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진정한 부모의 역할이란

새 날 2017. 10. 18. 19:16
반응형

아이가 실수를 저지를 때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모를 더러 볼 수 있다. 아직은 어리기에 모든 일에 미숙할 수밖에 없거늘,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아이를 기다려주어야 하건만, 부모는 결코 그러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물론 나 역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의 입장이라 자식이 완벽하기를 바라는 한결 같은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아울러 자신의 자식만큼은 다른 아이들과 다르리라고 굳게 믿고 싶은 부모들의 보편적인 사고 방식 또한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인들 실수를 하고 싶어 이를 반복하고 있는 건 결코 아닐 테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는 행위일지 모르니 하루빨리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함이 옳다. 사람이니까, 더구나 아직은 아이이기에 그러한 것일 뿐이다. 본의 아니게 실수를 거듭할 때마다 자꾸만 부모의 태클이 들어오니 아이는 몸 둘 바를 몰라해 하게 된다. 점점 소심해져간다. 거듭 실수를 저질러 부모로부터 꾸중을 듣고 잔소리를 들을까 봐 노심초사해 하는 아이는 웬만하면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게 된다. 소극적으로 변모해가는 것이다. 


어느덧 아이는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됐다. 아이는 학교에서도 조용했다. 누군가로부터 관심을 받는 일을 극도로 꺼려했다. 또래들 앞에 서는 일조차 아이에게는 너무도 힘든 일이었으며, 대단히 용기를 내야만 하는 일이었다.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 없는 학창생활은 계속 이어졌다. 이런 방식의 생활이 아이에게도 즐거울 리 만무했다. 아이에게는 그 어떠한 꿈도, 무언가를 잘해 봐야겠다는 절실함 같은 것도 일절 없었다. 



매사에 의기소침했다. 그저 학교와 집을 시계추처럼 무의미하게 왔다 갔다 하는 게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던 것 같다. 그 아이가 드디어 성인이 되고 우여곡절 끝에 대학생이 됐다. 사실은 이러한 결과도 굉장히 대견스럽고 놀라운 일이었다. 부모로부터 한시도 떨어져본 적 없고, 영향력에서 벗어나본 적 없던 아이는 비로소 부모의 그늘로부터 조금씩 벗어나게 되자 자아를 서서히 깨닫기 시작한다. 


그러나 부모는 여전히 그를 있는 그대로의 인격체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작은 실수를 범하거나 무언가 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은 일을 벌일 때마다 “한심한 놈” 이라는 말을 습관처럼 되뇌었다. 아이가 있건 없건 부모는 개의치 않았으며 이러한 몹쓸 말을 마구 내뱉었다. 아이는 이제 익숙해질 법도 했건만, 덕분에 또 다시 심각한 내상을 입고 만다. 모르긴 몰라도 이 “한심한 놈” 이라는 표현은 아이가 유년 시절부터 부모로부터 입버릇처럼 튀어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는 그럴 때마다 몸서리를 쳐야 했을 테다. 알고 보면 너무도 끔찍한 가정 환경이었다.


자아를 깨닫기 한참 전부터 습관화된 부모의 이러한 무시 행위가, 잠재돼 있던 아이의 무의식 세계를 뒤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아이는 과거로부터 자신을 끊임없이 짓눌러온 질곡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었으나, 그를 무시하는 부모의 시선과 표현은 아이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되레 그를 더욱 옭아맸다. 어느덧 아이는 가정을 꾸리고 2세를 얻게 된다. 



아이는 자신의 자녀만큼은 부모로부터 받았던 상처를 절대로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다. 타인과 자식을 비교하지 않았으며, 최대한 자유롭게 양육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누가 보아도 노력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하지만 질곡은 생각보다 질기고 무서웠다. 자녀가 실수를 저지르거나 학습에 소홀히 할 때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는 자녀를 윽박질렀다.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겠노라고 굳게 다짐했건만, 아이는 어느덧 그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같은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우리는 기계나 로봇이 아닌 사람이다. 때문에 자꾸만 실수를 반복한다. 결코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다. 이 얼마나 인간적인가? 더구나 아이에게 있어 실수는 학습과 성장의 자양분 역할을 톡톡히 하기 마련이다. 경험과 실수를 많이 해본 아이일수록 오히려 더 크게 성장하는 법이다. 


부모는 아이가 온통 실수투성이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더라도 인내심을 발휘, 용기로 북돋우면서 다시 한 번 해보라고 살포시 등을 떠밀어야 한다. 아이가 실수를 저지르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 테니 말이다. 


아이였을 때에도, 성인이 되어서도, 심지어 그 아이가 다시 2세를 가진 뒤에도 "한심한 놈"이라며 무시를 당할 수밖에 없었던 끔찍한 환경 속에서 의기소침해지고 소극적으로 변모하지 않을 아이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싶다. 


무엇을 하든, 그리고 무엇이 됐든, 

결국 아이 스스로 잘 해낼 수 있도록 곁에서 북돋고, 

끝까지 신뢰하며 응원해주는 게 진정한 가족이자 부모의 역할 아닐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