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안철수식 새정치, 진보적 자유주의에 대한 단상

새 날 2013. 6. 1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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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야권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던 안철수 의원에 대한 나의 기대와 호감, 여느 지지자분들과 비슷했다.  하지만 이는 18대 대선 전날까지만 유효했다.  적어도 내게는 그러했다. 

 

안철수, 그의 행보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 표명 이후에도 미적지근한 지원 활동으로 일관함과 동시에 그만의 특유한 애매모호 화법은 우릴 충분히 지치게 하였고, 결정적으로 대선 당일 홀연히 미국으로 떠난 무책임한 행동에선 그저 넋 놓고 그의 뒤통수만 바라보며 쓴 입맛만을 다셔야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솔직히 그에 대한 관심과 호감, 적어도 50% 이상은 공중분해되어 버렸고,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에서 귀국한 안철수 의원, 4.23 재보궐선거를 통해 서울 노원병 지역구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하며 정식 정치인으로서의 첫 발을 뗐다.  전혀 연고도 없었던 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사실과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전 의원의 연고지란 점에서 당시 무수한 논란이 오고 갔다.  어쨌거나 그는 이곳에서 이미 당선이 되었고, 나라고 하여 이에 대한 생각이 없었겠냐만 이미 지난 일, 말을 최대한 아끼겠다.

 

안철수 의원, 그의 뒤엔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화두가 하나 있다.  바로 "새정치"다.  안철수란 이름 석자엔 늘 새정치란 단어가 함께 따라 붙는다.  하지만 정작 새정치란 개념이 무언지 정체가 불분명하다.  물론 아직 그가 정치활동을 본격 가동하지 않은 측면도 있겠지만, 그의 애매한 태도와 화법에서 기인한 측면이 더 클 듯하다.  당사자인 안철수 의원에게 직접 물어도 여전히 모호하며, 에둘러 표현하는 대답만 돌아온다.  때문에 우린 안철수식 표현에 늘 조급증과 답답함을 느껴야만 했다.

 

새정치의 개념적 완성체, 진보적 자유주의

 

그랬던 그가 표면상으론 싱크탱크이지만 누가 보아도 향후 정치 세력화를 염두에 둔, 교두보 쯤의 역할을 하게 될 정책네트워크 "내일"을 창립하며, 그의 정치적 지향점을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지향점이란 다름 아닌 바로 "진보적 자유주의"이며, 이는 그가 늘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던 "새정치"의 이념적 개념의 완성체로 보인다.  오는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하는 "내일" 창립기념 세미나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공식화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념의 틀 안에 갇혀 양분된 대한민국, 거대 양당 체제로 인해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정치적 상황, 안 의원이 언급한 새정치란 바로 이를 극복한 정치 체제를 의미하는 듯하다.  그런데 "진보적 자유주의"란 용어, 별로 특별할 게 없어 보인다.  어감상으론 그저 단순한 진보 보수의 물리적 결합체 쯤으로 와 닿는다. 



이를 만들어낸 사람들은 큰 의미를 부여해가며 부연설명까지 곁들이고 있지만, 나와 같은 일반 대중들이 볼 땐 여전히 애매모호한 개념일 뿐이다.  우린 일찍이 박근혜정부가 국정 최대 목표 중 하나로 내세웠던 "창조경제"의 개념과 의미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억지스러움을 목도한 바 있다.  새정치의 정체성을 하나의 용어에 담아내기 위해 무척이나 고심한 흔적 역력하지만, 굳이 그들 스스로 그에 대한 정답을 억지춘향 격으로 만들어낼 필요까지 있었는가 싶다. 

 

진보적 자유주의란 용어, 그다지 새롭지 않다.  오히려 진보와 자유주의란 개념의 상충적 의미가 주는 뉘앙스 때문에 억지스러움마저 느껴진다.  정체성을 언어적 형식으로 굳이 이미지화하는 자체가 이미 구정치적 모습에 한 걸음 더 닿아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심지어 이는 마치 창조경제의 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해 청와대에서 만들었던 개념도 "창조경제 꽃"이 연상되기까지 한다.

 

야권도 아닌, 여권도 아닌, 그의 어정쩡한 행보 속에서 그가 지향하는 바 이미 간파된지 오래다.  결국 진보니 보수니 하는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양쪽 진영 모두를 아우르겠노라는 의지로 읽힌다.  좋게 표현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좀 더 솔직해져 볼까?  한 마디로 진보 세력도 놓치고 싶지 않고, 보수 세력도 놓치고 싶지 않은 속내를 한 단어로 축약하여 표현한 느낌이다. 

 

안철수, 그의 건투를 빈다

 

여전히 안철수란 인물에 거는 기대감, 여느 정치인들에 비하면 상당하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에 비해 세간의 기대감이 줄어든 것 만큼은 분명하다.  아울러 그의 우유부단한 화법과 행동은 여전히 답답함을 불러온다.  물론 그가 이제 발을 막 내딛기 시작하는 새내기 정치인에 불과하기에 아직 그의 진면목, 드러나지도 않았다.  이제 시작인 셈이다.  좀 더 지켜봐야 할 이유다.

 

현재의 진보세력들이 지리멸렬해졌다고 해서, 혹은 안철수 그 외엔 대안이 없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안 의원을 지지하리라 생각한다면 그건 큰 착각이다.  18대 대선 한 번으로 족하다.  이제까지는 안철수란 인물 개인의 후광 덕분에 기대와 관심을 불러 모았다 라고 하면, 앞으로는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대중적 평가가 그 앞에 놓여지게 된다.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다.  그의 건투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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