나 혹은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우리에 대한 오지랖이 지나치게 넓다고 하여 상대방이 굳이 욕을 얻어먹을 만한 사안은 분명 아니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며 시시콜콜한 사안까지 미주알고주알 따지고 드는 꼴이 아주 가끔 얄미울 경우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반대로 생각해 본다면, 우리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는 건 그만큼 우리의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거니와 다른 한편으론 인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척도라 여겨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들 외신이 우리 스스로는 절대로 바라볼 수 없는 측면을 예리할 정도로 콕 집어내는 경우도 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한 번 생각해 보라.  내가 바라보지 못하는 안 좋은 측면을 제3자가 지적해줌으로써 이를 고칠 수만 있다면, 내겐 그만큼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셈 아니겠는가.  국가 또한 마찬가지일 테다. 



산케이 신문의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의혹 관련 기사로 인해 가토 전 지국장이 우리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고, 이후 대통령에 대한 모독을 막겠다며 벌어진 온라인상에서의 사이버 검열과 뒤이은 사이버 망명 사태가 국내에서의 커다란 논란을 넘어 어느덧 세계 각국의 유수 언론들에까지 뜨거운 관심 사항이 돼버렸다.  지나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황이 빚은 결과물이다.

 

ⓒ르몽드 관련기사 캡쳐

 

프랑스 유력일간지 르몽드는 지난 15일(현지시각) 기사를 통해 산케이 신문의 가토 전 지국장이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7년에 처해질 수 있는 국가에서 고소를 당한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뿐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그 일가를 비판하는 것 자체가 한국에선 매우 위험한 일이 됐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며, 한국 정부 당국은 박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고 말한 뒤 이젠 소셜 네트워크마저 감시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져 수많은 한국인들이 사이버 망명을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 관련기사 캡쳐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역시 18일 '잡음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 독재 성향 재출몰'이라는 기사를 통해 산케이 신문의 가토가 박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당한 일을 상세히 전하며, 르몽드와 마찬가지로 검찰이 허위 사실이나 명예훼손 여부를 두고 인터넷을 감시하는 전담반을 설치하여 박정희 정권 시절 국가지도자를 비판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이뤄졌듯 박근혜 정부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산케이 신문의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 의혹을 실은 문제의 그 기사는 대통령 한 사람만을 모독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후 대통령에 대한 모독과 명예훼손을 막겠다며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이버 검열 논란은 이렇듯 해외 유수 언론들에 의해 우리의 놀라운 현실을 속속 가십거리화(?)하도록 만들고 있으며, 단순히 대통령 한 사람에 대한 모독 차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는 양상이다.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한 바대로 어렵사리 얻어낸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박근혜 정부의 폭압에 의해 훼손된 채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 이뤄지고, 이는 결국 대한민국과 국민 전체를 향한 모독으로 발전하여 명예마저 크게 훼손시키는, 절망적인 단계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격 추락이야 뭐 불을 보듯 뻔한 노릇 아니겠는가.  날개 없는 새는 추락할 일만 남듯 말이다.

 

결과적으로 외신의 잇따른 한국 관련 보도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훼손' 사태에 경종을 울리는, 심각한 경고 신호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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