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아이들 눈에 비친 대한민국, 과연 희망은 있나

새 날 2014. 7. 2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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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세월호 참사로부터 극적으로 생존한 단원고 학생 40명이 지난 15일 찜통 같은 무더위를 뚫고 1박2일 동안 100리가 넘는 먼 길을 도보로 행진했다.  묵묵히 행진하던 그들의 모습 속에선 친구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는 절박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한참 공부에 집중해야 할 아이들이 왜 이토록 힘든 길을 스스로 택해야만 했을까?

 

우리 아이들, 세상을 향한 불신의 벽이 너무 높았다.  때마침 서울신문이 서울대 정근식 사회학과 교수팀,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서울 시내 5개 고교 2학년 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세월호 참사 이후 고교생의 의식 및 태도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아이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의 미래로부터 희망을 찾을 수가 없다고 한다. 

 

ⓒ서울신문

 

아이들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의 현 주소와 미래는 암울함 그 자체였다.  70%에 가까운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를 덜 신뢰하게 되었다고 답한 반면, 예전보다 더 신뢰하게 되었다라는 답변은 고작 1.7%에 그쳤다.  특히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다는 응답이 62.2%에 달해 우리 아이들의 생각이 단순히 정부 불신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절망적인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기성세대로서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과 국민들 앞에서 달라지겠다며 거듭 다짐했던 대한민국이다.  그중에서도 제일 먼저 앞장섰던 이는 다름아닌 대통령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19일, 그러니까 세월호 참사가 빚어진 지 한 달여가 지난 즈음, 대국민담화를 통해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개혁과 대변혁을 만들어 가는 것이 남은 우리들의 몫이다.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호소하며 눈물을 비친 바 있다.  물론 당시 대통령의 눈물을 놓고도 진정성이 있느니 없느니 하며 설왕설래했던 기억이 있다.  아울러 정치권에선 여야 할 것 없이 한 목소리로 세월호 참사를 빚었던 우리 사회의 적폐를 빠른 시일 내에 일소하겠다고 공언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00일을 목전에 둔 상황, 지금쯤이면 대통령의 눈물에 대한 진정성을 헤아려 보는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아울러 우리 정치권은 공언한 대로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걸까?  그 결과는 과연 어떨까?

 

안타깝게도 결과는 참담하다.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집권 여당의 비협조로 세월호 국정조사는 지지부진 시간만 축내왔고, 세월호 특별법은 처리 시한이 이미 지나 7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언제부터 대통령으로 빙의했는지 몰라도 박 대통령의 전매특허 '불통'으로 일관한 채 전혀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고 있으며, 야당은 야당대로 무능함을 드러내며 우리 사회에서 '정치' 란 녀석은 진작부터 실종된 상태다.

 

ⓒ세계일보

 

실종된 '정치'의 결과물은 그들의 본업인 입법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세계일보가 21일 참여연대의 보고서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을 활용,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와 여야가 경쟁적으로 쏟아낸 '세월호 후속대책 법안'의 진척 상황을 점검했는데, 총 178건 중 국회 본회의의 의결을 마친 법안은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안' 등 5건(2.8%)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그나마 국회 절차를 마친 법안은 단 1건(0.6%)뿐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와 정치권의 안이한 태도가 결국 불신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지지부진한 대응은 세월호 참사가 처음 발생했을 당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받았던 충격과 이후의 다짐들을 점차 희석시켜 가고 있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며 대통령부터 정치권까지 직접 나서 결연한 의지를 보였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고, 대통령은 나몰라라, 정치권은 7.30 재보궐선거 등 정치적 이벤트에만 온 관심이 쏠려있는 상황이다.  아니 오히려 하루빨리 잊혀지길 바라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경향신문

 

그러는 사이 유족을 폄훼하는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자칭 보수단체라 부르는 몰지각한 이들은 세월호의 진상규명을 위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장을 찾아와 온갖 행패와 난동마저 부리고 있다.  차마 사람이라면 절대 입에 담지 못할 험담을 퍼붓는 그들, 역지사지라는 사자성어는 안중에도 없는 듯싶다.  과연 자기 자식이 같은 상황에서 죽었더라도 지금과 같은 망동을 벌일 수 있을까?   

 

이러한 몰상식한 대한민국 사회를 바라봐야만 하는 우리 아이들, 과연 어떨까?  부조리한 어른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어느덧 정부를 불신하게 되고, 더 나아가 미래로부터 희망을 찾지 못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 아닐까?  아직은 때가 덜 묻은, 깨끗하며 편견 없는 영혼을 소유한 우리 아이들이기에 이들의 시각이 외려 어른들의 더럽혀진 영혼보다 더욱 정확하지 않을까? 

 

24일이면 세월호가 물에 잠긴 지 100일째 되는 날이지만, 대한민국의 어른들이 과연 어떤 해법을 내놓을런지 여전히 기대난망이 아닐 수가 없다.  결국 단원고 학생들의 100리 길 행진의 말없던 몸부림은 오늘날 우리 아이들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의 야만적인 모습에 대한 절망감을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의 어른들에게 아이들이 또 다시 묻는다. 

 

"대한민국에 과연 희망이란 게 있긴 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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