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서울시교육 파행.. 어른들 싸움에 아이들만 멍들어

새 날 2014. 1. 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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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가 지난해 12월 30일 7조 4391억원 규모의 2014년도 서울시교육청 예산안을 의결하였으나 문용린 서율시 교육감이 이에 대해 부동의(不同意) 결정을 내렸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교육감이 예산안에 대해 부동의할 경우 시교육청은 증액 부분에 대한 예산을 집행할 수 없게 된다.

 

사상 초유, 서울시교육청 예산안 부동의

 

문용린 교육감은 증액된 예산 470억원의 대부분이 사전 실태조사와 우선순위 공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 예산 챙기기, 이른바 '쪽지예산'이라는 표면적인 이유를 내세우며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문 교육감이 선심성 예산이라며 폄하한 해당 학교들을 모 언론사 취재진이 실제로 찾아가 본 결과 당장 보수가 필요할 만큼 심각한 경우가 허다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그보다는 이면에 숨겨진, 보다 다른 진짜 이유 때문일 가능성이 더 높다. 

 

곽노현 전 교육감의 핵심정책이었던 '서울형 혁신학교'를 놓고, 그간 시의회와 문 교육감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계속돼 왔다.  문 교육감의 혁신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2014년 예산안에서 고스란히 드러나, 해당 예산이 지난해에 비해 무려 60% 이상 대폭 깎인 상황이다.  여기에 혁신학교 등에 더 얹어주는 교무행정지원사 인건비 11억원, 학교혁신 장학협의체 운영 8000만원, 비정규직 처우개선비 21억원, 지역기반 교육복지 협력사업 5억원, 지역복지 네트워크 구축비 6억원 등에 대해서도 집행하지 않겠노라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번 예산안에 대한 교육감의 부동의는 혁신학교의 무력화를 위해 그간 시의회와 팽팽히 맞서왔던 결과의 연장선이자 시의회 길들이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미다.  

 

ⓒ파이낸셜뉴스

 

문 교육감의 고집스런 행보가 빚은 사상 초유의 예산안 부동의 사태는 지난 1년간 '사상 초유'를 남발해 왔던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 방식과 너무도 빼닮아 있었다.  애초 문 교육감은 혁신학교 예산에 대해 자신이 편성한 예산에서 단 1원이라도 증액할 경우 전체 예산안에 대해 절대 동의할 수 없노라는 극단의 마지노선을 그어 놓은 채 이를 넘지 못하도록 의회와의 타협을 거부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용린 교육감의 불통행보가 빚은 결과물

 

자신의 생각과 다를 시 귀를 막고 입을 막아 왔던 대통령의 불통 행보와 판박이다.  예산 심의나 삭감은 의회의 고유 권한이다.  의결기관과 집행기관의 상호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 민주정치의 기본 정신임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이며 독단적이기까지 한 문 교육감의 작금의 행보는 결국 서울시 교육 전체를 파행으로 치닫게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교육 서비스의 주체인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전이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감은 정치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논리나 이념에 매몰된 행보를 계속한다면 교육감으로서의 자질 부족을 탓할 수밖에 없다.  혹여 내년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를 의식한 행보라면 더더욱 안 될 말이다. 



때마침 발표된 문용린 교육감에 대한 한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잘 대변해 준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가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학부모 및 시민 102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 1년간의 문용린 교육감에 대한 평에서 응답자의 무려 89%가 불만 입장을 밝혔으며,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11%에 불과했다.

 

이념과 정치적 논리로 아이들 교육 휘둘리게 하지 말아야

 

어른들의 이념을 앞세운 기 싸움 내지 교육 분야에 들이댄 정치적 논리 탓에 우리 아이들의 여린 가슴에 커다란 멍이 들고 있다.  혁신학교를 둘러싼 의결기관과 집행기관의 볼썽사나운 다툼 때문에 그에 따른 유탄이 일선 학교에까지 마구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번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시의회는 문 교육감의 혁신학교 예산안 축소에 맞서 공립 및 사립학교 교사 인건비 140억원을 삭감했으며, 초등돌봄교실 25억원, 스마트스쿨 예산 15억2000만원, 장애 특수학교 설계비 10억원, 사립학교 노후환경개선비 12억원 또한 감액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중학교 교육 여건 개선 연구와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행, 초등 돌봄교실 등 각종 교육 정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아울러 노후화된 학교의 시설 보수에 대한 예산이 전액 삭감된 탓에 우리 아이들은 올해도 위태위태한 학교 담장 곁을 지나다녀야 하거나 어두컴컴한 환경에서 수업을 받아야만 하는 여전히 열악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문용린 교육감은 서울시 교육의 총대를 매고 있는 수장으로서 아이들을 볼모로 한 정치적인 놀음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아울러 독선과 불통에서 벗어나 보다 전향적인 태도로 의결기관과의 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며, 서율시 교육 서비스의 주체인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변화된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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