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광우병 파동 10년,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

새 날 2018. 1. 1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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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이 10억 달러를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에서 11월까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10억9601만 달러, 우리 돈으로 1조1663억 원을 넘어선 것이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 통계가 제공된 2000년 이래 연간 수입액이 10억 달러를 초과한 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와 함게 점유율도 높아졌다. 2003년 이후 14년 만에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시장 점유율 50%를 돌파한 것이다. 반면 2006년 78.8%까지 치솟았던 호주산 쇠고기의 점유율은 지난 해 43.6%까지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파동을 극복하고 꾸준히 공세를 펼치더니 결국 대역전극을 펼친 셈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생활 주변에서도 확연히 느껴진다. 한때 광우병 때문에 내놓기를 조심스러워하던 식당가는 어느새 미국산 쇠고기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소비자들 역시 큰 반감 없이 이를 이용하고 있는 추세다. 육류를 취급하는 마트에서도 미국산 쇠고기는 천덕꾸러기에서 주류로 환골탈태한 지 이미 오래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좋지 않던 정서는 이러한 분위기로 인해 많이 누그러졌다. 아니 완전히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3년 미국 내 광우병이 확인되면서 수입이 전면 금지됐다가 쇠고기 수입 재개 압박이 가해지면서 수차례에 걸친 한미 정부 간 협상이 이뤄졌고 급기야 2008년에는 ‘30개월 미만’ 제품의 수입 재개를 결정, 꾸준히 우리 식탁을 점령해온 덕분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오늘 아침에 전달된 소식은 다소 뜨악한 내용이다. 인간광우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가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고 하니 말이다. 경향신문의 단독보도를 통해서다. 그동안 미국의 적극적인 공세 및 전방위적인 압박과 정부의 느슨한 정책이 어우러지며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의 식탁을 야금야금 점령해온 건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다시금 광우병이라니, 그동안 잊고 지내온 공포를 새삼 상기시킨다.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본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국내에서 ‘프리온 질환’ 의심 증상으로 검사를 받은 건수는 328건으로, 2016년 289건에 비해 1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의심 증상으로 검사를 받은 328건 가운데 이상 소견을 보인 사례가 109건에 이르며, 이는 2016년 69건을 훌쩍 넘어선 기록이라고 한다.


ⓒ연합뉴스


‘프리온’은 광우병을 유발하는 인자로 알려져 있으며, 프리온 질환의 변종이 다름 아닌 ‘인간광우병’이란다. 이에 감염되면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려 뇌 기능을 아예 잃게 되고,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2년 안에 숨을 거두게 된단다. 인간광우병이 감염되는 경로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나 이것을 가공한 식품을 섭취할 경우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히 10년 전 대한민국을 들끓게 한 이른바 광우병 파동의 중추가 바로 광우병 감염이 염려됐던 미국산 쇠고기였던 것처럼 말이다. 


프리온 질환과 인간광우병 감염자의 증상은 비슷한 까닭에 반드시 해부를 통한 뇌조직 검사를 실시, 인간광우병에 걸렸는지의 여부를 확인해야 하나 국내에서는 뇌조직 검사 등을 의무화하지 않아 인간광우병 감염 여부에 대한 진단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한다. 진단이 불가능하니 역학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단다. 결과적으로 프리온 질환 의심 환자들이 인간광우병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전혀 알려진 바 없으며, 따라서 급증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와의 인과관계도 일절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10년 전 전국을 삽시간에 공포로 몰아넣으며 파동으로까지 이어지게 했던 현상은 누구에게든 득 될 게 없다. 일각에서는 공포감 확산을 선전 선동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앞서 프리온 질환 감염 증상처럼 과연 어떠한 것이 정답인지는 여전히 밝혀진 바 없다. 다만, 지금처럼 광우병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은 채 그동안 미국을 위시한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알게 모르게 길들여진 작금의 소비 행태를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지속시킨다는 건 영 찜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시장 점유율이 50%를 달성하며 수입액 또한 사상 최고치에 이르렀다는 사실과 인간광우병 유사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사실 사이에는 사실상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확인했듯 공포감의 확산은 불확실한 모호함에서 비롯되는 경향이 크다. 이를 불식시켜주어야 한다. 광우병 의심 증상을 나타내는 환자나 이로 인해 숨진 사람에 대해 뇌조직 검사와 역학조사를 의무화하여 인간광우병 감염 여부를 면밀히 파악, 인과관계를 확인하고 그에 따르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 및 건강과 관련한 사안은 그 어떤 정책보다 신중을 기해야 함은 그동안 숱한 사례를 통해 확인된 바다. 광우병 파동을 겪은 지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정치권과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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