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박근혜 지지율에서 드러난 민심 키워드 '혐오'

새 날 2014. 6. 2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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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방황하며 노닐다 보면 게시판에 올라온 다양한 글들 중 혐오스런 이미지나 동영상 게시물 제목 앞엔 으레 '혐'자가 표기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혐오물'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해당 게시물을 읽을 때엔 특히 주의를 요한다는, 일종의 네티켓 중 하나다.  참고로 그 반대 개념의 게시물엔 '안구정화'란 머리말이 붙곤 한다.

 

그런데 인터넷에 터를 잡아 활동 중인 수많은 커뮤니티나 카페 내에서, 네티즌들이 대통령의 이미지가 포함된 게시물을 작성할 때면 언젠가부터 관행적으로 제목에 '혐'자를 붙이기 시작했다.  만약 이를 표기하지 않을 경우 많은 이들이 댓글을 통해 '혐'자 표기를 요청해오곤 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사진이 우리의 눈을 오염시키는 혐오물이라도 된단 의미일까?

 

인터넷 검색화면 캡쳐

 

물론 이는 현실을 빗대어 재미있게 비틀어 보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일종의 풍자적 코드로 보여지긴 하나 그래도 국가 지도자의 이미지가 들어간 게시물에 '혐오물'이라 표기하는 문화는 왠지 '제 얼굴에 침뱉기' 같은 현상이 아닐까 싶어 약간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코 바람직스러운 현상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한편, 취임 이래 한시도 국민의 마음을 편치 못하게 들들 볶아왔던 박근혜 정권, 시간이 지날수록 무리수가 더해지니 뿔난 네티즌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사회 현실과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횟수가 늘어나며 대통령 이미지 게시물 앞에 붙이던 '혐'자 표기 또한 그에 비례해 자연스레 증가하는 추세다. 

 

네티즌들이 사회 현실에 참여할 수 있는, 특히 키보드만을 활용하는 방법은 생각만큼 그리 많지 않다.  때문에 넓은 관점에서 본다면 이 또한 일종의 현실 참여 방법 중 하나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단순하며 장난기 가득해 보이기까지 한 '혐'자 표기의 행동 이면엔 이렇듯 사회에 대한 불만과 그에 따른 변화의 욕구가 반영된, 그러한 성질의 것일 수도 있겠지 싶다.

 

ⓒ노컷뉴스

 

최근의 이러한 추세는 대통령의 지지율과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너무도 굳건하여 끄떡 않을 것만 같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들어 폭락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조사된 여론조사 결과 취임 이래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것으로 드러났다.  리얼미터가 19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41.4%였다.  마지노선이라 여겨지던 40% 언저리까지 근접한 것이다.

 

사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불과 1년 남짓 흘렀지만, 한시도 바람잘 날 없어 국민들의 심기는 지속적으로 불편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놀랍게도 화려한 고공행진을 펼쳐 보이며 한때 여론조사 자체의 신뢰성마저 의심해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던 게 엄연한 현실이다. 



지독히도 고집과 오만에 가득찬 불통 정치로 제아무리 국민을 괴롭힌다 한들 취임 초기의 잇단 인사 실패와 윤창중 성추행 사태 당시를 빼 놓고선 그 이후 50%의 지지율 아래로 내려갔던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8대 대선에 대한 부정선거 논란이 한창 일고 있던 상황에서조차 심지어 70%를 넘나드는 모습마저 연출돼 뜨악할 지경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박 대통령 지지율의 이러한 현상을 두고 흔히들 '콘크리트 지지율'이라 부르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나 견고했던 콘크리트도 자꾸 무리수가 지속되다 보니 부서질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던 지지율은 6.4 지방선거를 거쳐 문창극 총리 지명 사태 국면을 맞아 본격적인 폭락을 거듭하더니 바야흐로 40% 언저리에서 간신히 턱걸이하는 수준에까지 이른 것이다.  너무도 견고하여 절대 깨지지 않을 것만 같던 철옹성의 콘크리트 장막이 서서히 걷힐 조짐이 보인다. 

 

ⓒ노컷뉴스

 

박 대통령을 향한 민심 이반은 정당 지지율마저 크게 흔들어 놓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직격탄을 맞으며 새정치민주연합과의 격차가 고작 0.2%에 불과하게 된 것이다.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36.9%,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36.7%로 나타났다.  이른바 데드크로스를 목전에 둔 상황인지라 집권세력들이 조급증을 낼 만도 하겠지 싶다. 

 

이제 다음 단계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아래로 떨어지는 일과 정당 지지율에서 두 당이 서로 역전하는 모습만이 남은 셈이다.  물론 정황상 이러한 일은 실제로 벌어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의 마지노선을 40%로 보고 있다.  18대 대선에서 표를 던져 준 51.6%엔 중도층이 다수 포함되어 있을 테고, 영남 기반과 60대 연령 이상의 절대 지지층을 고려한다면 이와 같은 분석이 얼추 맞긴 할 것 같다.  어떠한 악조건의 상황에서도 고정 지지층이 지지율 40% 정도는 견인시켜 줄 것이란 전망이 이와 같은 예측을 가능케 한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현재 그 경계선에 와 있는 셈이다. 

 

ⓒ한겨레신문

 

그러나 지지율이 이미 마지노선 가까이에 근접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오만에 가득찬 박근혜 정권의 행태에 뿔난 중도층이 대거 이탈했다는 사실은 민심의 인내 한계인 임계치에 거의 육박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무리수는 참극만을 불러올 것이라는 국민들의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이유이다.

 

현재 네티즌을 관통하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는 한 마디로 '혐오'다.  '혐'자가 붙은 게시물 제목은 그 자체로 혐오감을 불러일으켜 스트레스 지수를 높일 개연성마저 있다.  따라서 난 더 이상 '혐오'라고 표기된 게시물을 보고 싶지가 않다. 

 

대한민국에서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대통령의 등장은 과연 전혀 불가능한 일인 걸까?  굳이 '혐'자 표기가 필요없는, 보기 싫다고 하여 비틀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지극히 상식적이며 진정한 국가 지도자상 말이다.  이런 대통령이라면 왠지 게시물 앞에 과감히 '안구정화'란 머리말을 붙여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길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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