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행복과 성공을 향한 각기 다른 두 방식 '파운더'

새 날 2018. 6. 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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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셰이크 믹서기 판매원인 레이 크록(마이클 키튼)은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믹서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던 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식당 업주들은 그의 열띤 믹서기 홍보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했다. 덕분에 매번 허탕치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점포에서 무려 여섯 대의 믹서기를 주문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 대도 아닌 여섯 대를 점포 한 곳에서 주문한다는 건 웬만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잘못된 주문일 것이라 지레 짐작한 그는 해당 점포에 확인차 연락을 취해본다. 맥도날드라 불리는 가게였으며, 워낙 바빠서 오히려 믹서기 여섯 대로도 부족한 실정이란다. 어떤 점포인지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던 그는 가뜩이나 넓디 넓은 미국 영토인 데다가 동에서 서로 횡단해야 할 만큼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맥도날드를 찾아가는 수고로움을 자처한다. 


딕 맥도날드(닉 오퍼맨)와 맥 맥도날드(존 캐럴 린치) 두 형제가 공동으로 창업한 햄버거 가게 맥도날드는 1950년대 당시엔 결코 볼 수 없었던 오늘날 패스트푸드점의 원조라 불릴 만큼 빼어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으면 불과 30초만에 음식이 만들어졌으며,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언제 어디에서든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테이크아웃 형태로 제공되고 있었다. 



당시엔 자동차 안에서 주문이 이뤄지고 음식을 제공 받던 드라이브 인 시스템이 대세였던 터라 이러한 체계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했다. 해당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두 형제는 직접 주방을 설계하는 등 고군분투해 왔다. 맥도날드 형제들의 혁신적인 시스템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크록은 이에 대한 사업화의 성공 가능성을 진작에 간파하고 그들에게 프랜차이즈화할 것을 제안하는데...



현재 100개가 넘는 국가에 진출해 있으며, 매일 전 세계 인구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있는 글로벌 패스트푸드 기업 '맥도날드'의 탄생 과정에 얽힌 비화를 그린 영화다. 맥도날드는 두 형제가 창업한 작은 가게가 모태다. 그러나 지금처럼 전 세계에 프랜차이즈 형태의 글로벌 기업체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된 건 전적으로 레이 크록이라는 사람 덕분이다. 



두 형제와 레이 크록의 성향은 극과 극이었다. 딕과 맥 형제는 원칙주의자에 가까웠다. 순박한 성품의 두 사람은 우애가 남달랐으며, 수 차례의 시행착오와 각고의 노력 끝에 당시에는 결코 볼 수 없었던 패스트푸드 시스템을 선보이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가족을 위한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다. 반면 레이 크록은 성공과 야망에 자신의 모든 걸 내건 욕심 많은 인물이었다. 



밀크셰이크 믹서기 판매뿐 아니라 그동안 그가 손대지 않았던 영역이 없을 정도로 성공을 향한 그의 집념은 눈물 겨운 종류의 것이었다. 덕분에 아내(로라 던)와 붙어 있는 시간보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언제나 뒤에서 조용히 레이 크록을 응원해주던 한결 같은 사람은 마음씨 고운 그의 아내뿐이었다. 레이 크록은 다른 가게들과는 모든 면에서 현저하게 달랐던 맥도날드를 보자마자 바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품게 된다. 



이를 프랜차이즈화하여 미국 전역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더 나아가 전 세계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도록 하고 싶어 했다. 맥도날드 형제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성사시킨 뒤 그는 무서운 속도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하지만 사업 확장보다는 내실을 원했던 두 형제는 레이 크록의 이러한 행보가 못마땅하기 짝이 없었다. 두 진영 사이에 골이 패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깊이는 더해가기 만하는데...



맥도날드 형제는 사업을 크게 확장시켜 많은 돈을 벌어들이기보다는 서비스 본연에 충실하려는 성향이 강했고, 레이 크록은 패스트푸드라는 획기적인 서비스 시스템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아 전 세계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등 자본주의 시스템에 어느 누구보다 최적화된 인물이었다. 모름지기 레이 크록이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우리가 사는 지역 구석구석까지 꼼꼼하게 파고들어와 햄버거를 공급해주는 맥도날드 점포들은 사실상 구경조차 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레이 크록은 애시당초 돈과 사회적 지위를 얻고 이를 누리는 데 모든 관심과 역량을 집중시켰다. 이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맥도날드는 최적의 브랜드였다. 그의 성공을 향한 욕망이 절정에 달하는 지점은 어려운 시절 그의 내조를 위해 애써 왔던 조강지처를 단박에 버리고, 그와 비슷한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욕망덩어리를 내면에 간직한 여성 조안(린다 카델리니)과 결합하는 장면이다. 


성공이라는 잣대는 행복을 누리는 방식이 제각기 다르듯 모든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올 테다. 그러한 잣대에 따라 누군가는 맥도날드 형제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 옳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레이 크록의 큰 야망을 이뤄가는 그만의 방식이 옳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두 가지 방식에 대해 누가 옳고 그른 것인가에 대한 가치판단 같은 건 일절 없다. 관객 저마다의 몫으로 남겨 둔 셈이다. 우리는 맥도날드 형제와 레이 크록 두 진영의 상반된 성향을 바라보면서 성공이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삶을 통해 진정으로 지향해야 하는 건 무엇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행복과 성공의 방식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하게 하는 영화다.


시류에 따라 적절히 변화하는 게 이 시대에 걸맞는 처세술이라며 누군가는 레이 크록을 두둔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성공이란 비단 돈과 권력, 지위 등이 전부는 아니다. 삶은 다양성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사실 일과 가정, 인간관계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할 만한 요소가 없다. 진정한 성공이란 아마도 이러한 요소들이 적절히 균형을 이룰 때라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다.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 형제로부터 상표 사용을 비롯한 사업권을 모두 앗아간 뒤 끈기가 자신의 성공 비결이었노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의 성공보다는 비록 소박한 규모로 점포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맥도날드 형제의 그 우직한 사업 운영 방식과 삶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가 내겐 더 끌린다. 



감독  존 리 행콕


* 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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