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코믹과 추리,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았나? '탐정: 리턴즈'

새 날 2018. 6. 1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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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방을 운영하던 강대만(권상우)은 가게를 다른 사람(김광규)에게 넘기고, 전직 경찰 출신 노태수(성동일)와 의기투합, 탐정 사무소를 개업한다.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바바리를 걸치는 등 외양은 기세등등한 멋진 탐정의 그것을 온전히 빼닮았으나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사건 의뢰를 해 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썰렁한 사무실에는 파리만 들끓었다. 이런 처지 속에서 거리 곳곳에 누군가 붙여놓은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찾습니다' 전단지에 눈길이 쏠리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그들에게 마지막 남은 알량한 자존심은 적어도 이처럼 소소한 건만큼은 결코 허락치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홍보차 들른 경찰서에서 약혼남의 억울한 죽음을 재조사해달라며 하소연하던 한 의뢰인을 우연히 만나게 된 대만, 명함을 그녀에게 건네며 사무실로 한 번 찾아와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 며칠 뒤 그녀가 사무실에 나타났다. 더구나 5천만 원이라는 거액의 성공 보수를 약속하면서 말이다. 이거 실화일까? 높은 액수에 그만 눈이 휘둥그레지고 만 대만, 부리나케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작품을 관람하지 않고서도 대략 어떤 방향으로 극이 흘러갈지 예측 가능한 범주의 몇 안 되는 영화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시작하여 그렇게 끝나버리고 말았다. 기대 따위는 애초에 하지 않았음에도 실망감을 감출 수 없게 한다. 어리버리한 두 사람이 탐정 사무소를 개설, 우여곡절 끝에 사건을 의뢰 받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면서도 결국 극적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파헤쳐 이를 해결한다는 지극히 뻔한 설정이다. 



이런 장르의 영화가 대중적인 흥행을 거두기 쉽지 않은 건 바로 코믹과 추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어땠을까? 권상우와 성동일 두 사람의 어딘가 모르게 어설프면서도 썰렁한 관계에 배우 이광수가 가세하면서 웃음 코드의 대부분을 그 혼자 만들어내고 있는 모양새다. 그의 고군분투가 그나마 코믹이라는 장르적 특성의 결만큼은 유지하게 하는 듯싶었다. 



그렇다면 추리로서의 요소는 어땠을까? 영화속 형제보육원은 수 년 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형제복지원을 떠올리게 하는 등 운영 주체의 부조리한 면모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게 하는 장치이다. 겉으로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없이 고마운 존재인 양 행세하면서 뒤로는 온갖 파렴치하면서도 끔찍한 행위를 일삼는, 흡사 형제복지원의 사례처럼 우리 사회 어딘가에는 반드시 있을 법한 전형적인 사회악이자 괴물의 형상을 띠던 참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토대가 되는 범죄의 소재는 식상하기 짝이 없다. 흡사 사골을 우려내듯 그동안 범죄 행위를 다뤄온 무수한 우리 영화 단골 소재의 그것이었다. 그래도 전면에 탐정이라는 이름을 내걸었으니, 코믹뿐 아니라 추리 요소 역시 관객들의 기대감을 일정 수준으로는 충족시켜주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전개가 다소 어설프더라도 무언가 창의적이고 기발한 소재 및 이야기를 만들어냈더라면, 적어도 관람 도중 조는 불상사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이 작품과 같은 장르이면서 비슷한 방식의 시리즈물인 '조선명탐정'과 비교하게 된다. 이 시리즈는 세 편에 걸쳐 제작되었고, 나름 탄탄한 시나리오를 자랑한다. 첫 작품은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 나도 당시 무척 재밌게 관람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김명민과 오달수의 코믹 캐미가 빛을 발휘하였고, 추리물로서는 드물게 현대물이 아닌 시대물이었다는 점도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2편 3편에 이르면서 시리즈가 더해 갈수록 관객들은 더 이상 이 작품에 애정을 쏟지 않는 듯싶었다. 제아무리 주연 여배우가 시리즈마다 매번 바뀌고 사건 또한 스케일이 커져 갔음에도, 첫 편과 별반 다르지 않은 두 주인공의 일관된 코믹 연기와 식상한 소재의 추리극은 더 이상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는 무리였다. 그렇고 그런 뻔한 이야기와 전개로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들의 흥미를 이끌어낸다는 건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이번 작품 시리즈는 시간적 배경을 고스란히 현대로 옮겨왔을 뿐 이야기의 전개 방식이나 장르적 특성은 조선명탐정 시리즈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시리즈물로 계속해서 흥행을 이어가려 한다면 조금 더 치밀한 고민이 뒷받침돼야 할 듯싶으며, 그럴 자신이 없다면 더 이상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해당 시리즈물은 이제 그만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감독  이언희


* 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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