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세월호 팔찌를 내려놓을 수 없는 이유

새 날 2014. 7. 24.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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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세월호가 진도 앞 차가운 바다 아래로 속절없이 가라앉은 지 어느덧 100일째를 맞이했다.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단원고 학생을 포함 수백 명의 승객이 그 안에 갇혀 있다는 지난 4월 16일의 속보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결코 믿을 수 없는 소식에 대한민국 전체가 일순간 패닉에 빠져들었다.  4월은 그렇게 잔인했다.

 

그동안 뿌린 눈물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였으며 모두가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구른 채 세월호를 절대 잊지말자고 약속했고 또 다시 약속을 거듭했다.  대통령은 눈물을 훔치며 책임자 처벌과 진상조사를 약속했고, 정치권 역시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참사 100일째인 24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세찬 빗줄기가 뿌려지는 안산에서 서울에 이르는 100리 길을 전날부터 밤을 꼬박 세워가며 걷고 있다.  10일이 넘도록 노숙농성을 이어왔던 유가족들은 사실 도보행진을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링거 투혼을 발휘하고 있었다.  지난 15일 단원고 학생들이 걸었던 그 길을 엄마 아빠가 다시 걷는 셈이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이토록 힘든 여정을 택하게 한 걸까?

 

ⓒ노컷뉴스

 

참사후 100일이 지나는 동안 대통령과 정치권이 약속한 세월호 진상규명은 결국 말의 성찬으로 종결됐다.  제대로 지켜진 게 하나 없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인 채 울부짖던 유가족들의 외침은 모두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허공에 흘뿌려졌다.  우리 아이들이 4월 16일 왜 저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스러져갔는지 그리고 왜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는지를 밝혀달라는 단순한 외마디마저 대통령과 정치권은 애초의 약속과 달리 이를 외면하고 있다.



정부 역시 대통령의 진두지휘 아래 재난대응시스템 구축과 ‘관피아’ 척결 등을 떠들어댔지만 여전히 변한 건 없다.  세월호 참사 후속 대책으로 마련된 정부조직법과 공직자윤리법, 부정청탁금지법 등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문창극 총리 후보자 낙마 등 청와대의 잇단 인사참사 여파로 인해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과연 누구를 탓해야 하는 걸까?

 

ⓒ서울신문

 

결과적으로 정부와 여야가 경쟁적으로 쏟아낸 '세월호 후속대책 법안'의 총 178건 중 국회 절차를 마치고 정부 공포를 끝낸 법안은 단 1건으로서 고작 0.53%의 진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23일 새벽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유병언 씨 사체의 발견과 이로 인한 혼란 야기는 무능함에 화룡점정을 찍는 모양새다.  각종 음모론을 양산하고 있는 와중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염려가 되는 부분은 사실 따로 있다.  유병언 씨가 세월호 참사에 일정 부분 원인 제공을 했을지언정 그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블랙홀 마냥 모든 언론이 그에게 포커스를 맞춘 채 이미 숨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향해 모든 원죄를 뒤집어 씌우고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이를 교묘히 피해가려 하는 건 아닐까 싶은 부분이다.  알다시피 유병언 씨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수배된 상태였다. 

 

세월호 참사의 본질은 올바른 진상규명과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후속 조치를 마련하는 일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유병언 씨 사태는 이러한 본질을 흐릴 여지가 있는 데다가 정황상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기에 참사 100일을 맞이하는 현재 시점에서 바라볼 때 도움은커녕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는 모양새다.  "왜?"라는 물음이 절로 나온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많지 않았다.  고작해야 세월호 기억팔찌를 몸에 항상 착용한 채 이를 잊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독이는 일이 전부였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사회 각계로부터 자성의 목소리가 들불처럼 일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통 인식 속에서 무언가 변화를 바랬건만, 현실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세월호, 벌써 100일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이를 집어삼킨 부조리와 몰상식으로 점철된 대한민국은 100일 전과 비교해 전혀 달라진 게 없다.  300여 명의 실종자 중 10명의 생명은 여전히 건져올려지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벌써 잊은 채 탐욕과 야만의 시대가 지속되는 한 내 팔뚝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이 노란색의 세월호 팔찌를 그래서 난 절대로 내려놓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세월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REMEMBER 201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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