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가심비' 트렌드, 성장만능주의 틀 깰까?

새 날 2018. 1. 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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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비자들은 특정 제품을 구입하는 적정 기준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이른바 '가성비'를 꼽았습니다. 즉, 성능은 뛰어나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제품군이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간택을 받아 온 것입니다. 물론 동일한 성능이라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에 누구나 마음이 끌리는 건 인지상정인 까닭에 가성비는 시대 및 트렌드의 변화와 관계 없이 제품을 선택하는 가장 기본적인 잣대로 남게 될 공산이 여전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가성비만으로 제품을 선택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감을 누릴 수 있는, 이른바 '가심비'라 불리는 제품 소비 패턴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양상입니다. 여기서의 '가심비'란 한자어인 마음 '心' 자를 사용, 만족감을 높이는 상품이 잘 팔릴 것이라는 의미를 강조한 신조어입니다. 하지만 이의 근원을 파고들다 보면 조금은 마음이 불편하게 와닿는 측면이 엿보입니다. 


치열한 경쟁 일변도의 삶과 깊숙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의 전 연령대에서 마주하게 되는 무한경쟁, 아울러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요소들은 사람들을 지쳐가게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을 경주해도 청년들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조차 어렵고, 사회의 중추로써 한창 일할 연령대에 해당하는 이들은 자녀 교육과 주거비 등으로 허리가 휠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미래가 안정적인 것도 아닙니다. 언제 낙오하게 될지 몰라 전전긍긍해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노년층은 또 어떤가요.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빈곤층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일쑤입니다. 



노력한 만큼의 대가가 돌아오지 않는 불평등 및 양극화의 사회 구조 속에서 온갖 스트레스에 짓눌린 채 살아가다 보니 일상에서 쉽게 좌절을 경험하게 되곤 합니다. 화병이 늘고 심지어 분노 조절에 실패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이를 치유해줄 여력은 사실상 없습니다. 어떡하든 개인이 스스로 해소해야 하는 상황, 그러다 보니 홧김에 술값으로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거나 기분 전환을 위해 당장 급하지 않은 제품을 구입하는 등 계획에 없던 즉흥적인 소비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곤 하는 패턴이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입니다. 


이른바 '홧김비용' 내지 '시발비용'라고 하는데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이라고 하여 이렇게 불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 비용은 더 나아가 '탕진잼'으로 이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탕진잼은 저가의 생활용품 구입, 카페 등의 공간에서 작은 사치 누리기 등 일상을 통해 그다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마치 돈을 낭비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톡톡히 누리면서 소비의 재미를 추구하는 행태를 일컫습니다. 


ⓒ컨슈머타임스


탕진잼은 단 한 번뿐인 인생, 미래보다는 현재의 행복에 삶의 진정한 가치를 두자는 '욜로족' 탄생의 배경이 되기도 합니다. 이들은 가성비 제품이 아닌,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가심비 제품에 과감히 투자합니다.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영역에서만큼은 결코 아끼지 않는 소비 방식인데요. 이들은 계획적인 소비보다는 당장의 욕구 해소를 위한 소비를 지향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충동구매의 형태는 아닙니다. 단순히 물적 욕심만을 채우려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이상과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소비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2018년에 주목할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가심비'는 바로 앞서 언급한 것들이 주요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해 이미 신조어로 떠오르면서 대중들의 관심을 모은 '시발비용', '워라밸', '욜로' 트렌드를 잇는, 소비 측면에서의 새로운 경향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배출할 곳이 마땅치 않아 화가 머리끝까지 쌓여가는 마당에 이렇듯 지극히 소소한 일탈(?) 행위를 통해 스트레스와 우울감 그리고 분노 따위를 해소할 수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소비 트렌드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역시나 관련 업계입니다. 이들은 최근 가격 경쟁력이 아닌 소비자의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제품 개발과 서비스 제공에 사활을 건 모양새입니다. 발빠른 대응에 나섰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올해엔 특히 캐릭터 상품과 여행이나 낚시 및 캠핑 등과 같은 삶의 경험을 축적할 수 있고, 아울러 자기만족을 얻을 수 있는 소비가 더욱 힘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지향해 온 삶의 가치는 성과주의, 성장만능주의로 흘러온 경향이 큽니다. '가심비' 트렌드는 방향이 그와는 조금은 다른, 비록 소박하지만 누리며 즐기고자 하는 삶을 지향합니다. 물질적인 가치보다 정서적인 안정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고자하는 '워라밸' 현상의 소비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의 변화는 우리의 삶에도 꽤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러분, 올해는 오롯이 나만을 위한 작은 사치를 부려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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