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노무현의 눈물.. 그리고 박근혜의 상처

새 날 2012. 11. 2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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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단일 후보가 결정되지 않아 안갯속을 헤매이던 선거 구도는, 최근 문재인 후보로의 단일화가 성사되면서 뒤늦게 밑그림이 완성되어가는 느낌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후보들은 이번 주 등록을 마치고, 너나 할 것 없이 전국을 도는, 본격 선거 레이스에 돌입한 모양새이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여야간 불꽃 튀는 미디어 선거운동의 경쟁도 이미 점화되어 후보들의 TV광고가 공중파 방송을 타기 시작했다. 그 중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측의 광고가 유독 눈에 들어 온다.

2006년 커터칼 피습 사건 때 생긴 상처를 보여주며, 감성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광고를 보니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의 광고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흘린 눈물을 클로즈업했던 이 광고 때문에, 당시엔 물론이거니와 후에도 그의 정적들로부터 '감성팔이'라며 엄청난 힐난을 들어야 했다.

'감성팔이'에서 '~팔이'란.. 접미사로, 흔히 무언가를 판매하고 있는 특정 직업에 몸담고 있는 이들을 비하하려 하는 의도에서 쓰여지는 것으로 난 알고 있다, 불온한 저의를 갖고 야권에게 늘상 퍼붓던 '감성팔이', 그런데 어찌 된 연유로 이번엔 자신들이 그렇게도 힐난하던 '감성팔이'에 직접 나서게 된 걸까?

그런데 사실 '감성팔이'란 힐난은 그리 썩 기분 나쁘지만은 않다. 속된 말로 판매할 수 있는 감성이라도 갖고 있는 게 어디인가. '감성팔이'라 힐난하는 그들에겐 과연 팔 만 한 감성거리라도 있던가 묻고 싶다. 오죽 거리가 없으면 아팠던 상처 부위를 다시금 드러냈어야 했을까 싶다. 아울러 반대세력에겐 '감성팔이'라 불러왔으니, 정작 자신들의 행위는 무어라 칭할 지도 궁금해진다.

 

그래 계속 네거티브로 가라


선거운동 초반부터 선거판을 네거티브 프레임으로 가두어 버리려는 저의가 곳곳에서 읽힌다. 상대 후보에 대한 얼토당토 않은 흠집내기가 이미 도를 넘어선 느낌이다. 자신들의 고정 지지세력은 어차피 탄탄하니, 과거에 흔히 사용해왔던 방법인 네거티브로 선거판을 몰아 젊은이들의 정치에 대한 혐오를 극대화시켜 투표 참여를 최소화하겠다는 치밀한 내부 전략으로 읽혀진다.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 강화를 위한 투표시간 연장 사안도, 온갖 궤변을 늘어 놓으며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 또한, 이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본다. 투표율을 높여 보기 위해 온갖 묘안을 짜내며 고민하고 있을 선관위나 기타 선거 관련 정책 당국에겐 이처럼 좋은 방안도 없을 듯한데, 신기하게도 오히려 집권여당에서 투표율이 올라갈까 두려워 한다는 것은 정말 상식 밖의 일이다.

야권 단일화에 참여하던 안철수와 사퇴한 안철수는 서로 다른 인물이었던가. 단일화 협상 중일 땐 그렇게도 폄훼하기 바쁘더니, 후보직을 내려 놓자마자 오히려 그를 비행기 태우느라 정신 없다. 아무리 표를 먹고 산다는 사람들이지만, 이렇듯 극과 극을 오가며 줏대없이 행동해도 되는 것일까.

그래 차라리 일관되게 계속 네거티브로 주욱 가라...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를 돌리지 마십시오"

 

노무현 대통령께서 10년 전 하신 말씀이, 강산이 한 번은 지난 오늘날에도 먹히는 것을 보니, 그간 우리의 정치적 지형은 전혀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선거 구도를 현재와 같이 네거티브 프레임으로 만들어 놓은 세력들이야 말로, 바로 안철수씨가 언급했던 청산되어야 할 구시대적 정치 세력들인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흐름을 바꿔 보려했던 그의 실험은, 이제 네거티브로 일관하고 있는 세력에 맞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며, 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주도하여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어놓을 것이 틀림없다.

아직도 구태의연한 썩은 정치로 연명하려는 세력들에겐 우리 각자의 한 표로 심판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구시대적 정치 행태가 이번 18대 대선이 마지막이었음 하는 작은 바램을 가져 본다. 정확히 10년 전, 노무현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내 귓속을 맴도는 듯하다.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를 돌리거나 외면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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