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연대와 헌신의 나비효과 '벤딩 디 아크: 세상을 바꾸는 힘'

새 날 2018. 4. 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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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의대생 폴 파머는 아프리카 아이티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펼치던 도중 결핵에 감염되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사람들의 참상을 목도하게 된다. 결핵은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완치가 가능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아이티 현지인들의 현실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무엇보다 가난이 죄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하다가 맥없이 숨져갔다. 오직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고통을 겪고 있는 현실이 그에겐 너무도 불합리하게 와닿았다. 



그는 그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신념과 생각을 갖고 있던, 곧 그의 삶을 일정한 방향으로 인도하고 함께하게 될 사회운동가 오필리아 달, 그리고 의대생인 김용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고 의기투합 끝에 비영리 의료단체인 '파트너스 인 헬스'를 설립한다. 이들은 가난으로 인해 질병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조직적으로 돕고자 본격적인 의료 활동에 나서는데... 



돈의 역학 관계는 국가 간에도 예외일 수 없다. 극빈층에게는 치료보다 예방만이 최선이라는 잔인한 논리를 앞세우는 선진국과 그들의 영향력 하에 놓인 국제기구의 현실을 비추고, 아프리카와 남미 등 의료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수많은 사람들이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현장을 몸소 찾아다니면서 갖은 어려움을 극복한 끝에 만인의 의료를 위해 평생 힘을 쏟은 폴 파머, 김용, 오필리아 달 등의 고군분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힘과 자본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 선진국들은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이 돈이 없어 질병을 치료하지 못해 숨져가는 끔찍한 현실을 인지하면서도 모른 척 외면하기 바쁘다. 국제적인 협력을 위해 설립한 국제기구마저도 예외가 아니다. 치료가 가능한 약품이 이미 개발돼 있으나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그들의 기준에서 수준 이하에 해당하는 개발도상국가엔 약품 공급을 아예 중단시키는 조치를 취한다. 


말도 안 되는 이러한 현실에 세 사람은 피가 거꾸로 솟을 판이다. 생명에 등급을 매겨놓은 것과 진배없으니 말이다. 잘사는 국가는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을 게으르고 바보처럼 여기기 일쑤인 터라 약품을 제공해주어도 치료 효과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세 사람은 이에 대해 지독한 편견이라며 그저 환경의 문제일 뿐 가난이나 사람의 문제는 결코 아니라고 힘주어 주장한다. 물론 객관적인 자료와 절차를 통해 이를 직접 입증해보이는 그들이다. 



교통 등 사회간접자본의 태부족으로 의료기관의 접근성이 좋지 않은 현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해당 지역 사람들을 활용한 지역 보건 요원들을 촘촘히 투입, 질병 관리에 나서며 눈에 띄는 효과를 거둔다. 이들의 고군분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아이티와 페루에서 창궐한 결핵 문제를 해결하니, 이번엔 에이즈가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에볼라 바이러스로 또 다시 홍역을 치르게 된다. 지진으로 수십만 명이 죽고 폐허로 돌변한 아이티, 내전으로 엉망이 된 르완다에서도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은 쉼이 없다. 



그들은 자신들의 지난한 치료 과정을 통해 얻은 긍정적인 효험을 설득력 있게 제시, 가난에 대한 선진국들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부자와 똑같은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인식으로 점차 개선시키는 데 성공을 거두며 전 세계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온다. 지역 보건 요원을 투입시켰던 것처럼 문제점이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 이를 반영하고, 노력의 산물인 국제기구와 선진국들로부터 지원 받은 기금은 또 다시 개발도상국들의 보건 의료 체계를 갖추는 일에 쏟아붓는다. 선순환을 노린 조치다.



이들의 활동이 유독 빛날 수 있었던 건 누구나 쉽게 할 수 없으며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진정한 선의에서 비롯된 행위들 때문이 아닐까? 아울러 결코 질병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던 빈곤 국가의 환자들이 이들의 도움으로 기적처럼 살아나 건강을 회복한 뒤 사회 봉사 활동을 통해 또 다시 이 세상을 위해 연대하고 헌신하는 아름다운 나비효과야 말로 이 세상을 바꾸게 하는 진정한 힘 아니었을까?



감독  키프 데이비슨, 페드로 코스


* 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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