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국정원사건, 몸통은 숨고 깃털만 나부끼네

새 날 2013. 6. 17.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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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18대 대선 출마선언 1주년을 하루 앞둔 16일,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북한산 둘레길을 기자들과 함께 걸으며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였다. 

 

국정원 부분은 솔직히 조금 분노가 치민다.  사건의 일각이 드러났는데도 경찰이 수집한 증거자료까지 파기해버리고 왜곡된 발표를 한 건 거의 파렴치한 행위 수준이다.  수사결과를 보며 더욱 분노스러웠던 건 국가 기본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들이 발생했는데도 그에 대해 제대로 진실을 규명하고, 엄정하게 처리해 국가정보기관이나 검찰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오히려 정권 차원에서 이를 비호하려는 행태를 보였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의 책임 부분도 그는 명확히 밝혔다.  이번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여 엄정하게 처리하고, 국정원과 검찰을 바로 세울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박 대통령에게 주어진 책무이라는 것이 문 의원의 주장이다.

 

 

백번 맞는 말이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눈 하나 꿈쩍 않고 있고, 새누리당은 국면 전환을 노린 물타기에만 몰두하며, 야당과의 약속된 국정조사마저도 응해오지 않고 있다.

 

일선 경찰들의 사과 릴레이

 

한편 경찰이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을 축소 은폐 왜곡한 정황이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일선 경찰들의 페이스북 등 SNS 계정에는 "대한민국 현장경찰관이 국민여러분께 사과 드립니다"라는 제하의 글이 게시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이러한 행위마저도 윗선에서의 지시라 여기고 싶지 않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정원 사건으로 급전직하 나락으로 떨어진 경찰의 명예와 신뢰를 일선 경찰들 스스로 만회해 보려는 작은 몸부림 쯤으로 보여진다.  참담한 그들의 심경이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이다.  이를 바라봐야 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일선 경찰들의 자구책이 눈물겨울 만큼 안쓰럽게 여겨질 정도다.  사고는 정작 윗선에서 모두 쳐놓고 수습은 아래 직원들이 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선 경찰들의 사과 릴레이와 자정 노력만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경찰 조직에게로 향하고 있는 국민들의 불신과 따가운 우려의 시선을 거두어내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윗선의 실체가 과연 누구인지 밝혀내야 할 것이며, 그 배후 또한 명확하게 파헤쳐 이러한 일이 다시는 없게 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김용판 전 청장 배후 의혹 제기

 

한편 국정원 사건과 관련, 축소 수사 지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청장의 배후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국회에서 있었던 "민주당 국정원사건 진상조사특위 및 국회 법사위원 기자회견"에서의 박영선 의원의 입을 통해서다.

 

원세훈 전 원장의 불구속이 MB와 그의 측근들의 외압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면, 김 전 청장의 불구속은 TK 라인의 외압에 의한 불구속이라고 보고 있다.  김 전 청장의 배후가 '몸통'이라고 보고 있다.  김 전 청장의 배후, 김 전 청장과 12·16 직거래(경찰이 지난 대선 이틀 전인 12월 16일 심야에 긴급 수사중간결과를 발표하도록 지시했다는 의미)를 했던 사람들에 대한 제보가 민주당에 있다.

 

이 주장만을 놓고 볼 때 김용판 전 청장 조차도 이번 사건의 몸통이 아닌 깃털이라는 의미다.  결국 김 전 청장은 경찰의 윗선 중 하나를 희생양 삼아 몸통으로 위장시켜 이번 사건을 수습해 보려 한 배후의 희생양이란 얘기이고, 일선 경찰들의 눈물 겨운 사과 릴레이는 그에 보조를 맞춘 퍼포먼스 쯤으로 해석된다.  몸통은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깃털만 나부끼고 있는 형국이다.

 

사건의 실체는 점차 몸통으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국정원 사건에 대해 여전히 물타기 공작을 벌이고 있다.  16일 김태흠 원내대변인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번 사건은 민주당이 국가기관인 국정원 직원을 교사해 선거에 이용한 국기문란사건"이라고 주장하며,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국정조사를 할만한 알맹이가 없다.  원 전 원장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은 내용적 측면에서 불충분하니 앞으로 재판결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반박하며, 국정조사를 약속했었던 여야 합의마저도 일방적으로 뭉개버린 것이다.

 

집권당의 적반하장 태도와 청와대의 침묵에는 모종의 보이지 않는 손의 움직임이 있는 듯하다.  이들에겐 눈에 보이지 않는 끈끈한 유대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상호간 교감을 이루며, 이번 사건에 대해 공통으로 일사분란하게 대응하고 있는 느낌을 준다.  이들은 여전히 민의 따위에 대해선 안중에도 없는 태도다.  민주화 이래 사상 초유의 사태인 국가정보기관과 검, 경의 3콤보 국기문란사태를 대충 덮고 가려는 속내를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더디지만 사건의 실체가 점차 몸통을 향해 다가서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청장의, 검찰이 밝힌 범행 동기 부분이 여전히 석연찮다.  때문에 이들은 몸통이 아닌, 또 하나의 약간 큰 깃털이며, 배후인 윗선에 의한 희생양에 불과할 것이란 추측이 가능해지는 부분이다. 

 

검찰이 남은 수사를 통해 이번 사건의 몸통인 그 윗선을 밝혀낼 수 있을지의 여부는 불투명하다.  아니 이제껏의 행태를 놓고 볼 땐 그럴 의지, 없어 보인다.  결국 국정조사를 통해 낱낱이 밝혀내는 수밖에 없다.  문재인 의원이 언급한 박 대통령의 책무란 것도 결국 국정조사를 통해서나 일부 가능해질 듯하다.  새누리당은 빠른 시간 내에 국정조사에 응해야 한다.  밍기적거리며 시간끌기로 버틴다는 것은 민의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점,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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