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과연 사실일까?

새 날 2018. 1. 10.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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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된 지 얼마나 됐을까? 10개월도 아닌, 100일도 아닌, 정확히 10일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들은 최저임금 때문에 마치 나라가 결딴이라도 날 것처럼 연일 신경질적인 논조의 글을 일제히 쏟아내고 있다. 물가가 올라 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으며 고용이 뒷걸음질을 친다거나 자영업자들이 아르바이트생보다 더 못 번다며 하소연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무인점포가 늘어나는 현상도 다름 아닌 최저임금 때문이란다. 심지어 대형마트의 시식 코너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된 것조차도 최저임금 때문이라는 주장을 편다. 야당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했다. 자유한국당은 시급이 올라 600만 소상공인이 폐업 위기에 몰렸다고 주장한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가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최저임금 점검 계획을 발표하고, 관계부처들이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과 최저임금 준수율 등 관련 대책을 내놓으면서 제도 안착에 노력하고 있는 이유도 다름 아닌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이나 야당의 논조처럼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를 가파르게 상승시키고 있으며 고용을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있고, 무인점포를 증가시키거나 대형마트의 시식 코너마저도 없애도록 하는 유인이 되고 있는 게 분명할까? 


그런데 참으로 희한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연일 비슷한 논조를 읊고 있는 언론이나 야당으로부터는, 이들을 관통하는 공통점 하나가 읽힌다. 그동안 서민 계층보다는 주로 재벌 등 경영계의 입장에 앞장서왔던 곳들이 앞다퉈 비슷한 논조의 기사와 발언들을 경쟁적으로 내뱉고 있는 현상이 감지된다.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최저임금이 그들을 오히려 실업자로 내몰고 있고 실질적인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은근슬쩍 최저임금 무용론에 숟가락 하나를 얹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점잖은 방식으로 말이다. 



저들이 언제부터 영세 소상공인을 위한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고 자영업자의 입장을 두둔하고 나선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속내를 들춰보면 저들의 속셈이 너무도 빤히 읽히는데도 말이다. 영세 소상공인들과 저임금 노동자들을 대결 구도로 몰아넣어 이번 판을 을과 을의 싸움으로 부추기려는 속셈이다. 정책이 시행된 지 불과 10일 만에 벌써부터 결과를 섣부르게 예단하다니, 이쯤 되면 지나치게 성급한 것도 성급한 것이지만, 특정 목적을 띤 선동에 가깝다는 생각이 앞서게 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우선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 인상을 불러오고 고용 감소를 부추긴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두 가지를 설명하기 위해선 최저임금 인상 요소만 고려해서는 결코 안 될 노릇이다. 환율, 원자재 비용, 대내외 여건, 경기변동 등 무수한 관련 요인들을 동시에 고려해도 정확한 설명이 어려운 판국에 이들은 이러한 현실에 대해선 애써 간과하고 있다. 게다가 최저임금이 물가와 고용에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는가를 파악하기에는 데이터 축적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YTN 동영상 캡쳐


결과적으로 이들은 정확한 근거 없이 막연한 예측만으로 대중들로 하여금 공포감을 부추기며 선동에 나선 꼴이다. 무인점포가 증가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 등 신기술의 발전으로 해당 현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돼버렸다. 최저임금 인상은 단지 이러한 이슈와 시기적으로 맞물린 것일 뿐, 인과관계를 논하기엔 아직 무리다. 아울러 대중들이 대형마트를 즐겨 찾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시식 코너였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시식 코너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그동안 대형마트에 상품을 납품하는 업체가 신제품을 홍보하거나 재고 처리를 위해 시식 코너를 운영해 왔는데, 이 파견 직원에 대한 인건비의 50%를 대형마트가 떠안아야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었고, 의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마트의 인건비 부담 이슈로 인해 시식 코너를 대폭 줄일 가능성이 대두된 것인데도 이를 또 다시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최근 선진국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인용한 바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없거나 혹여 있더라도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다수의 의견이 정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더불어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게 주 목적이므로, 고용 문제와 관련하여 이를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려 하기보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최저임금 인상 초기에는 다소의 혼란이 있을 수 있으나 길게 내다보면 우리 경제 전체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는 데 있어 든든한 자산이 될 수 있을 테니, 지금은 제도 자체를 흔들 게 아니라 적어도 몇 개월이 지나고 어느 정도의 데이터가 축적된 이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물가 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면밀히 따져보고 이의 해결책을 찾아도 결코 늦지 않으리라 판단된다. 


최저임금 인상이 시행된 지 고작 10일이 지난 지금 언론과 야당은 억지 논리를 내세워 최저임금 무용론을 부추기거나 제도 자체를 흔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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