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헌트'에서 주인공은 유치원에 다니는 여자아이의 깜찍한(?) 거짓말에 의해 졸지에 파렴치범으로 몰리며 마을 공동체 대다수 주민들로부터 온갖 린치와 수모를 당한다. 아이가 성추행 당했다는 거짓은, 그에 대한 진실 검증 따위는 도외시한 채 일파만파 퍼져나가며 남자 주인공에 대한 본격적인 마녀사냥으로 변질되어 간다.
소주를 가끔 먹으면서도 그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는데, 괴담 시리즈가 있어 왔는가 보다.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이란 소주가 일명 '좌빨소주'라 불리며, 정치적으로 다른 견해를 가진 집단에 의해 심한 거부 현상을 불러오고 있어 왔단다. 괴담 내용은 이러하다. 이 소주 한 병을 마실 때마다 소위 '좌파진영'에 일부금액이 흘러들어가 그들의 자금줄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며 그럴 듯하기까지 하여. 괴담은 마치 진실인 양 시중에 일파만파 확산되어 가고 있던 중이다.
물론 관련 기사에 따르면 모두 근거 없는 사실로 밝혀졌단다. 추측컨대 진영논리와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정치권과 라이벌 주류업계가 함께 만든 실체 없는 합작품이었던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이념적으로 양분된 정치 지형이 서로간 감정의 골을 더욱 키워가며 실체가 불분명한 진실을 마치 진실인 양 호도하여 상대진영을 마녀사냥으로 몰아가는 일이 흔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가뜩이나 지역감정으로 갈갈이 찢긴 대한민국, 이제 이념으로 또 다시 반으로 찢기며 서로에 대한 증오감을 더욱 키워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소주 해프닝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이념 논리의 극명한 현실을 보여주는 한 사례에 불과할 뿐이다. 18대 대선을 거쳐오며 이념 진영간 대결구도는 더욱 깊어져 무차별적인 편가르기가 횡행하고 있으며, 그 양분된 틀 안에 서로를 가두어 놓고 이전투구해 가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진실을 외면한 채 벌여온 마녀사냥이 어떤 결과를 빚어왔는지 우린 과거 경험을 통해 충분한 교훈을 얻은 바 있다. 때문에 이젠 이념의 틀을 깨고 서로 간의 반목을 없애는 일이 더욱 중요해져 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체 없는 괴담, 즉 마녀사냥은 자칫 멀쩡한 기업의 생존마저도 위협할 수 있으며, 돌고 돌아 다시 우리의 목을 겨눌 수도 있다. 영화 '더 헌트'의 주인공에 대한 모든 의혹이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마녀사냥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그를 다시 노리고 있듯 말이다.
관련 < What >‘좌빨소주’ 괴담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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