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롱패딩 유행, 어떻게 생각하세요?

새 날 2017. 12. 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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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롱패딩이 유행할 것이라던 패션 업계의 예측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습니다. 날씨도 한 몫 거들고 나섰습니다. 때마침 기온이 급강하하고 있는데요. 이제서야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상황임에도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온이 많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야말로 열풍을 넘어 광풍으로 이어지게 하는 최적의 조건과 환경을 제대로 갖춰가고 있습니다. 롱패딩의 유행은 수치로도 입증되고 있습니다.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 가격비교’에 따르면 지난 달 다운과 패딩의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가 평소 알고 지내는 모 특성화고등학교 3학년생이 있습니다.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현장실습 형태로 최근 모 직장에 취업, 인턴 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인데요. 곁에 함께 있던 친구에게 대뜸 이렇게 말을 건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 나랑 같이 롱패딩 사러 가자. 내가 봐둔 게 있어"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두 사람은 나란히 검은색 롱패딩을 걸치고 나타났습니다. 그나마 기특한 건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기보다 자신들이 직접 노동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으로 이를 구입했다는 사실입니다.



그 아이가 묻더군요. "예뻐요?" 제가 뭐라고 답했을 것 같나요? 물론 예쁘다고 말해주었습니다. 형식적인 답변이 아니라 실제로 아주 잘 어울렸거든요. 그 아이만 놓고 봤을 땐 정말 예뻤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살펴보니 상황은 180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롱패딩, 그것도 검은색을 걸치고 있는 건 비단 그 아이뿐만이 아니었던 겁니다. 검은색 롱패딩으로 학생 모두가 대동단결이라도 한 듯 한결 같은 패턴의 외투로 학교 전체가 천하통일이 이뤄진 것입니다. 놀라움 그 자체입니다. 얼마 전 언론을 통해 롱패딩이 새로운 등골 브레이커로 등장했노라는 기사를 접했던 터라 더욱 그랬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아이 혼자만을 놓고 봤을 땐 충분히 예뻐 보일 법했으나 모두가 동일한 패션을 취하고 있다 보니 무언가 기괴한 느낌이 앞서게 됩니다. 온통 검은색 롱패딩을 갖춰 입은 아이들이 무리지어 지나다니는 모습은 정말 개성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꼴불견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수년 전 특정 브랜드의 패딩이 인기를 끌며 국민 교복으로 등극했던 현상의 판박이인 것처럼 와닿는 순간입니다. 


ⓒ국민일보


너도 나도 이를 입고 있는 터라 또래들의 주류 문화로부터 이탈할까 싶어 두려운 마음에 아이들은 부모님을 조르거나 그도 아니면 아르바이트를 통해 직접 번 용돈을 탈탈 털어 이를 구입,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처한 입장이나 부모님의 심정 모두를 헤아리기란 그다지 어렵지는 않습니다만, 이러한 광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유행 내지 또래 문화가 너무도 아쉬울 뿐입니다. 


이는 비단 아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었습니다. 지성인의 요람이라 불리는 대학가에도 롱패딩이 이미 점령했다는 소식입니다. 야구 점퍼 스타일이 주를 이루던 과잠이 유행에 따라 롱패딩 스타일로 바뀐 것입니다. 유행이 참 무섭긴 합니다. 하긴 최근까지 이른바 '평창 롱패딩'이라 불리는 의류가 품귀 및 대기 현상까지 빚으며 대중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끈 바 있고, 심지어 이를 구입한 이들 일부가 중고 거래를 통해 웃돈을 받고 되팔이를 하는 웃지 못할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으니 학생들이 너도 나도 똑같은 패션에 목을 매는 일이 결코 우연은 아닌 듯싶습니다. 


물론 남이야 무슨 옷을 입든 이를 상관할 바는 아닙니다. 민폐가 아니고서야 옷을 입는 일에까지 타인을 의식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으며 누가 뭐라 하든 자기만 만족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슨 유행만 발생했다 하면 유독 경쟁적으로 이에 동참했다가도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쉽게 사그러드는 경향은 이번에도 결코 예외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의 이면에는 유행을 자꾸만 부추기는 업체들의 지나친 상술도 한 몫 거들고 있습니다. 



경쟁은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빚어지고 있는 보편적인 현상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 경쟁 일변도의 사회입니다. 일상 그 자체가 경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떡하든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중압감이 대중들의 심리 기저에 깔려있는 상황일 테고요. 이를테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여유를 갖고 타인을 배려하며 질서를 지키려는 사람들보다 조금이라도 앞서 가려 하거나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경쟁, 오로지 경쟁뿐입니다. 빨리빨리 문화 또한 이와 아주 가까이 맞닿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른들은 물론이거니와 아이들인들 주류로부터의 이탈에 대한 불안 심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과거의 비슷했던 사례나 작금의 유행 현상 이 모두는 그에 따르는 방어기제로부터 발현된 결과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일종의 생존을 위한 작은 몸부림쯤으로 봐야겠지요. 검은색 패딩으로 대동단결하고 있는 작금의 몰개성 현상은 그래서 더욱 씁쓸하기만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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