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가상화폐 이슈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한 가지

새 날 2018. 1. 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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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인상됐다. 해마다 겪는 일이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예년에 비해 인상률이 조금 더 높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언론들은 물 만난 고기마냥 인건비 비용 부담의 증가로 인해 경영 환경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사용자 측 입장의 논지들을 일제히 쏟아내기 시작했다. 더불어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를 무색케 하려는 사용자 측의 온갖 꼼수가 연초부터 곳곳에서 횡행하는 현상도 감지된다. 최저임금 인상을 핑계로 소정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임금 총액을 낮추는 등의 방식이 총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인공지능 등 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무인점포가 늘어나는 현상을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려는 분위기마저 엿보인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리라는 건 먼 미래의 일이 아닌 지금 바로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이다. 무인경비와 무인점포시스템 등은 당장 피부에 와닿는 기술 가운데 하나이며, 수년 내에 상용화될 것으로 보이는 자율주행차량은 운전직이라는 직업을 곧 사라지게 할 것으로 예측되게 한다. 



이렇듯 우리의 일자리를 본격적으로 위협해오는 신호는 산업 곳곳에서 감지된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의 인상 이슈는 인공지능이라는 신기술이 야기하는 인간의 일자리 대체 현상과 시기적으로 우연히 맞물린 것일 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무인점포 등이 늘어난다는 건 결과적으로 얼토당토 않은 주장이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향후 10년 간 전 세계에서 현존하는 직업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유통업계 소매판매직의 일자리 90% 이상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무인점포 시스템이 늘어나고 있는 작금의 현상을 토대로 보자면 이는 어느 정도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인공지능 기술 발달에 관한 한국인의 인식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10명 가운데 6명은 인공지능의 발전 탓에 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아이를 둔 부모들은 자녀로 하여금 장차 어떤 직업을 택하게 해야 할지 난감해 하는 실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는 만큼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일자리가 대거 창출될 것이라는 가트너의 또 다른 전망을 우린 눈 여겨 봐야 한다.   


가상화폐와 관련한 이슈가 연초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가상화폐의 거래가 과열되면서 가치가 예측 이상으로 치솟다 보니 이와 관련한 뒷얘기들이 무성한 실정이다. '실물 기반이 아닌 까닭에 일종의 사기다'라는 주장부터 '신기술을 담보한 진정한 미래 가치다'라는 주장까지, 긍정과 부정을 오고가는 엇갈린 전망이 일제히 쏟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연합뉴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블록체인이란 거래 정보를 포털 등의 정보기술업체가 독점하여 저장 관리하지 않고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체인처럼 연결돼 동일하게 보유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특정 정보를 독점하지 않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서로 얽혀 있는 까닭에 위변조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정보 일부가 손상되더라도 복구하기가 쉽다는 기술적인 특징을 지닌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이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이 등장할 당시만 해도 정보가 모든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공유되는 등 권력을 분산시켜 진정한 평등시대를 열 것으로 예측했으나 다른 영역처럼 결국 정보기술을 독점하는 특정 세력이 등장하면서 거대 정보 권력을 움켜쥔 기득권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기술은 풍요를 가져오는 만큼 그의 반대급부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경향이 크다. 블록체인은 인터넷에서 비롯된 정보 권력을 비로소 대중들에게 분산시켜 이러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줄 수 있는 새로운 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 버블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 받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의 인기가 치솟는 작금의 현상은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물일지도 모를 일이다. 가상화폐의 인기와 더불어 최근 가상화폐거래소들의 몸집이 대거 불어났다. 인력 채용에 일제히 나선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대부분의 산업이 취업절벽으로 대변될 만큼 채용 여건이 어려운 터라 이는 상대적으로 블랙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또한 기술 진보를 통해 누릴 수 있는 달달한 과실에 해당하는 걸까? 



IT 전문인력은 물론, 가상화폐 거래가 주식 거래와 유사하다 보니 증권사 등 금융 전문 인력을 마구 흡수해가고 있는 양상이다. 돈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몰리는 현상은 자연스럽다. 이 가상화폐거래소는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의 탄생과 더불어 등장한 일종의 새로운 직업군이다. 물론 가상화폐가 또 다른 버블이 될지 아니면 미래를 움직이는 진정한 4차산업혁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게 될는지는 시간을 두고 조금 더 지켜 봐야 알 노릇이지만 말이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주크버그는 “가상화폐 기술은 중앙집권적 시스템에서 권한을 빼앗아 사람들에게 되돌려준다. 페이스북 서비스에 가상화폐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심층적으로 연구할 것이다”라고 언급하며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앞서도 살펴봤듯 인공지능 등 신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직업을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는 엄연히 상존한다. 그러나 우리는 긍정과 부정을 오고가는 작금의 가상화폐 이슈와는 별개로 적어도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를 통해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직업군이 탄생하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신기술이 인류의 직업을 앗아가는 대신 새로운 형태의 직업을 탄생시킬 것이라는 또 다른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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