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음주로 인한 질병, 금주로 인한 스트레스, 당신의 선택은?

새 날 2017. 10. 1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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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 섭취와 관련한 속설은 참으로 다양하다. 이를 오랜 기간 추적하고 연구하여 발표하는 과학자들은 그 결과물을 과학이라고 말할 테다. 하지만 나와 같은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워낙 상충되는 주장들도 많고 결과물 또한 서로 상이한 경우가 많아 과연 어떤 정보를 믿고 이를 따라야 하는지 늘 헷갈리기 일쑤이다. 


물론 그들이 해당 결과물을 얻기 위해 그간 쏟아 부은 노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각종 정보의 홍수 속에서 중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좀처럼 갈피를 잡기 어려운 것처럼 우리는 여전히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흔히들 말하기를 반주로 소주 한두 잔 걸치는 건 건강에 이롭다고 한다. 



의학적으로도 심혈관질병을 예방하는데 있어 약간의 알콜 섭취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약주’라는 표현 속에는 실제로 술이 약처럼 효험이 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와인을 놓고서도 적색보다는 백색이 몸에 더 좋다고 하거나 막걸리에는 효모가 많아 이의 섭취 시 장에 이롭다며 은근히 음주를 부추겨 왔다. 


때문에 담배와 관련해서는 건강을 위해 무조건 이를 끊어야 한다며 금연을 강조하고 있지만, 유독 술과 관련해서는 관대하여 금주를 노래하기보다 흔히 절주를 부르짖어온 경향이 크다. 이는 약간의 알콜 섭취가 몸에 이롭다는 항간의 논리를 뒷받침해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즉, 과도한 양만 아니라면 적당한 음주는 우리의 삶을 더욱 건강하고 즐겁게 해주는 요소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몇몇의 치명적인 소화기 계통 암은 소량의 음주조차도 위험하기에 절주가 아닌 아예 금주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된 성인 2천3백만 명을 대상으로 5년 동안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라고 한다. 해당 결과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가벼운 음주자 그룹'의 식도암 발병 위험은, 즉 소량의 음주만으로도 비음주자보다 50% 높았으며, 대장암은 12%, 위암은 5% 높았다고 한다. 


암 예방을 위해서는 절주보다 아예 술을 마시지 않는 금주가 효과적인 것으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실증적인 결과라는 이번 연구의 의의도 덧붙여졌다. 가끔 가볍게 음주를 즐기는 한 사람으로서 이와 같은 결과는 참으로 못마땅하기 짝이 없다. 음주로 인해 개인과 사회에 돌아오는 폐해는 어마어마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음주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소식이 들려오고 있고, 주폭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볼썽사나운 풍경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주에 이처럼 안 좋은 요소만 있는 건 아니다. 알다시피 피로를 풀어주거나 스트레스와 긴장을 해소해주고 좋은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있어 사실 음주만큼 유용한 도구도 드물다. 때문에 이렇듯 이로운 측면에서의 음주를 그만두게 될 경우 이번 연구 결과처럼 소화기 계통의 암 예방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정신적인 영역에 쌓이는 피로와 스트레스를 제때에 해소하지 못해 우리 몸에 미치게 될 해로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알다시피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이를 제때에 해소하지 못할 경우 신체 곳곳에 악영향을 미쳐 비단 소화기 계통이 아니더라도 우리 신체 곳곳에 어떠한 형태로든 발현되기 마련일 테다. 그렇다면 음주를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생기는 소화기 계통 암 발병 가능성과 금주 때문에 해소하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우리의 신체를 해롭게 할 가능성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위험 인자인지 고려하여 음주 생활을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마찬가지로 적당량의 음주는 심혈관질환의 가능성을 낮추는 대신 소화기 계통의 질병을 야기할 개연성이 높으니 사람에 따라 이들 가운데 어느 쪽이 덜 해롭게 다가오는가를 가늠하여 음주를 해야 할 판국이다. 이러한 고민은 음주자에게는 또 다른 스트레스임이 분명하다. 금주가 가능하다면 당연히 좋겠으나, 곰곰이 생각해 봐도 술을 마시지 않아 스트레스 해소를 하지 못할 경우 금주를 통해 얻는 건강보다 훨씬 몸에 이롭지 못할 것 같기에 나는 아무래도 금주보다는 술을 조금씩 마시는 절주를 택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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