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평창동계올림픽, 왜 성공할 수밖에 없나

새 날 2018. 2. 1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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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없는 드라마, 평창 동계 올림픽의 막이 올랐다. 이번 올림픽이 실제로 개최되기까지는 숱한 역경이 뒤따랐다. 준비 과정도 만만찮았다. 아울러 자원봉사자 처우 등과 관련한 잡음 등도 끊이지 않았다. 중간에 정권이 교체되는 예상 밖의 일도 겪었다. 많은 우여곡절을 경험한 터라 과연 이번 대회가 온전히 치러질 수 있을까 하는 우려 섞인 시선은 갈수록 늘어만 갔다. 


더구나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빌미로 평양올림픽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해가며 우리 스스로를 깎아내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최근엔 '김일성 가면' 해프닝으로 한 술 더 뜬 일도 있었다. 누군가는 올림픽이 실패하기만을 바라고 있음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회식은 무사히 치러졌고, 어느덧 대회 3일차로 접어들었다. 촉박한 시간과 녹록치 않은 예산으로 준비한 개회식 치고는 국내외로부터 꽤나 좋은 평가가 나오고 있는 대목은 그나마 상당히 고무적이다. 


외신들은 지난 9일 개회식에 등장한 스노우 보더와 오륜기 퍼포먼스를 개회식 명장면으로 꼽으면서 첨단 기술과 전통 문화를 성공적으로 융합한 사례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이러한 요소들은 이번 올림픽을 성공으로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짐작케 한다. 하지만 난 또 다른 측면에서 이번 올림픽이 반드시 성공을 거둘 수밖에 없으리라 확신한다.



무대 위에서의 화려한 연출과 성공을 위해 뒤에서 이를 도우며 고된 땀방울을 흘리는 이들은 의외로 많다. 이번 평창 올림픽 또한 그들의 도움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9일 치러진 개회식 무대는 도합 2200여 명의 출연진이 혼연일체가 되어 만들어낸 멋진 작품이었다. 이들은 이날 정확히 2시간 동안의 공연을 위해 오로지 개회식 하나만을 바라보며 지난 4개월 동안 고군분투해왔다. 리허설을 10여 차례 이상 치를 정도로 고되고 지난한 과정이었다. 어쨌든 개회식은 종료됐다. 화려했던 조명이 꺼짐과 동시에 이들은 조용히 무대 뒤로 퇴장해야만 했다. 


그러나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개회식이 끝난 뒤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는 출연진들을 위한 깜짝 이벤트가 개최된 것이다. 지난 4개월 동안 강행군을 펼친 개회식 출연진의 이름 하나하나가 관중석마다 설치된 LED 조명에 아로새겨지기 시작했다. LED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오는 순간, 너무 감동을 받아 하마터면 울 뻔했다던 한 출연진의 당시 심경 고백은 이 이벤트가 얼마나 큰 위안으로 다가오게 하는가를 짐작케 하고도 남는다. 출연진들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의 영상도 5분 동안 전광판을 장식했다. 낮은 곳에서 묵묵히 고된 일을 수행하던 그들을 격려하기 위한, 그야말로 깜짝 이벤트였다. 


ⓒ서울신문


뿐만 아니다. 개회식 무대 위에서 공연 등을 펼치며 대회 성공에 밑거름이 되어준 앞서의 출연진들 외에도 아무런 금전적인 대가 없이 오로지 대회의 성공만을 바라며 스스로의 재능을 기꺼이 기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바로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의 등을 토닥여준 건 다름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개회식이 끝난 뒤 이들을 직접 찾아가 악수를 청하며 격려했다. 하루의 고된 일과를 마치고 돌아서려던 이들에게도, 앞서 개회식 출연진들의 사례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격려와 악수는 그야말로 깜짝 선물이었던 셈이다. 감격스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중앙일보


비록 올림픽 무대 위에서 뛰는 선수들처럼 화려하지도 않으며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지만, 가장 험하고 낮은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대회가 잘 치러지도록 도움을 주는 그들이야말로 이번 올림픽의 또 다른 주인공이자 수훈갑이다. 금빛 은빛 혹은 동빛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건 누구나 원하는 일인 데다가 하고 싶어하는 일일 테다. 반대로 이들처럼 뒤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이들에게 다가서려는 일은 생색을 내봐야 아무런 티도 나지 않는 까닭에 대개 꺼려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이번 정부는 '사람이 먼저다'라며 늘 입버릇처럼 말하던 모습 그대로 이렇듯 숨은 곳에서 조용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이들까지 일일이 찾아 다니며 격려하고, 그들의 노고에 대해 아낌없이 수고했노라며 감사의 이벤트를 개최하는 모습을 보니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이 어찌 성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싶다. 이 또한 각본 없는 드라마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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