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우리의 남은 인생을 위하여~

새 날 2012. 9. 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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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골목 어귀를 살짝 돌면, 선술집 분위기의 조그마한 전집을 하나 만날 수 있지. 가끔 막걸리가 고플 때가 있거든? 그럴 때면 집사람과 난 늘 이곳을 찾곤 했어. 실시간으로 바로 부쳐 나오는 푸짐한 각종 전이 이 가게만의 자랑거리... 집사람과의 술자리가 좋은 건 살짝 흥을 돋울 정도의 적당 주량만 흡입하게 된다는 점이지. 그러다 보니 독주가 아닌 이상은 주종 불문...

 

친구 녀석들과 함께 마시는 술자리선 솔직히 주량 조절이 어렵잖아. 그리고 은근히 주종을 가리는 녀석들도 있고 말야. 어젯밤, 시장기 때문이었는지 갑자기 막걸리가 동하더군. 집사람도 싫지 않은 내색이었고, 해서 바로 고고씽...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받아든 우린, 매번 먹던 전 대신 신 메뉴를 주문해 보았어. 오징어 불고기로... 막걸리도 선수 교체, 늘 마셔오던 장수생막걸리가 아닌, 탄산이 조금 더 들어간 우국생으로... 아직 메인 메뉴 등장 전.. 목을 좀 축여보자. ㅎ

 

 

일단 씹을 수 있는 것들이 조금 나왔으니 한 잔 흡입해야 하지 않겠어? 한 잔씩 잔에 따르고... 캬~ 목이 마르니 술술 들어가는군. 이러다 이거 이거 안주가 나오기도 전에 다 마셔버리는거 아니야? 라며 흡입한 막걸리가 벌써 한 병...

 

 

그때, 눈 빠져라 기다리던 안주님 등장... 깻잎과 각종 야채들이 가지런히, 아니 너저분하게 올려져 있고, 그 아래엔 오징어가 숨어 있.... 일단 가스불부터 붙이고...

 

 

대충 익은 듯 한데.... 왜 왜 오징어불고기가 빨갛지 않은 거지?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오불과는 무언가 차원이 다르다.... 그렇담 과연 맛은 어떨지... 급 궁금

 

 

먼저 야채를 건져 먹으라는 사장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실천, 자 이제 진짜가 왔으니 본격적으로, 그리고 거국적으로 한 잔,,,

 

 

이번엔 오징어를 먹어볼까. 그냥 오징어가 다 같은 맛이겠거니, 특별히 더 쫀득하거나 하는 건 기대도 안 했어. 실제로 그랬고.. 다만 빨갛고 매운 일반 오불에 비하면 보이는 그대로 확실히 맵지는 않아, 자극을 준다거나 혀에 불내는 일은 없었어. 맛? 맛도 정확히 그만큼이더군. 차라리 매워 버렸으면 강한 자극에 의해 맛이 있니 없니 하는 느낌이 화끈하게 올 텐데, 이건 뭐 어중이 떠중이 같은 어중간한 느낌, 그런 거였어.

 

 

헉, 그런데 우린 그 사이 우국생을 한 병 더 주문했고, 어느새 그마저도 반 이상을 비워 버렸군 -_-;; 흐흐 서서히 우리들의 한계 주량에 근접한 느낌... 그래 한 잔씩만 더하자,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꽤 많은 얘기들을 주고 받았어. 물론 대부분은 우리 아이들 얘기였겠지. 하지만 집사람과 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아주 조금, 참새 눈꼽 만큼은 얘기를 주고 받았던 것 같애. 이렇듯 좋은 사람과 곁에서 늘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해 무한 감사를 느끼며....

우리의 남은 인생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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