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기자회가 지난해 12월 16일 '2013년도 세계 언론 자유지수'를 발표했다. 노무현정부 당시 31위였던 순위가 이명박 정권 막판에 44위를 찍더니, 박근혜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에는 179개국 가운데 50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는 언론 자유를 크게 훼손시켰던 이명박정부 때보다 오히려 6계단이나 뒤로 후퇴한 결과다.
CBS 김현정 뉴스쇼 중징계 위기
그럴 수밖에 없을 듯싶다. 최근 JTBC의 손석희 '뉴스9'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로부터 중징계를 받는 등 가뜩이나 우리 언론의 공정성 훼손이 심각할 정도로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엔 CBS의 '김현정 뉴스쇼'마저 중징계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방통심의위는 3일 지난해 11월 25일 전파를 탄 CBS의 해당방송이 방송심의규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며 '주의' 이상의 중징계에 해당하는 '법정 제재' 의견을 냈다. 이는 방송사 재허가 승인 시 벌점이 적용되는 높은 수위의 제재에 해당한다.
지난해 11월 22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시국미사에서 박근혜 퇴진을 요구했던 박창신 신부 인터뷰 내용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지만, CBS 측에선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는 사안에 대해 보다 정확한 진의와 핵심을 전달하고자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며, 오히려 공세적인 질문을 통해 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CBS를 향한 언론 통제의 그림자는 다른 영역을 통해서도 어른거리고 있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난달 30일 CBS를 허가없이 유사보도를 일삼는 불법언론인 양 해당 언론사의 목록이 포함된 '유사보도' 실태조사 결과를 보도자료 형식으로 배포했다. CBS의 보도 폐지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CBS에 드리워진 언론 통제의 그림자
방통위에 따르면 방송법상 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를 제외한 전문편성 방송사업자는 보도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사업자들이 뉴스 형식을 빌려 정치 사회 전반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방송법이나 시행령 그 어느 곳을 거들떠 보아도 CBS가 종합편성방송사업자인지 전문편성방송사업자인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단다.
그렇다면 1954년 방송허가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뉴스와 시사해설 등을 내보내 왔던 CBS는 유령 언론사라도 된단 말인가. 결국 유사보도 실태조사는 법률적 근거 없이 방통위가 일방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사의 규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는 셈이다.
방통심의위는 김현정의 뉴스쇼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고 하지만, 정작 균형추가 한쪽으로 심하게 기운 건 다름 아닌 방통심의위다. 앞서 정미홍 씨가 출연,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김성환 노원구청장을 '종북'으로 규정했던 TV조선 '뉴스쇼 판'의 명예훼손에 대해선 '문제없음' 판정을, 공정성과 객관성 조항 위반에 대해서만 가장 낮은 수위의 행정제재인 '의견제시'를 내린 바 있다. JTBC 손석희의 '뉴스9'가 받은 중징계 그리고 이번 김현정의 '뉴스쇼'와 비교해 볼 때 형평성을 잃어도 지나치게 잃은, 심각한 이중잣대가 아닐 수 없다.
언론 자유 침해는 헌법 가치 무시 행위
우리 언론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전 국민을 종북과 종박으로 나눠 줄세우기 하더니 언론마저 같은 방식으로 길들이기 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정부 당시 시도된 언론 통제와 장악이 박근혜정부 들어서며 비로소 꽃을 피우고 있는 셈이다. 정통성 없는 정권을 유지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언론을 완전히 장악한 데 따른 후광 덕분이며, 박 대통령의 강력한 불통 정치 또한 이를 기반으로 한 자신감의 발로로 보여진다.
조중동 등 전통 보수 언론들은 박 대통령을 띄워주기에 바쁘고, KBS를 비롯한 공중파 방송들 역시 현 정부의 국정홍보처로 전락한 지 오래다. 종편이야 더 이상 말한들 입만 아플 지경이다. JTBC와 CBS의 경우에서 보듯 현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 여지 없이 재갈을 물리며 족쇄를 채워오고 있다.
이명박정부 이후 유독 '선진화'란 용어가 많이 사용되며 국격 운운해 오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국격과 선진화가 과연 단순히 경제력만으로 높아질 수 있는 그러한 성격의 것일까? 언론을 교묘한 방식으로 통제하여 공정성과 균형감각을 잃은 채 일방통행식의 보도를 일삼는 건 북한처럼 철저한 언론퉁제국과 같은 전형적인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행태들이다. 이는 마치 몸만 비대하고 정신은 여전히 어린애와 같은 기형적인 국가에 다름 아니라는 의미다.
언론의 자유를 우려스러울 만큼 통제하고 있는 국가에서 국격과 선진화를 논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최근 정부는 대자보를 통헤 자신의 생각을 적는 행위마저 탄압으로 일삼는 등 표현의 자유를 옭아매고, 헌법 제21조 1항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는 천부의 자연권적 기본권리마저 강압으로 억누르는 이러한 모든 행위는 우리 헌법에서 보장한 인간 존엄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이제 집권 2년차를 맞이하는 박근혜정부가 성공을 거두려거든 가장 먼저 언론에게 씌워진 족쇄부터 거두어들여야 함이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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