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참을 수 없는 그들의 가벼움 그리고 치졸함

새 날 2012. 12. 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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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8일 광화문 유세 현장 - 문재인 후보 유세차량 앞에서 박근혜 연호하는 박 지지자들

 

대선을 채 열흘 정도밖에 남겨 놓지 않은 시점, 살을 에는 강추위가 반도를 엄습해 오고 있지만, 대선 후보들 간의 불꽃 튀는 경쟁 열기는 오히려 후끈 달아 오른 느낌입니다.

 

유력 대선 주자인 박후보와 문후보는 오늘(12월 8일) 오후,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심장인 광화문에서 일명 '광화문대첩'이라 불리는 유세를 갖거나 가질 계획입니다. 그만큼 수도권 표심의 향배가 중요하다는 방증이겠지요.

 

  광화문대첩은 누가, 왜 의도한 것인가?

 

그런데 광화문 유세는 애초 문재인 캠프에서만 계획되어진 것이었고, 박근혜 캠프의 경우 원래 오후 2시 서울광장에서의 유세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박 캠프 측에서는 서울광장에서의 유세를, 문 캠프 측이 계획한 광화문 광장으로 바꿨고, 시간마저 변경하였습니다. 유세가 이뤄지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이뤄진 전격적인 조치입니다.

 

문제는 박-문 두 후보의 유세 장소가 같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박은 오후 3시, 문은 오후 5시30분에 각각 유세 일정이 잡혀 있어 양 진영 간 시간 간격이 고작 2시간 30분이란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는데에 있습니다. 오후 4시부터 서울광장에서 다른 집회가 개최되어 있어 부득이 장소를 변경하게 되었다는 현 집권당 대변인의 발표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으며 궁색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우려되는 부분은 양 유세의 짧은 시간 간격으로 인해 지지자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라도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입니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여당은 무슨 꿍꿍이로 유세일정을 이런 식으로 계획하였는지, 과연 무엇을 의도하고자 하는 것인지, 과거의 경험으로 비쳐볼 때 그 저의가 무척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박근혜 일병 구하기

 

지난 12월 4일 대선토론 때 박근혜 후보가, 이정희 후보의 파상적 일격에 호되게 혼이 나긴 한 모양입니다. 이렇게 곤혹해 하는 박 후보를 위해 집권 여당이 파격적인 지원에 나섰습니다. 일명 '이정희 방지법'이라 불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빠르게 발의한 것입니다. 대선후보 TV토론의 참가자격을 유력 대선후보로 제한하자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주요 골자인 듯합니다.

 

정작 서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민생 법안에 대해선 말도 안 되는 궤변과 논리로, 때로는 태업으로 처리를 늦춰, 국민들을 고통과 도탄에 빠지게 하더니, 자신들의 안위와 관련된 법안에 대해선 정말이지 일사천리로 뚝딱 해치우는 민첩성을 과시한 것입니다. 역시 현 집권세력에게는 대다수 일반 서민들의 삶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었고 오로지 자신들과 같은 기득권자들만 눈에 보이는가 봅니다.

 

여당은 박-문 후보 양자 간의 토론 제안을 받아들여 별도로 개최하면 될 문제를 굳이 법 개정까지 염두에 두고 실제 행동에 옮긴 것을 보니, 12월 4일 첫 번째 토론에서 박 후보가 입은 내상이 엄청난 것이었고 때문에 울렁증이라도 생긴 것이 확실한 듯합니다. 한 마디로 이정희 후보가 두려운 것이지요. 국민들의 알 권리 충족을 막는 이번 법 개정안 발의는,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하나의 코메디라 할 수 있는 치졸한 보복으로밖에 비쳐지질 않습니다.

 

어느덧 이번 대선도 한 주 정도만 남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번 18대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진보와 보수라는 양 진영 간 극한의 팽팽한 싸움이기에, 승자나 패자 모두에게 어떤 식으로든 커다란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는 형국입니다. 아무쪼록 얼마 남지 않은 기간만이라도 지금처럼 눈에 보일 정도의 치졸하고 가볍기 그지 없는 선거 운동을 펼치기 보단 건전하고 건강한 경쟁을 벌여 나갔으면 하는 조그만 바램을 가져 봅니다. 그래야 선거 결과에 따른 후유증의 상처도 크지 않을 뿐더러 쉽게 아물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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