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아이들 교육, 정치 논리에 휘둘려선 안된다

새 날 2013. 6. 1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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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위주의 획일적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높여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취지로 지난 2011년 3월, 서울형 혁신학교가 첫 문을 열었다.  당시 서울교육청은 곽노현 전 교육감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시기이며, 서울형 혁신학교는 올해 새로 지정된 6곳을 포함 모두 67개교가 있다.

 

서울형 혁신학교 정책 감사

 

그런데 최근 서울교육청이 혁신학교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첫 정책감사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서울교육청의 행보를 놓고 문용린 교육감이 곽노현 전 교육감의 핵심정책이었던 혁신학교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판단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용린 서울교육감은 올해 혁신학교의 성과를 검토한 후 사업 지속 여부를 결정하겠노라 누누이 밝혀왔기 때문이다.

 

서울형 혁신학교 분포도

 

이러한 서울교육청의 움직임과는 반대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지난 3월과 4월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연속 무산 처리됐던 서울혁신학교 조례안 제정을 다시 한번 추진, 혁신학교를 둘러싼 보수와 진보간의 이념싸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조례안에는 "혁신학교 운영 지원 위원회"를 구성, 혁신학교의 운영과 활성화를 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서울교육청은 해당 조례안이 교육감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혁신학교를 놓고 입법기관과 행정기관, 진보와 보수의 세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백년지대계는 어디로

 

혁신학교는 출범 당시부터 무수한 찬반 논란을 빚어왔던 제도다.  개인적으로 볼 때 혁신학교의 도입 취지와 운영 방식엔 공감하는 입장이지만, 우리네 입시 위주의 교육적 현실이 여전히 이 제도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혁신학교, 아직 그 가능성에 대해선 좀 더 지켜볼 여지 충분하다.  여기선 일단 혁신학교에 대한 공과 내지 양쪽의 찬반 논란에 대해선 논외로 한다. 



어떤 정책이나 제도엔 공과가 따르기 마련이며 행정기관에선 이를 지속적으로 보완 개선해 나가야 할 책무가 그들 앞에 놓여져 있다.  물론 잘못된 정책에 대해선 과감한 외과적 처방도 필요하며, 때론 폐기라는 극약 처방이 최선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혁신학교는 이제 출범한지 불과 2년밖에 안 된 제도다.  교육적 효과, 단기간 내에 얻어지지 않을 뿐더러 이를 당장 확인하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꽃도 채 피우기 전 이를 폐기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과연 온당한 일일까.  흔히들 교육을 백년지대계라 읊는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은 바로 코 앞의 전방 주시조차 없이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도입했다가 어느날 바로 또 폐기 처분하는 과거의 악습을 반복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념싸움으로 아이들 미래 망치게 하지 말아야

 

직접적으로 교육 서비스를 제공받는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의 혼란은 또 얼마나 크겠는가.  가뜩이나 입시제도의 잦은 변화로 인해 늘 혼란을 겪고 있을 학부모들 입장에선 이는 또 다른 불안 요인이다.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교육 수장의 정치적 성향 내지 이념이 달라질 때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이리 저리 뜯어고쳐지는 정책으로 인해 교육제도는 누더기가 되어 왔고, 이에 맡겨진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실험실의 쥐가 되어 반 강제로 온갖 베타 테스트를 당해와야만 했다.  

 

 

우리 아이들을 볼모로 놓고 벌이는 이념논쟁, 이젠 지겹다 못해 볼썽 사납다.  왜 어른들의 싸움에 아이들까지 끌어들여야 하나.  최소한 우리 아이들이라도 이러한 영역에서 자유로워야 하지 않을까?  어른들의 이념 논쟁에 휘말려 이쪽 저쪽 휘둘려온 우리 아이들의 장래에 자칫 악영향이라도 미치게 되면 과연 누가 책임질 텐가. 

 

물론 교육분야라고 하여 보수니 진보니 하는 진영 논리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이 분야 또한 사람 사는 세상일 터이니, 치열한 논쟁과 다툼,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인 것이며, 오히려 이것이 해당 분야의 발전과 성장에 자양분 역할을 톡톡히 해내리라 생각된다.  다만, 양 진영간 다툼이나 힘겨루기에서 오는 유탄이나 파편이 최소한 아이들에게까지 튀진 말아야 한다.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이 진영싸움에 의해 짓뭉개져선 안 된다.

 

예측 가능하지 않은 정책과 제도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지속적으로 혼란스럽게 할 것이며, 이러한 불합리하며 예측 불가능한 교육제도 하에서 성장한 아이들의 미래와 이들이 이끌어갈 국가의 장래에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임은 너무도 명약관화한 일일 것이다.

 

최소한 아이들 교육만이라도 정치적 논리에 휘둘려선 안 된다.  그 어떤 분야보다 안정적인 정책과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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