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김일성 가면 뒤에 숨은 비겁한 세력이여, 진짜 가면을 벗어라

새 날 2018. 2. 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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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응원단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그들이 벌이는 응원 퍼포먼스뿐 아니라 일거수일투족 하나하나까지 대중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이 지나쳤던 걸까? 급기야 해프닝이 벌어지고 말았다. 10일 북한 내 최고 인기 인민 배우의 얼굴, 구체적으로는 리영호라고 한다, 이 그려진 가면을 쓰고 응원을 벌이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는데, 모 언론사 기자가 이를 취재하면서 제대로 된 확인 절차 없이 '김일성 가면'이라고 엉터리 기사를 내보내는 바람에 대한민국 전체가 발칵 뒤집힌 것이다. 


평화의 제전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남한을 방문하긴 했으나 북한은 여전히 이론상 우리의 주적이자 현실적으로도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서로 총부리를 겨눈 채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존재다. 김일성이라는 인물이 갖는 상징성은 크다. 남북 분단을 이끈 그는 여전히 메카시즘이 횡행하는 우리 사회엔 일종의 트라우마다. 과거 북한, 공산주의 그리고 김일성은 한 몸 같은 존재였다. 그의 아들 김정일은 햇볕정책을 펼치던 김대중 노무현 두 전임 대통령과 얼굴을 맞대고 정상회담을 치른 덕분에 우리에겐 그나마 친숙하게 다가오지만, 그의 아버지 김일성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북한 응원단이 사용한 가면과 관련하여 사전에 알려진 바는 일절 없다. 때문에 이를 지켜본 이들이 모 언론사 기자가 그랬던 것처럼 단박에 누군가의 이미지를 떠올렸을 개연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평소 메카시즘적 고정관념이 굳건하다면, 그 이미지가 시각신경을 통해 타고 들어온 정보와 뒤섞여 대뇌에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북한의 건국 영웅 김일성의 젊은 시절 얼굴을 떠올렸음직도 하다. 아울러 그러한 현상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건 어찌 보면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내렸기에 가능한 결과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 해당 기자가 이번 해프닝을 촉발시키지 않았더라도, 우리가 북한의 유명 인민 배우 리영호를 알고 있지 않는 이상, 아울러 가면에 그려진 그림이 특정 인물을 누구나 알아볼 수 있도록 빼어나게 특징을 아주 잘 묘사한 게 아닌 이상, 많은 이들 역시 동일 인물을 떠올렸을 수도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때문에 이번 해프닝은 우리 사회가 이러한 담론을 자유롭게 광장에서 터놓고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새삼 건강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도 한다. 


ⓒ여성신문


다만, 몇가지 점에서 아쉬운 점이 전혀 없지는 않다. 우선 근래 기자라는 직업인들이 왜 '기레기'라고 불리는지를 곰곰이 되짚어보게 한다. 자성은커녕 객관적인 사실만을 있는 그대로 보도해야 할 책무마저 망각한 채 기자 본인의 지극히 사적인 트라우마 내지 망상 따위를 기사로 발현시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후폭풍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겠다. 우리가 보고 느낀 그대로다. 


뿐만 아니다. 문재인 정부, 그리고 북한과의 평화적인 관계 정착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세력들이, 그러니까 분단 및 냉전 상황 고착으로 그동안 무언가 이득을 취해왔고 앞으로도 그러기를 바라는 세력들이, 평창올림픽의 북한 참가를 기화로 이번 동계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 폄하하면서 색깔론으로 몰아간 데 이어, 작금의 '김일성 가면' 해프닝 역시 그들의 이념 선동과 선전전에 적극 끌어들여 여론전을 펼치는 데 여념이 없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에 진정으로 해악을 가하는 존재가 과연 누구인가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결과물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가면이란, 얼굴을 감추거나 달리 꾸미기 위하여 종이 따위로 만들어 얼굴에 뒤집어 쓰는 물건이다. 북한 응원단이 얼굴 위에 썼던 건 단지 응원 퍼포먼스를 벌이기 위한 한낱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로 가면을 쓰고 무언가를 감추려 한 건, 되레 그러한 속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뻔뻔하게 전가의 보도인 양 또 다시 이를 이념 선전의 도구로 삼고 나선 바로 그들이다. 남이 보거나 찾아내지 못하도록, 아울러 자신들의 진짜 속내 따위를 절대로 모르게 가리거나 꽁꽁 숨기기 위해, 정작 '김일성 가면'이라는 허상 뒤에 숨어 가면 놀이에 몰두한 건 바로 그들이다. 


한편,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의 남한 방문으로 살얼음을 걷던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평화를 향해 급물살을 타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과의 정상회담도 곧 이뤄질 전망이다. 북한과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의 기운을 몰아내어 궁극적으로 평화의 꽃이 활짝 피기를 바라는 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바라고 또 바라던 바다. 하지만 앞서도 살펴봤듯 우리 내부뿐 아니라 주변을 둘러싼 환경 또한 녹록치가 못하다.


트럼프를 위시한 미국의 반응은 영 떨떠름하기만 하다. 겉으로는 아닌 척 우리의 손을 들어주고는 있으나 그 속내는 몹시 불편하고 복잡해 보인다. 북한을 그들의 의지대로 통제하려던 계획이 우리로 인해 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평창올림픽 주관방송사인 미국 NBC 방송이 일본과 관련한 망언을 쏟아냈다. 비록 사과를 했으나, 그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의 일단이 읽히는 대목이다. 해당 망언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일본 역시 남북정상회담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자, 이쯤 되면 우리에게 진정으로 해악을 끼치려는 자가 누구인지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가? 김일성 가면 뒤에 숨은 비겁한 세력이여, 진짜 가면을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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