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대통령의 사과엔 리허설과 예고편이 필요하다?

새 날 2014. 5. 4.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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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3일 진도 팽목항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했습니다.  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참사의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며 재난에 임하는 정부의 대처 방식을 비판하는 한편, 야당의 모습 역시 국민들의 바램과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해 죄송스럽다고 했습니다. 

 

ⓒ뉴스1

 

이날 실종자 가족을 안고 함께 슬퍼하며 위로하는 문 의원의 모습이 기자들에게 포착되기도 했는데요.  이는 지난달 17일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진도 현장 방문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시종일관 근엄한 표정을 지은 채 실종자 가족들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저 책임자 엄벌 방침만을 일갈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서울신문

 

심지어 실종자 가족들 중 한 분이 대통령 앞에 무릎을 꿇는 비통한 상황 앞에서도 다가가 이를 보듬어주기는커녕 마치 징벌자와 죄인 간의 관계처럼 대통령은 역시나 예의 근엄한 표정으로 이를 그저 선 채 바라보며 듣고만 있었습니다.  대통령이라고 하여 일반 국민들에게 살갑게 다가가 자식 잃은 슬픔을 어루만져주고 아픔을 함께하며 눈높이를 맞춰 직접 달래주어선 안 되기라도 하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요?

 

문재인 의원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8대 대선 당시 함께 후보로 뛰며 경쟁했던 분들입니다.  물론 그들 중 한 분은 현재 대통령이 되어 있고, 또 다른 한 분은 낙선하여 차후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당시 문재인 의원이 대통령이 되어 현재의 박 대통령과 똑같은 처지에 놓이게 되었더라면 어땠을까요?



아마 모르긴 해도 3일 있었던 문 의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진 않았을 것입니다.  인간의 기본 성품이란 직위에 따라 달라지는, 그러한 성향이 절대 아닐 테니까요.  국민들이 누군가를 대통령으로 뽑아줄 땐 자신들 위에 군림하며 목에 힘만 준 채 국민들의 어려움과 슬픔을 애써 외면하거나 형식적인 사과로 일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 따위는 절대 그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국민들과 아픔을 함께하며 국민들을 끝까지 지켜주는, 그러한 모습의 대통령을 기대했을 겁니다.

 

ⓒ연합뉴스

 

비근한 예를 살펴 본다면, 미국의 대통령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위싱턴DC에서 있었던 총기난사 희생자 장례식에서 오바마는 유가족들을 직접 끌어안은 채 그들의 슬픔을 위로하며 아픔을 함께했습니다.  비록 가족을 잃은 슬픔이야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가슴 아픈 일이지만, 대통령의 살가운 위로는 적어도 큰 위안이 됐을 것이며,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에게도 적지 않은 공감을 불러와 내면의 상처 치유에 커다란 도움이 됐을 것입니다.

 

대통령의 행동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대통령의 공감을 불러올 만한 행동은 세월호 참사 앞에서 망연자실한 채 심리적 상실감에 빠져있을 온 국민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데에 있어 특효약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지난달 29일 있었던 형식적인 사과가 오히려 국민들의 반감을 사며 후폭풍을 몰고 오자 이번엔 또 다른 사과를 하겠노라며 예고하고 나선 것입니다.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게 합니다.

 

 

앞서 있었던 대통령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었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지만, 또 다른 사과를 예고하고 나선 것을 보니 대통령과 청와대가 여전히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해 보입니다.  한심함의 극치로군요.  

 

대국민 사과에도 무슨 리허설이 있고 예고편이 있어야 하는 건가요?  만일 위의 보도 기사처럼 실제 또 다른 대국민 사과가 계획 중이라면, 앞서 있었던 사과는 몸을 풀기 위한 리허설 쯤 되며, 뒤에 펼쳐질 사과가 진짜 사과라도 된다는 의미인 건가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상처는 둘째치더라도, 마치 영화처럼 사과마저 예고편을 봐야 한다는 사실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한 마음에 몸둘 바를 모르게 만들 정도입니다.  이젠 대국민 사과마저도 자신들의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수위를 조절해가며, 때로는 연습도 하고 때로는 예고편도 찍고 하는 '쇼'로 전락시키고 마는군요.  어이가 없습니다.

 

지난 번의 억지 사과는 보기도 싫고 받아들일 수도 없었는데, 이번에 예고된 또 다른 사과의 형태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아마도 먼저 번의 어정쩡한 사과와 조문 연출의 학습효과 덕분에 충분한 예행 연습을 거쳐 치밀하게 연출된 고도의 퍼포먼스가 되겠죠? 

 

진정성 없는 '쇼'로 일관하며 '사과'의 본질을 흐려놓는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님들, 국민들이 진정 받고 싶어 하는 사과가 무언지 아직도 파악이 안 되시는가 보죠?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그 자리에 앉아계실 자격이 없네요.  능력이 안 되실 것 같으면 그냥 쿨하게 내려놓으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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