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유럽 '말고기 스캔들' 일파만파

새 날 2013. 2. 1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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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영국의 한 수퍼마켓 체인점에서 판매되던 쇠고기버거의 DNA 성분 검출 결과, 말고기가 포함된 것으로 판명되며 발단이 되었던 일명 '말고기 버거 파문'이, 날개에 추진력까지 더하며 일파만파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는 양상이다. 사실 말고기는 인체에 특별한 해를 끼치지 않지만, 최초 발단이 되었던 영국과 아일랜드가 다른 유럽국가들과 달리 전통적으로 말고기를 금기시하는 풍습이 있어 초기 파문이 더 확산되어진 측면이 있어 보인다.

말고기 버거 파문은 유명 패스트푸드점인 버거킹에까지 그 불똥이 튀기도 하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버거킹은 자사 제품 가운데 일부에도 말고기가 섞인 것으로 드러났다.

햄버거에서 시작된 말고기 파문은 어느새 스파게티와 파스타로까지 번져, 해당 식품의 원산지 국가들끼리 서로 책임 소재를 떠넘기는 등 점차 확산되어가는 징후가 역력하다. 최초 말고기 버거 파문이 시작되었던 영국의 수퍼 체인점 테스코에서 판매되고 있는 자체 상표 스파게티 제품에 대해 성분 조사 결과, 일부에 말고기가 많게는 60% 이상 포함되어 있으며, 이 스파게티 소스가 프랑스의 한 식품가공업체를 통해 납품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게 된 것이다.

이에 프랑스는 해당 제품들을 전량 회수 조치하고, "말고기의 원산지는 루마니아산으로 드러났다"라며 일단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프랑스에 따르면 문제의 스파게티 소스는 루마니아 도축업체를 거쳐 네덜란드로, 다시 키프로스와 프랑스를 거쳐 룩셈부르크 공장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책임 소재를 떠나 해당제품이 16개국에 수출되고 있는 상황이라 이에 따른 파장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번 사태를 놓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지는 말고기 파동이 단순 스캔들을 넘어 유럽연합(EU) 전체의 먹거리 안전망에 대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1년 독일에서 시작된 장출혈성 대장균 사태 때도 유럽의 식품 안전망은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으며, 이번 말고기 파동 또한 비슷한 과정을 밟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 우려의 시선을 던지고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예상대로 말고기 파문은 이제 유럽 전역으로 크게 확산되어 프랑스,독일,네덜란드 등 16개국에서 비슷한 사례로 인해 수거 조치가 이뤄졌다. 파문이 확산되자 유럽연합은 긴급 농업장관회의를 열어 가공육에 대한 원산지 표기를 강화하는 등 공동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한다. 아울러 EU 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쇠고기 가공식품에 대해 전면 성분 검사를 벌여나갈 예정이란다.

유럽의 통합은 유럽 전체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측면이 있는 반면, 최근의 금융 위기에서 보듯 국경이 희미해진만큼 위기가 닥쳐올 때면 그 파급력 또한 엄청난 중압감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이번 '말고기 파문' 과 같은 먹거리 안전망의 위협에도 모든 유럽연합 역내 국가들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때문에 이번 파문에 대한 책임 소재 찾기 또한 사실상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말고기 스캔들의 궁극적인 원인이 결국 유로존의 금융 위기에서 비롯된 경기 침체 때문으로 읽혀져 더욱 씁쓸함을 던져준다. 개인적으로 말을 소유하는 경향이 강한 아일랜드의 경우만 해도, 경기침체로 이의 유지비를 감당 못한 말 주인들이 말을 포기, 도축시장에 대거 유통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유럽 각국에서 유통된 말들은 결국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며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쇠고기로 둔갑, 유럽인들의 식탁에까지 오르고 있는 것이다.

관련 말고기 파문에 놀란 EU, 쇠고기 가공식품 전면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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