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서울시 미세먼지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지지하는 이유

새 날 2018. 1. 1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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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에는 한파가 한동안 머물다 떠난 자리를 메운 건 다름 아닌 미세먼지입니다. 외출이 두려울 만큼 지독하고 심각한 지경인데요. 뿌연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함이 가슴속 깊숙이 절로 밀려들어오는 느낌입니다. 오늘의 대기도 변함 없는데요. 벌써 수 일째 지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온라인에서 대기오염정보를 살펴보니 오늘 하루종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모두 나쁨 수준으로 예보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고농도 미세먼지가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 각 지자체는 단기간에 미세먼지를 줄여 대기질을 개선하고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차량부제나 사업장 조업 단축 등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미세먼지로 뒤덮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도권 비상저감조치가 올 들어 두 번째로 실시되고 있는데요. 서울시는 공공기관 차량 2부제를 시행하고, 출퇴근 시간에 한해 시내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서울시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이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둘러싸고 말들이 무성한 상황인데요. 효과가 없다거나 과연 이게 최선이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등 갖가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같은 수도권의 일원인 경기도와 인천시는 실효성 없는 포퓰리즘이라며 이에 동참하지 않겠다면서 서울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해당 정책이 효과가 없다는 측의 주장은 대충 이렇습니다. 미세먼지의 대부분은 중국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에 서울 시민들이 제아무리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한다 해도 중국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미세먼지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한 마디로 깨진 독에 물 붓기라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서울시가 대중교통 무료정책 1회당 50억 원가량의 예산이 소요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지나친 혈세 낭비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데 그 돈이 투입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일개 지자체가 아닌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사실 틀린 말 하나 없습니다. 작금의 미세먼지가 발생하게 된 책임의 절반 이상이 사실상 중국에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아무리 차량부제를 실시하고 조업을 단축하거나 서울시가 시행하는 것처럼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내놓는다 해도 그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더구나 1회당 50억 원이라는 예산은 적지 않은 수준입니다. 때문에 이를 차라리 다른 곳에 사용하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일리 있게 다가옵니다. 혹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를 의식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주장도 펴곤 합니다. 뭐 근거가 전혀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KBS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그가 이러한 정책을 내놓을 땐 앞서 지적하고 주장했던 사안들에 대해 그 이상의 치밀한 사전 검토와 연구가 이뤄졌으리라 짐작합니다. 우리보다는 적어도 수십 번 수백 번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때로는 밤잠을 설치기도 하며 내놓은 정책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가 바라는 건 무얼까요? 당장 눈앞에 어떤 성과가 드러나는 걸 바랐던 건 절대로 아닐 겁니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란 게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그러하듯 시행하자마자 바로 결과가 드러나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가 이번 정책을 시행하면서 궁극적으로 기대하는 건 무얼까요? 한 마디로 말하자면 참여와 연대 아닐까요? 그러니까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시민들의 참여와 연대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에 해당하는 셈이지요. 이를 통해 시민들이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발적으로 자가 차량 이용을 최대한 억제하는 등 대중교통 이용을 바랐던 겁니다. 비록 그 효과가 당장엔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미미하더라도 이러한 시민들의 참여와 연대가 이뤄질 때에만이 비로소 미세먼지 대책이 됐든 아니면 또 다른 정책이 됐든, 시민들 스스로의 노력으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놀라운 경험을 체득하게 될 테니까요. 



박원순 시장에 따르면 서울시를 뒤덮고 있는 미세먼지의 경우 절반 정도는 중국 측의 영향이고, 20~25%가량은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 때문이라고 합니다. 앞서도 언급했듯 중국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밀려드는 미세먼지는 우리가 어떻게 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나머지 영역만큼은 가능한 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해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그의 정책적인 판단은 존중해주어야 마땅하다고 생각됩니다. 


50억 원, 물론 적지 않은 액수입니다. 하지만 이를 투입,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연대의식을 높일 수만 있다면 그로부터 비롯된 가치는 50억 원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큰 돈으로도 결코 구할 수 없는 아주 값진 성과와 가치로 다시금 시민들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은 시민들의 의식 제고와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쉽게 그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안입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연대만이 이러한 사안을 풀어나갈 수 있는 핵심적인 열쇠가 되게 할 것입니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적극 지지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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