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정부의 재난 대처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

새 날 2014. 5. 7.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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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동북부 바다크샨주에서 일어난 대규모 산사태로 현재까지 300명 가량이 숨지고 2500여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사태가 발생한 후 생존자와 군인, 경찰, 구조대 등이 총동원되어 삽과 곡괭이 류 혹은 굴삭기 등의 도구를 이용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지만, 수톤에 달하는, 두터운 흙 밑에 깔려 있으리라 추정되는 생존자를 찾아내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뉴스와이 방송화면 캡쳐

 

이에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재난 발생 불과 하루만인 3일 산사태 생존자 수색과 구조 작업을 전면 중단한 채 참사 현장을 '집단무덤'으로 선포하며 재난 대책을 실종자 수색이 아닌 이재민 구호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곳을 찾은 부통령은 "생존자를 찾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수색을 계속하는 것은 무익하다"고 말했으며, 지사 역시 "진훍 아래 우리의 형제 자매들이 모두 사망했기에 그들의 명복을 빌 뿐이다"라며 실종자들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기정 사실화하고 있었습니다.

 

경악스럽습니다.  '집단무덤'이라 선포해야 할 만큼 참사 현장은 속수 무책이었던 겁니다.  어마어마한 자연 재난 앞에서의 인간은 정말로 보잘 것 없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지형은 험악하기로 유명합니다.  험준한 산악지형으로 둘러싸여 천연 요새라 불릴 정도입니다.  과거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했을 당시에도 이 천연요새와도 같은 지형지물을 이용해 벌인 게릴라전 형태의 반격 덕분에 최첨단의 화력을 겸비한 세계 최강 소련이 견디지 못한 채 끝내 철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DAUM 영화, <론 서바이버>속 한 장면

 

미군 특수부대가 아프간에서 벌인 대 테러전쟁 영웅담 <론 서바이버>에서도 그러한 지형적 특징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이번 대규모 산사태가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불러왔을지 직접 보지 않고도 어느 정도 예견이 가능해집니다.  아울러 이러한 아프간만의 지형적 특징이 구조 작업을 더욱 더디게 하고 어렵게 만드는 주 요인이 된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악조건의 상황이라 해도 대형 참사 하루만에 생존자 수색과 구조를 전면 중단한 채 '집단무덤'으로 선포한 아프간 정부를 우리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생존 가능성이 전혀 없으니 그저 실종자들의 명복만을 빈다는 정부 관리의 발언은 또 어떤가요.  무익하다고 하여 단 한 명이라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그저 넋놓고 외면했어야만 할까요?  혹여 그렇지 않다면, 대자연에 순응하는 그들의 자세가 옳다고 봐야 하는 걸까요? 

 

ⓒ연합뉴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 한 명의 생명일지라도 살릴 수만 있다면, 국가는 가용 자원을 총 동원해서라도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어야 함이 옳다고 봅니다.  때문에 초대형 산사태라는 재난 자체보다 오히려 구조 작업을 철수한 채 '집단무덤'이라 선포해버린 아프간 정부의 태도가 더욱 경악스럽고 참담하게 와 닿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당국의 성급한 결론을 바라보며 아프간 참사 피해자 가족들이라고 하여 달랐겠나요?  아직 생존해 있을지도 모를 실종자들을 이미 사망한 것으로 간주한 채 찾으려는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으며 쉽게 포기하려는 정부의 행태에 대해 아프간 내 논란이 확산되며 피해자 가족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자 정부는 결국 6일부터 수색 작업을 재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사이 생명 구조가 가능한 황금시간대는 이미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재난 발생 이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해야 할 정부가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참사의 결과가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음은 비단 이번 아프간 산사태가 아니더라도 이미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의 세월호 참사를 떠올려 봅니다.  물론 세월호 참사는 인재에 가깝고, 아프간의 산사태는 자연재해에 해당하기에 참사의 원인과 성격이 전혀 판이합니다.  또한 양 국가의 경제 볼륨과 국가 위상의 차이만큼이나 재난 대응 시스템 자체의 수준 또한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사가 벌어진 후 이에 대응하는 두 정부의 행태는 다른 듯 묘하게 닮아있었습니다. 

 

ⓒ뉴시스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최초 신고 후 40분이나 지난 뒤 현장에 도착한 해경, 하지만 그나마 도착한 건 경비정이었으며 전문 구조대는 두 시간이나 지나서야 도착하여 이미 선내 구조의 기회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고 맙니다.  재차 곱씹어보더라도 가장 안타까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울러 세월호 선내에서의 구조는 커녕 탈출 안내 방송조차 내보내지 않아 구조 가능한 2시간 여의 황금시간을 모두 허비한 채 300명이 넘는 선내 인원 중 현재까지 생존자 '0'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세월호의 침몰 자체는 이미 언론을 통해 밝혀졌듯 선사의 무한 책임과 함께 기타 우리 사회의 각종 부조리 및 불합리가 응축되어 만들어낸 전형적인 인재입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진 허술한 재난 대응은 100% 정부의 책임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완벽하게 실패한 초동 대처 때문에 생명 구조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는 이른바 황금시간대를 날려 먹었고, 이후에도 우왕좌왕하는 사이 실종자들은 저 차가운 바닷속에서 하나 둘 주검이 된 채 건져올려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미 사망한 희생자를 구조하는 데 있어서도 수많은 이해관계들이 얽힌 채 더뎌지기만 해 시간은 자꾸 흘러갑니다.  오죽 답답하면 피해자 가족들이 청와대를 항의 방문하겠다며 울분 섞인 목소리로 항변해야 했을까요.  세월호가 가라앉을 때까지 두 시간 여라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설사 침몰 이후에도 발빠르게 구조대가 투입됐더라면 단 몇 명에 불과할지라도 구조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을 텐데, 어떻게 단 한 명의 생명도 살릴 수가 없었을까요.  도대체 왜? 

 

이런 와중에도 국민들을 끝까지 지켜주어야 할 우리 대통령은 자신의 책임에 대해선 인정치 않은 채 형식적인 사과와 그저 남 탓만으로 일관해오고 있습니다.  아프간 산사태로 인한 2500여명의 실종자 중 과연 몇 명이나 살아돌아올런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참사 하루만에 '집단무덤'을 선포한 아프간 정부 당국의 어이없는 행태로 봐선 모르긴 해도 이른바 구조에 있어 '황금시간대'라 불리는 시간을 놓친 후의 구조 재개인지라 세월호 침몰 이후 생존자 '제로'라는 결과와 비슷한, 비극적 결말을 맺지 않을까 생각되어집니다. 

 

물론 아프간과 우리를 단순 비교하는 데엔 많은 무리가 따른다는 사실, 분명 맞습니다.  하지만 비록 재난의 형태도 다르고 그 원인조차도 사뭇 다르지만, 이번 아프간 산사태는 재난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여실히 깨닫게 해주고 있습니다. 

 

ⓒDAUM

 

끝으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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