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조준한 이정희, 다음 토론이 기대된다

이번 토론에선 이정희 후보가 단연 돋보였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였을까.. 그녀는 하고픈 말들을 작심한 듯 모두 쏟아내었다. 반면에 나머지 두 후보는 상대적으로 너무 밋밋해 보여, 이정희 그녀가 더욱 도드라져 보일 수밖에 없는 토론회였다.

 

이번 TV토론의 영향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을, 진보 대 보수의 이념적 대결 구도로 보고 있다. 물론 탈 이념적 성향의 안철수 후보가 '새정치'라는 불쏘시개를 안고 이번 판에 뛰어든 상황이라 커다란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어찌 되었든 큰 틀에서는 여전히 이념적 분할 구도에서 단 한 발자욱도 벗어나지 않은 형태임엔 틀림 없다.

그렇다면 어제 있었던 TV토론의 영향은 어떨까? 당연한 얘기겠지만 벌써부터 전문가들의 해석이 분분하다. 그럼 결론부터 얘기해 볼까. 이번 TV토론이 기존 표심의 물줄기를 조금이라도 틀 것이라곤 절대 보지 않는다. 토론을 시청할 정도의 유권자들이라면 이미 그들 표의 향방은 대부분 결정되어 있는 것이고,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념적 구도에서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후보가 누구이든, 정책이 그 무엇이든 따지지 않고 무조건 자신의 이념에 따라 투표하는 성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사 후보들이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거나 그들에게 비록 흠결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모두 덮어주고, 또 그 때문에 표를 던져줄 후보를 바꾸거나 하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래도 굳이 영향을 따져 본다면? 무당파나 중립을 사수하던 이들의 표심이 이정희 후보 쪽으로 아주 살짝 이동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이정희 후보에게 폐부를 후벼 파일 정도의 뼈아픈 공격을 당한 박근혜 후보 쪽 표심은 크게 흔들림 없이 더욱 견고해지리라 본다. 하지만 어차피 박근혜 후보를 향한 표심은 거의 고정적인 것으로 봐야 할 테니, 영향 자체는 아주 미미할 것이라 생각된다.

 

박근혜 저격수 자임한 이정희 후보

 

이정희 후보의 독설(?)은 이미 예견되었었다. 다만 그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 궁금했었다고나 할까. 이정희 그녀의 언변에 대해선 예전부터 익히 들어 왔던 터였지만, 그녀는 우리의 상식을 훨씬 뛰어넘는, 매우 강력한 에너지와 내공을 품고 있었다. 나머지 두 후보를 조랑말로 비유한다면, 이정희 그녀는 정말 잘 빠진 준족의 경주마?

그럼 그녀의 이런 에너지는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을까. 이정희 그녀는, 종북이란 낙인이 찍히기 전까지만 해도 차세대 여성 지도자로서 이름을 날리며 매우 활발한 의정 활동을 펴고 있었다. 그런데 통합진보당의 내분 사태로 인해 하루 아침에 당은 갈라지게 되고, 그녀는 졸지에 '종북'이란 주홍글씨를 이마에 새기게 된다.

우리나라에서의 '종북'이란 딱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알 것이다. 과거 '반공'과 '용공'의 다른 이름, '종북'으로 무늬만 바뀌었을 뿐, 예전의 반공이데올로기는 새천년이 도래하고도 한참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서슬 퍼렇게 살아 있다. 아무리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들도 반공 내지 종북 앞에선 이성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무조건 꼬리를 내려야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집권세력들은 이제껏 이러한 우리만의 특수한 상황을 교묘히 활용, 종북이란 프레임을 만들어 수많은 이들을 그 안에 가두어 왔다. 일단 그 프레임에 갇히게 되면 이마엔 주홍글씨가 새겨지게 되고, 이성적인 판단은 오간 데 없이 무조건 사회적 지탄과 배척의 대상이 되어 버린다. 이정희 후보가 왜 그토록 박근혜 후보를 철저하게 공격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그녀에게 처해진 현재의 상황을 돌아 보면 충분히 납득 가능하지 않겠는가?

일방적 공격을 당했던 박근혜 후보가 다음 토론회를 위해 어떻게 준비하여, 어떤 식으로 대응할 지가 내겐 관전 포인트이다. 어제 이정희 후보가 없었더라면, 자칫 점잖은 후보들간의 재미 없는 토론으로 끝날 수도 있었기에 이젠 이정희 후보의 참석 여부가 토론회의 흥행 요소가 된 느낌이다.

덕분에 다음 토론이 더욱 기대되는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