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월드컵 열기에 쉬이 빠져들 수 없는 까닭

새 날 2014. 6. 1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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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월드컵 열기에 흠뻑 빠져들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우리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화려한 지구촌 축제에 넋을 놓은 채 마냥 빠져들기엔 국내 상황이 영 마뜩지가 않다.  청와대와 집권 여당의 최근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끝내 청문회로 보내 여야 표대결로 마무리짓게 할 모양인가 보다.  오만과 불통의 막장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며칠동안 그들의 행태를 조용히 관찰해본 결과 일각에서 행여나 그들에게 품었을지도 모를 일말의 기대감마저 완전히 저버리게 만드는 꼴이 아닐 수가 없다.  예상대로 선거기간동안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척 취한 쇼맨십은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유효기간이 다 돼 자신들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며, 국민은 애초부터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예의 그 몰염치와 오만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뉴스1

 

국민 정서와는 전혀 어울릴 법하지 않은 총리 임명을 끝까지 강행하겠다는 청와대와 이를 엄호하느라 일사불란하게 화력을 한 곳에 집중시키고 있는 새누리당의 모습 속에선 너무도 어이없을 만큼 몰상식한 속내가 보여 혹여 무언가 다른 꿍꿍이라도 감춰져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아마도 월드컵의 들뜬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켜 국민들의 시선을 최대한 분산시킨 뒤 어떡하든 자신들이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밀어붙여 보려는 심산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도 아니라면 어차피 함량 미달의 인물을 끝까지 우겨가며 청문회 행에 태우려는 억지 모양새로 보아 문창극 후보자는, 물론 그게 무언지 알 수 없지만, 또 다른 진짜를 위한 희생 카드가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때문에 주변에서의 자진 사퇴 종용에도 불구하고 문창극 후보자가 끝까지 버티겠노라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데엔 어쩌면 본인의 의지보다 청와대의 의중이 담긴 결과가 크게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더욱 높다. 

 

청와대가 강력한 카드라 여기며 자신만만하게 꺼냈던 안대희 후보자가 중도 사퇴하며 타격을 입은 데다가 검증에 검증을 거쳐 오롯이 청문회 통과만을 염두에 둔 듯한 나름의 히든카드가 이번 문창극 후보자였기에 이마저도 중도에 낙마할 경우 청와대나 새누리당에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자체 분석에 따라 다소 무리라 한들 물러설 수 없다는 최종 판단이 선 듯싶다.  물론 그 이면엔 치밀한 정치공학적 셈법이 적용됐으리라.



하지만 모든 일은 정도란 게 있는 법이다.  자질이 한참이나 부족한 후보자를 놓고 설사 청문회가 열린다 한들 한 편의 희극밖에 더 되겠는가?  대한민국을 식민지화했던 일본이 반겨하고 있다면 이미 말 다한 셈 아닐까?  즐거운 일로 국민들의 웃음보를 터뜨려도 시원찮을 판에 지금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상황으로 국민을 웃기려 드는 건가?

 

청와대의 오기와 오만의 정치만으로도 국민 짜증 지수를 대폭 높이는 일이거늘, 새누리당은 가뜩이나 불난 집에 부채질까지 해대고 있다.  애증의 관계이자 절대 말만 앞선 정치 파트너,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속을 별 시답지 않은 일로 배배꼬며 비틀어대고 있는 것이다.  당명 약칭과 관련하여 야당의 요청을 애초부터 무시한 채 '새민련'으로 고집하더니, 며칠 전부터는 제1야당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새정연'이란 약칭을 사용하겠노란 억지를 부리고 있다.

 

존중 차원에서 달리 부르겠다며 꺼내든 약칭마저 또 다시 야당의 바램과는 다른, 전혀 엉뚱한 이름이니 이는 결국 말장난이자 야당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니면 과연 무얼까.  야당을 우습게 여기며 우롱하는 기저엔 결국 국민들을 철저하게 얕잡아 보고 있노란 의미가 깔려있는 셈이다. 

 

야당 역시 당명의 약칭 따위에 너무 민감해 할 필요가 없다.  무어라 불리든 그게 뭐가 그리 대수일까.  국민에게 사랑을 받는다면 언젠간 원하던 명칭으로 자연스레 불리게 되는 그러한 성질의 것 아닐까?  때문에 그들의 장난 같지도 않은 얕은 수에 함께 휘둘리며 놀아나지 말고, 그 시간에 차라리 전투력을 더욱 배양시키는 데 모든 당의 역량을 집중시키는 게 외려 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만한 새누리당의 태도를 보고 있자니 박근혜 정권의 출범 당시 상황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 취임 직후 언론사들에게 공식 정부 명칭을 'GH정부'와 같이 이름의 이니셜이 들어간 방식 말고 '박근혜정부'라고 아예 못박아 불러 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이전 정권에선, 심지어 전임인 이명박 정권에서조차, 이와 같은 사례가 없었던지라 당시 언론 입장에선 무척 떨떠름하게 와 닿으며 결국 반발을 불러오게 했던 사안이거늘, 더욱 웃기는 건 띄어쓰기까지 직접 지적하며 언급했던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자신들을 부를 땐 이래라 저래라 하며 띄어쓰기까지 지적질하던 사람들이 정작 제1야당을 부를 땐 부러 상대방이 거슬려하는 명칭으로 부르며 살살 약을 올리는 편협함은 정말 치졸함의 극치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오늘날 국민을 대하는 그들의 오만한 자세는 때문에 괜한 것이 아니며 나름 그 뿌리가 깊다고 할 수 있겠다.

 

ⓒ국민일보

 

오기와 오만으로 똘똘 뭉친 그들의 정치는 국민을 더욱 피곤에 절게 만들며 결국 너무도 굳건하여 절대 꿈쩍 않고 있어 마치 철옹성 같기만 하던 콘크리트 지지율마저 와르르 무너뜨리고 있다.  아무리 불리한 여건에서도 50%를 거뜬히 넘나들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들어 처음 40%대로 추락한 것이다.  리얼미터의 6월 둘째주 조사에 따르면 1주일 전보다 3.1%포인트 하락한 48.7%를 기록했단다.

 

박근혜 정권의 입장에선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문창극 후보자가 후보직을 자진 사퇴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비록 끝까지 버텨 청문회까지 꾸역꾸역 간다 한들 어차피 낙마를 하든 표 대결에서 극적인 통과가 이뤄지든 청와대와 새누리당에게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자진사퇴하여 타격을 입을 바엔 차라리 청문회를 통해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엿보겠다는 심산인 건지, 아니면 또 다른 속셈이 숨겨져 있는지는 표면상 알 도리가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국민의 정서 따위 철저히 무시한 채 오만과 오기 그리고 몰염치와 몰상식의 정치로 일관할 경우 급피치를 올리고 있는 국민의 피로도만큼이나 역으로 박근혜 정권의 미래엔 갈수록 독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월드컵 분위기를 대대적으로 띄워야 할 명분이 그들에게 있는 셈이니, 때문에 난 거꾸로 이런 희극과도 같은 상황에서 전 세계인들이 열광한다는 월드컵에 쉬이 빠져들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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