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또 다시 논란의 소지가 될 만한 발언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말 부서 구성원들과의 회식자리에서 김 국장은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건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단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 국장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만큼 교통사고로 인한 희생자가 많다라는 의도로 말했을 뿐, 이 같은 사실에 대해 허위주장이라며 반박했다.
그러나 김 국장의 해명과 반박에도 불구하고 그의 발언이 찜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최근 행적 때문이다. 그는 온 국민이 세월호 참사로 인해 비통해하고 있던 지난 4월 28일 KBS 뉴스 앵커들에게 "지나치게 추모 분위기가 조성된다며 검은 옷을 입지 말라"고 지시해 논란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그러니까 세월호와 관련하여 벌써 두번 째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뉴스엔
지난해 보도국장의 자리에 오른 김 국장은 그동안 부당한 지시와 상식 이하의 발언으로 사내에서 늘 논란거리였단다. '용산참사'라는 용어가 경찰 공권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며 '용산사건'으로 바꿀 것을 지시한 바 있고,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파기에 대해선 '파기' 대신 '수정'으로 순화후 사용해야 한다고도 했단다. 오늘날 KBS의 정권 친화적 보도 행태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포스팅에선 그의 과거 행적들은 모두 차치하고, 오로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그의 발언이 유가족과 피해자 가족들에게 설상가상의 아픔을 안겨줬음은 물론이거니와 전 국민에게도 심리적 내상을 입힐 만큼 무척이나 어처구니없는 망언이었음을 언급해 보고자 한다.
우선 희생자 숫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교통사고에 빗대 표현한 부분을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에겐 이번 세월호 참사가 슬픔과 비통한 심정으로 와 닿지 않고 그저 하나의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에게 있어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숫자는 단순히 많고 적음이란, 또 하나의 흥미 요소에 불과할 뿐?
생때같은 아이들의 죽음 앞에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비통함은 외면한 채 공영방송사의 보도국장이란 사람이 어찌 천연덕스레 희생자의 숫자를 회식자리 안주로 삼을 생각을 할 수가 있었던 것인지 되묻고 싶다. 그 자체로 이미 소시오패스적 행동 아닌가?
백 번 양보하여 그가 해명한 대로 단순히 교통사고 사망자가 많다는 걸 표현하기 위한 언행이었노라 곧이 곧대로 한 번 인정해 보자. 설사 그럴지언정 세월호 참사와 교통사고의 단순 비교가 사실 가당키나 할까? 세월호 침몰 이후 드러난 우리 정부와 사회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점 및 난맥상들은 결국 현재까지 생존자 제로라는 최악의 참상으로 이어지게 만들었고, 이러한 총체적 부실에서 오는 인과관계 따위는 깡그리 무시한 채 단순히 희생자 숫자만을 교통사고 사망자의 그것과 연결지으려 시도한 건 너무 무모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는 일개 사건으로서 무수히 일어나는 각각의 교통사고들을 모두 모아 이와 단순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넌센스에 불과하다. 때문에 그의 이러한 말도 되지 않는 변명들보다는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전혀 다른 형태의 목적 의식이 자연스레 그의 언행을 창조(?)해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노보
그의 두뇌에 흐르고 있을 의식 저편의 흐름 속엔 세월호 참사로 인해 비등해지고 있는 정부 책임론이 영 마뜩지가 않은 모양이다. 앞서 있었던 앵커들에 대한 검은색 옷 착용 지양 지시도 국민들의 추모 분위기가 고조돼가며 점차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이어지는 듯하니 못내 불편했던 나머지 이를 방송사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차단하기 위함이었던 게 아닐까 싶다. 세월호 참사의 본질을 축소하거나 왜곡하여 정권의 안위를 꾀하려는 예의 그러한 시도들 말이다.
귀한 아이들을 잃은 비탄에 빠져 연일 통곡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 유가족, 그리고 아직도 생사 여부를 알지 못한 채 바닷속에 잠긴 아이들을 빠른 시간 내 건져올리기만을 염원하고 있을 피해자 가족들 앞에서 공영방송사의 보도국장이란 사람이 어떻게 희생자들의 숫자를 이용한 놀이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설사 그럴 의도가 없었을지언정 책임있는 언론인이라면 언행에 보다 신중을 기했어야 함이 옳지 않을까?
피해자 가족과 유가족들의 아픔을 지켜 보며 연일 복받쳐오르는 슬픔의 감정을 함께 감내하느라 크게 지쳐있을 전 국민들을 단 한 문장만으로 졸지에 우스운 사람으로 돌변시켜버리고, 슬픔의 개념을 전혀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전혀 못느끼는 건지, 공감 능력이라곤 털끝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던 그의 부적절한 언행... 때문에 그의 발언을 망언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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