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트럼프 예루살렘 선언은 우리에게 왜 위협적인가

새 날 2017. 12. 7. 15:56
반응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것도 지시했다. 그의 이번 선언으로 전 세계가 들끓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중동 평화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아랍 각국으로부터 비난 성명이 일제히 쏟아지고 있어 중동 지역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지역으로, 물리적으로는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으나 국제법상 어느 나라의 소유도 아니다. 따라서 트럼프의 이번 선언은 국제법과 유엔헌장을 명백하게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교황이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전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에게 예루살렘의 현재 상황을 존중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말한 것이나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또한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조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 실현을 저해할 수 있다. 예루살렘은 당사자 쌍방의 직접 협상으로 풀어야 할 마지막 단계의 과제”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한다. 



하지만 정작 이번 선언의 당사자인 트럼프와 미국은 전혀 아랑곳 않는 눈치이다. 오히려 "전임 대통령들은 공약을 지키지 못했지만 나는 지킨다"며 이 험악하기 짝이 없고 어이없는 상황 앞에서 너스레를 떨고 있는 모양새다.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한편 CNN에 따르면 퀴니피액 대학교가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4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과 비교해보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허약하기 짝이 없는 지지 구도다. 


때문에 대선 공약이었던 예루살렘 수도 선언으로부터 강한 정치적 동기를 느낀 그가 이번 선언을 통해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꾀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외신의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특검의 칼날이 트럼프를 향하자 이와 관련한 관심을 의도적으로 돌리려는 속셈이라고도 했다. 그밖에 왜 그가 국제무대로부터 고립을 자초하면서까지 이번 선언을 선택했는지 여러 갈래의 해석들이 분분한 상황이다. 그 가운데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그의 인간적인 됨됨이로부터 비롯된 결과물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니까 심오한 전략이나 그 어떠한 의도 같은 건 일절 없으며, 오로지 그가 그저 경솔하고 편향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라는 설이다. 


ⓒSBS


트럼프의 돌출 행동은 그동안 전 세계에 불확실성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번 선언은 그다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우리에게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왜일까? 북한은 트럼프에게 있어 눈엣가시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겁도 없이 미 본토에 위협을 가하는 지구촌 유일무이한 존재이기에 이들을 제거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김정은을 암살하고 북한을 선제 공격하겠다는 섬뜩한 주장까지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이니 그의 심정이 어떠한 종류의 것인지 알 것도 같다. 


더구나 최근 북한을 9년 만에 불량국가로 재지정하고, 온갖 물리적 제재를 가함과 동시에 심리적 압박까지 가하고 나섰으나 오히려 한층 앞선 기술이 탑재된 신형 미사일을 선보이며 그의 속을 제대로 긁고 있는 북한이다. 이 즈음 한반도에서 곧 전쟁이 터질 것이라는 설이 한반도를 제외한 지역에서 배회하기 시작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최근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의 가족들을 미국으로 대피하도록 한다는 설이 파다하게 퍼졌다. 



이는 미국의 대북 선제 공격 가능성을 염두에 둔, 미국이 전쟁에 앞서 취할 수 있는 사전 조치 가운데 하나이기에 한반도에서의 전쟁설을 뒷받침하는 뚜렷한 근거가 된다. 외신도 이를 언급하고 나섰다. 재팬타임스는 미 정부가 자국민을 한국에서 철수시키려는 움직임이 포착될 경우 이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 행동을 암시하는 가시적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반도가 또 다시 전쟁의 참화로 뒤덮일 뻔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었던 셈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그 주체가 누가 되었든 민족의 공멸을 의미한다.


미 정부는 이러한 움직임과 관련하여 최근 주한미군과 이들의 가족을 미국으로 대피하도록 할 계획이 없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국제법을 위반하고 국제무대로부터의 고립을 자초하면서까지 예루살렘 선언이라는 자신의 공약을 몸소 실천하는 트럼프를 보고 있자니, 또 다시 공약을 이행하겠노라며 한 마디 툭 내뱉고선 사전 예고 없이 북한을 선제 공격하는 일쯤은 그에게 아무 것도 아니겠구나 하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치게 된다. 


더구나 그가 경솔하기 짝이 없고 편향적인 성품의 인물이라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암울하게 한다. 이런 성향의 인물이 되레 자신의 공약은 잘도 지키는, 결코 웃을 수 없는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때문에 평소 선제 타격하겠다는 등 줄곧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온 트럼프가 여전히 미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며 위협을 가해오는 김정은의 두둑한 배포 앞에서 급작스레 모종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싶어 심히 우려스럽기만 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