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민물장어, 그 씨가 말라가고 있다

새 날 2012. 8. 1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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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저희 동네에 위치한 민물장어 음식점 한 곳이 내부 수리에 들어가더니, 마치 아수라 백작의 반남 반녀 얼굴마냥 절반은 그대로 민물장어, 나머지 절반은 막창구이집으로 변신을 시도했더군요. 간판도 각각 달아놓았길래 저게 도대체 무슨 짓인가 하고 의아해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신문에 등장한 기사 하나가 왜 그래야만 했을까 하는 의구심에 마침표를 찍어주더군요.

 

장어의 씨가 말라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부담스러운 가격은, 장어를 찾는 이들의 발길을 다른 음식으로 되돌리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나라만의 것이 아니란 데 있습니다. 이웃나라인 일본과 중국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으로 인해 민물장어의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합니다. 문제의 발단을 기후 변화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더군요. 아직은 그 실체가 불명확한 지구 온난화로 인한 현상으로, 동아시아의 높아진 기온은 민물장어에게 적합치 않은 생태 환경을 제공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점차 그 씨가 말라가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민물장어를 공급해주던 가게 한 곳도 진작 문을 닫았군요. 매일 지나다니던 곳에 위치해있었는데 말이지요. 저도 그 담백한 맛에 반해 민물장어를 꽤나 좋아하는 편이지만, 사실 요 근래엔 너무 가격이 비싸 자주 먹진 못했었거든요.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사이 가격대가 심하게 오른 감은 있었습니다. 다만 이와 같은 속사정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스테미너 음식으로 잘 알려진 민물장어는, 그동안 소고기와 돼지고기 일색이던 육식 시장에서 보완 내지 대체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습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그 씨가 말라간다면, 곧 일반 대중 음식이 아닌, 값 비싼 프리미엄급 음식으로 탈바꿈할 날도 얼마 남지 않게 되겠군요. 그의 전조 현상으로 민물장어 음식점들이 하나 둘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얼마 후면 민물장어란 놈, 우리 같은 사람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아주 귀한 대접을 받게 될 것 같아 조금 불편하고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기사 보기 : 여름보양식 장어 인기 뚝...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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