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안철수, 그는 정치 괴물인가 아닌가

새 날 2018. 2. 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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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라는 이름 석자가 서울시장, 그리고 대통령 후보로 인구에 회자되고, 그에 힘입어 처음 정치판에 발을 내디딜 때만 해도 메시아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특급 구원투수 정도는 돼 보였다. V3와 청년 멘토로 대변되는 그의 모습은 참신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정치인 안철수라는 호칭이 이직은 어색하게 다가오던 시절, '새정치'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온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희망이었다. 


문재인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뒤 18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던 당일, 그는 미국으로 홀연히 떠났다. 난 그런 그가 의아했다. 왜 그런 행동을 취했던 걸까?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안철수의 행동은 사실 많이 미심쩍었으나 그래도 대중들은 안철수를 이해해주며 그가 지닌 허물마저도 너그러이 덮어주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안철수는 본격 정치판으로 뛰어든다.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것이다. 이후 다야 구도로 어려움을 겪던 그는 무언가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2014년 현재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전신 민주당과 안철수의 새정치연합은 우여곡절 끝에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이름으로 합당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이후에도 악재는 계속됐다. 선거에서 연거푸 패배, 당은 자중지란에 빠져들게 되고, 안철수는 당 내부에서 끊임없이 분란을 일으키는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한다. 당시 문재인 대표가 내미는 손길도 그는 모두 마다했다. 혁신위원장 자리며, 인재영입위원장 자리까지 그에게 모든 권한을 주고 양보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고사하고 만 안철수다. 물론 그가 당시 왜 그랬는가에 대해선 작금의 행보가 잘 대변해준다. 안철수의 목적은 뚜렷했다. 



결국 당을 쪼갠 뒤 뛰쳐나가 새로운 당을 창당한다. 안철수는 그렇게 2016년 총선 직전 '중도 개혁'과 '양당체제의 종식'을 표방하며 더불어민주당 내 일부 호남 세력을 이끌고 국민의당을 만들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19대 대선이 조기에 실시되고 그는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게 된다. 그랬던 그가 또 다시 국민의당을 들쑤셔놓기 시작했다. 당 내부의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정당인 '바른미래당'은 이렇게 탄생, 13일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말이 통합이지 민주당을 쪼개 국민의당을 만들었듯이 결과적으로는 또 다시 국민의당을 미래바른당과 민주평화당으로 갈라놓은 셈이다. 물리적이 됐든 화학적이 됐든 둘의 결합은 도무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가 민주당을 뛰쳐나간 뒤 국민의당을 만들었을 때처럼 말이다. 안철수 그가 가는 곳은 어디가 됐든 늘 불협화음이 뒤따라 다녔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안철수 그의 정치 행보는 한 마디로 갈짓자다. 


ⓒ뉴스1


물론 그가 왜 그리 행동하는가에 대해선 짚이는 바 있다. 그의 권력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어떡하든 대권을 잡겠노라는 욕심이 그동안의 행보에 고스란히 담겨있다.(심지어 얼굴 모양새마저도 변한 느낌이다) 새정치로 시작된 그의 정치는 필요에 따라 옷을 갈아입어왔다. 오로지 대권 가도를 달리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버리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다른 것으로 바꾸는 등 어찌 보면 우직하게 단 하나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던 셈이다. 


마지막 퍼즐조각을 맞춘 뒤 완성된 모습을 놓고 보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상황이다. 입으로는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며 부르짖다가도 그가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전국적으로 번진 촛불집회 때 왜 정작 모습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는지 그 속내와 의혹마저도 모두 깨끗이 해소된다. '새정치'를 내세우며 정치에 입문했으나 그가 그동안 대중들에게 보여주었던 건 오히려 기존의 행태보다 더욱 구태의연한 것들뿐이다. 합당과 분당을 밥 먹듯이 하고 이념과 노선 따위도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오로지 권력을 쥐려는 것만이 목표로 비칠 뿐이다. 


안철수는 13일 창당을 선언한 출범대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으로 나뉘어 싸우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당장 심판해야 한다. 그동안 정치는 양당제가 키워낸 특권정치, 기득권 정치, 패권정치가 아니었나. 이 정치 괴물은 권력을 사유화해 우리 사회를 괴물 집단으로 만들었다. 앞으로는 바른미래당이 이념과 진영을 넘어 문제해결 정당이 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 괴물은 정작 누구인지 안철수 그에게 되묻고 싶다. 그가 추구하는 목표에 따라 그동안의 정치 행보는 일정한 패턴을 그려왔는데, 그렇다면 이번에 합당한 미래바른당 역시 분란과 파괴는 이미 예약돼 있는 셈 아닐까 싶다. 물론 통합되기 이전 두 정당의 DNA는 절대로 상호 호환이 불가능할 만큼 각기 다르다. 더구나 안철수는 이른바 정당 파괴 종결자다. 그가 가는 곳마다 모두 파괴됐다. 이는 팩트다. 아울러 양 진영을 싸잡아 비난하는 양비론 방식의 정치 노선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어쩌면 가장 손쉬운 형태의 정치일지도 모른다. 안철수는 오로지 권력욕에 사로잡혀 지금 양비론 정치의 재미에 흠뻑 빠져든 모양새다. 그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심지어 파괴되거나 찢어지는 아픔을 겪어 왔으니 안철수가 언급한 정치 괴물은 곧 자기 자신이 아니면 누구겠는가.


정당의 궁극적인 목적은 권력 쟁취다. 그렇게만 본다면 정치인 안철수는 비록 분란을 일으키며 끊임없이 정당을 쪼개고 새로 만들어왔지만, 본연의 역할만큼은 아주 충실히 잘 이행하고 있는 셈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가 지닌 모든 정치적 역량을 오로지 권력 쟁취에만 쏟아붓고 있는 탓에 주변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는 건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초상화갤러리에서 자신과 부인 미셸의 초상화를 공개하면서 정치란 모름지기 사회에서 잘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을 조명하고 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정당을 출범시키며 미래의 단꿈에 푹 빠져 있을 안철수 전 대표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정치를 하겠다고 한다면 진정으로 새겨들어야 할 덕목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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