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朴의 경제민주화란 조폭 팔뚝에 '차카게 살자' 새기는 일"

새 날 2012. 12. 11. 11:00
반응형

 

어제(12월 10일) 있었던 대선 후보들의 2차 TV 토론회를 위해 박 후보 측은, 선거일까지 불과 채 열흘도 남기지 않은 촉박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두문불출 오로지 토론회 준비에만 몰두해 왔다. 1차 토론회 때 이정희 후보에게 당했던 일방적 파상 공세에 멘탈이 털렸던 듯 이번엔 절치부심 나름 치밀한 대응책을 준비한 느낌이 강하게 전해져 왔다. 그녀의 내상과 울렁증은 예상대로 심각했었던 듯싶다. 오죽하면 유세 일정마저 잡지 않고, 토론회 준비에만 몰두해야 했을까 싶은..

 

이번 토론은 누가 잘했는가

 

그래, 박 후보 그녀는 국민들에게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게 한 장본인이 맞다. 그렇다면 이번 TV 토론 결과, 승자는 박 후보란 말인가? 물론 전혀, 네버 그럴 리 없지 않겠는가. 여전히 그녀의 토론은 벼락치기 시험 공부로, 깊이 없는 겉핥기식 답안만을 작성할 줄 아는 수험생 마냥 어설프기만 했다. 다만 지난 토론에 비해 일방적 수세에 몰리지만은 않았고, 때론 역공도 펼쳤다는 점이 그녀에겐 무척 고무적인 거다. 사회자는 지난 토론에서 폭발적 존재감을 보이며 액션 활극을 펼쳤던 이정희 후보를 크게 의식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으로 토론회 시작을 알렸다. 이정희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일종의 태클 내지 압박 장치로 읽혀진다.


박 후보의 경우 기조 연설을 비롯한 토론 진행 내내 마치 뜬구름 잡는 듯한 두루뭉술한 발언으로 일관했다. 아마도 당일치기를 준비한 학생처럼 공약집을 달달 외우고 온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어설픈 학습 결과는, 결과론적으로 암기력 마저도 완벽하지 못한 후보라는 사실을 만천 하에 알린 꼴이 되어 버렸다. 알고 있는 지식에 비해 표현력이 함량 미달이라 그런 건지, 아님 실제 알고 있는 지식 만큼 정확히 표현된 건지 나로선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어머님에 대한 일화를 끄집어 내며 따뜻한 감성으로 접근한 문 후보의 기조 연설, 아울러 본 토론에선 문 후보 자신의 정책 구상과 정치 철학에 대해 나름 상세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차분하게 전달해 주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 1차 TV토론에서의 존재감에 대한 회의적 반응을 의식한 탓이었는지 그의 적극적인 자세가 충분히 돋보였던 토론이었다.

역시 이정희 후보의 기조 연설은 강렬했다. 자신을 겨냥한 '이정희 방지법' 발의와 관련해선 박후보 측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으며, 삼성과 현대 그룹의 두 총수 실명을 직접 언급하며 경제 민주화, 즉 재벌 개혁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촌철살인의 위트와 최신드라마 등을 현실과 접목한 표현에선 역시 TV토론을 통해 다른 후보들에게선 볼 수 없었던 참신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이정희의 발언은 여전히 매서웠다

 

지난 토론회에서처럼 일방적인 수세에 처하지 않기 위해 박 후보가 철저하게 준비하여 맞대응한 것까진 좋았으나, 중간 중간 침착성을 잃고 과민 반응을 보였던 장면이나, 때론 적개심을 드러내는 듯한 발언과 행동마저 서슴지 않았던 것은 그녀의 큰 실수로 여겨진다. 아울러 이정희 후보의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변은 피하면서 정작 토론 내용과는 상관없는, 자신을 음해하려 한다는 식의 억지 논리를 펴는 모습을 보니, 지난 토론에 의한 트라우마 증세가 심각하긴 한 모양이다.

이정희 후보는 전날 있었던 교통사고에도 불구 토론회에 참석, 나름 진지한 자세로 토론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덕분에 1차 토론에 비해 시청자들의 보는 재미는 반감되었다지만, 그녀만의 송곳 같은 지적과 때론 감성에 호소하는 듯한 사례, 아울러 적절한 비유 등을 섞어가며 뱉어내는 한 마디 한 마디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이러한 이 후보의 질문에 박후보가 당황해 하는 기색은 여전해 보였다.

이정희 후보의 TV토론 참여에 따른 유력 후보 진영 간의 정치공학적 유불리를 따지기에 앞서 그녀만의 화법과 토론 방식, 아울러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었다는 측면에서 이정희 후보 그녀의 이제까지 TV토론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일전에도 언급했듯 토론이라 하여 꼭 거만 떨며 위선을 부릴 필요는 없는 거다. 오히려 톡톡 튀는 이 후보 같은 스타일이 TV토론의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그 자체만으로도 이 후보의 TV토론 참석은 필요충분조건을 충분히 충족시킨다.

이번 2차 토론에선, 재벌들로부터 차떼기로 수수료를 걷어 일명 '차떼기당'이란 오명을 쓰게 한 장본인, 이회창 옹의 박 캠프 합류와 그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마치 보수 대집결 세 불리기에 화룡점정이라도 찍은 양 호들갑들 떨어대는 그들의 모양새를 보아 하니, 반성이란 도통 모르는 그들이 읊어대는 경제민주화란 결국, "조폭의 팔뚝에 '차카게 살자'라 새기는 일과 뭐가 다른가"라고 한 이정희 후보의 칼날 같은 일갈이 적확했다는 느낌 지울 수 없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