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무한 리필 국수

새 날 2012. 9. 1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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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음식, 그 중에서도 특히 국수류를 좋아라 하는 저의 취향은 오래 전부터 길들여지고, 스스로 진화해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어릴 적 주말 점심식사는 대부분 국수로 먹게 해주신 어머님의 영향이 일단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그런데 엇그제 동네에 새로운 국수집이 오픈했더군요.

 

그냥 일반 국수집은 아닌 듯했습니다. 무려 무한리필이란 타이틀을 앞에 내걸었더군요. 이 부분에서 호기심 발동.... 아 물론 무한리필이 아니었어도 언젠가 한 번은 분명 들르긴 했을 겁니다. ㅎ 제가 워낙 국수를 좋아하는 종자이기에....

 

 

새로 오픈한 곳이라 내부는 물론 깨끗했습니다. 대중적인 국수집 컨셉이기에 아무래도 인테리어에 큰 돈을 투자한 것 같진 않아 보였습니다. 깔끔한 톤의 색으로 칠하고 예쁜 그림들로 벽면을 꾸몄네요.

 

 

앗.. 이것은.. 대형 푸드코트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주문 시스템? 맞습니다. 점포의 규모는 기껏해야 10평 남짓 정도 될 듯한데 과감하게 최신 시스템을 갖추었군요. 현재 주문할 수 있는 메뉴는 5가지, 국수 3종과 만두, 그리고 묵사발... 주문을 넣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카드는 아직 연동이 안 되어 있는 모양이군요. 사장님께서 헐레벌떡 나오셔서 다른 곳에서 별도로 결제를... 일단 주문이 들어가게 되면 번호표를 한 장 부여 받게 되고, 음식이 나오면 받아가는 방식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메뉴에 적힌 가격표를 보면 아시겠지만, 모든 과정이 당근 셀프였겠지요. ㅎ 저흰 이 점포의 대표주자라 생각되는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를 각각 주문했습니다.

 

 

잠시후, 저희가 주문한 국수가 나왔네요. 그런데 그릇의 크기가 어마어마합니다. 양푼이라 하던가요? 2인분은 족히 됨직할 양이군요. 역시 예상대로입니다. 전면에 무한리필이란 타이틀을 걸었을 땐 무언가 있을 줄 예상했지요. 무한리필이란 개념은 온데 간데 없이 이 엄청난 그릇 앞에선 그냥 무장 해제 당할밖에요....ㅎ 물론 이도 모자란다 하시는 분들은 더 없이 좋겠지만요.

 

 

세수 대야만한 그릇에 3분지2 쯤 담긴 국물, 솔직히 보기만 해도 질릴 정도의 양입니다. 국물 맛은 그냥 평범했어요. 전형적인 잔치국수의 맛, 이 가게만의 독특한 맛은 아직 발견 못했네요. 오히려 위에 올려진 고명들이 빈약해 보였어요. 광활한 그릇의 크기에 비한다면 티도 안 난다는....

 

 

비빔국수는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양념이라곤 고추장과 오이가 전부인 듯, 그냥 맨 국수발을 고추장에 비벼먹는 맛이었어요. 가끔 건져지는 오이는 너무 심심하지 않게 해주는 장치 정도의 역할만... 그렇담 양념 고추장이라도 좀 더 독특한 맛을 만들어 냈어야 했는데, 그냥 평범함 그 자체네요. 하지만 일단 배는 엄청 부릅니다. 리필이요? ㅎㅎ 전 위대(大)한 사람도 아닌데?

 

 

점포 안에 붙여진 광고문구 중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기부한다는 내용이 있더군요. 그렇다면 이 점포를 운영하는 업체가 사회적 기업 쯤 되는 모양입니다. 많이 팔려서 잘 되면 그만큼 어려운 이들에게 환원이 될 수 있으니 꽤 괜찮은 운영 방식이긴 합니다. 그런데 역시 식당이라 하면 맛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겠지요. 아직은 미흡해 보입니다. 물론 오픈한 지 불과 이틀, 충분히 가능성은 있지요. 무한리필이란 타이틀을 통해 관심을 모으고, 거기에 엄청난 양으로 일단 승부수를 띄운 느낌입니다만, 그보단 이 점포만의 특색있는 맛 개발이 우선되어야 할 것같습니다.

다음 번 방문할 땐 지금처럼 변함 없는 엄청난 양에, 풍부한 맛까지 더해지길...

여담입니다만, 탄수화물이란 것이 대부분 에너지원으로 활용되긴 하지만, 너무 많은 양의 섭취 땐 그중 일부가 지방질로 변환하여 체내에 축적될 수 있다고 어디선가 본 듯합니다. 리필은 고사하고 그냥 기본으로 주어진 양도 사실 몸엔 많이 부담이 될 수 있겠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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