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우리가 주변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커피는 곱게 갈아 압축한 원두 가루에 뜨거운 물을 고압으로 통과시켜 진한 농도의 에스프레소를 뽑아낸 뒤 이를 물에 희석시켜 마시는 아메리카노 방식이다. 커피 문화가 발달하면서 이를 추출하는 기계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덕분에 커피 한 잔을 뽑아내는 속도 또한 급속도로 빨라졌다. 빨리빨리 문화에 너 나 할 것 없이 길들여진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더없이 잘 맞는 추출 방식의 커피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와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추출하는 커피도 있다. 원두 가루를 찬물에 우려내고 이때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원액을 모아 이를 그냥 마시거나 찬물에 희석시켜 마시는 콜드브루 방식이다. 혹은 네덜란드인들이 개발했다고 하여 더치커피로 불리기도 한다. 



보통 3-4초마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원액을 일정량만큼 모으려면 수 시간이 소요된다. 콜드브루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를 흔히 '천사의 눈물'이라 부르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콜드브루처럼 중력으로 추출한다는 측면에서는 비슷하나 뜨거운 물로 원두를 우려낸다는 점에서 그와는 다른 추출 방식을 드립이라 부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정에서 원두커피를 내려 마신다고 하면 커피메이커를 활용하여 원두 가루를 뜨거운 물에 우려내는, 이 드립 방식을 의미했다. 


혹은 드라마나 영화처럼 무언가 멋스러운 연출이 필요할 때면 간혹 등장하곤 하는, 필터에 원두 가루를 담고 그 위에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부어 추출하는 핸드드립도 같은 맥락이다. 그 밖에 사이폰이라 불리는 추출 방식도 있다. 흡사 과학실험실의 기구처럼 생긴 추출 도구를 활용, 아래 위 플라스크의 압력 차이를 이용하여 커피를 추출한다. 이때 서로 연결된 두 개의 플라스크는 빈틈없이 밀착, 진공상태에 이르기에 사이폰커피를 또 다른 말로 진공커피라 부르기도 한다.


이렇듯 다양한 추출 방식의 커피 가운데 내가 가장 선호하는 건 단연 콜드브루다. 정신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온통 빨리빨리를 외치는 세상, 물론 우리는 커피를 내릴 때에도 최대한 빨리빨리 이를 뽑아야 성에 찬다. 시간은 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콜드브루란 녀석은 그와 정반대이니 기특하지 않을 수 없다. 인위적인 장치 없이 오로지 중력에 의해 한 방울 한 방울 천천히 떨어지는 콜드브루 원액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에서 이처럼 느긋한 게 또 있을까 싶다. 


이 추출 방식으로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선 적어도 수 시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느림과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해야할까.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콜드브루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는 곧바로 마시는 것보다 냉장고 안에서 십여 일을 숙성시킨 뒤 마시는 게 훨씬 맛이 풍부하고 깊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와인을 닮았다고 하여 이 방식의 커피를 커피계의 와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커피 추출 방식부터 숙성까지, 에스프레소는 절대로 갖추지 못한 여유로움 따위가 느껴지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이를 마시고 있으면 왠지 덩달아 휴식을 취하는 느낌이다. 커피의 품질도 남다르다. 일단 차가운 물로 우려내는 까닭에 지방 성분이 별로 없어서일 듯싶다. 맛이 담백하다. 아울러 찬물에 잘 녹지 않아 카페인의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게다가 다른 추출 방식에 비해 약산성이기까지 하다. 오랜 시간을 들여 정성스레 추출한 만큼 보관 기간 또한 길다는 점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숙성된 콜드브루 커피는 아메리카노에 비해 확실히 풍미가 깊다. 담백하기 때문에 뒤끝도 깨끗하다. 아메리카노는 식으면 마시기가 곤란할 만큼 맛의 변화가 크나 콜드브루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는 식어도 그 본디의 맛 그대로다. 아메리카노가 세련된 도회지풍이라고 한다면, 콜드브루는 그와 반대로 어딘가 모르게 투박하다. 아메리카노가 빠름과 효율의 상징인 디지털이라고 한다면, 콜드브루는 아날로그에 비견된다. 때문에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이 콜드브루 커피 한 잔은 우리에게 휴식과 여유로움으로 다가온다. 깊고 풍부한 향과 맛은 덤이다. 내가 콜드브루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7.10.16 19:51 신고

    커피도 알고 마셔야 하는데... 저는 그냥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나 5000원 짜리 아메리카노나 맛을 구별할 줄 모르고 마신답니다. ..ㅎㅎ

    • Favicon of http://newday21.tistory.com BlogIcon 새 날 2017.10.16 20:04 신고

      ㅎㅎ 저도 비슷한 걸요. 다만 추출 방식이 너무도 다르고, 그러한 것들이 우리의 삶을 닮은 측면도 있고...

  2. Favicon of http://tokyobreaknews.tistory.com BlogIcon T. Juli 2017.10.17 00:11 신고

    한 번 마셔 보고 싶어집니다.
    저는 고디바 초코렛 밀크 커피만 마시는데
    역시 다양한 커피 좋지요

  3. Favicon of http://deborah.tistory.com BlogIcon Deborah 2017.10.17 05:43 신고

    커피를 참 좋아 하시는 군요. 전 가끔 마셔요. ㅎㅎㅎㅎ 언제 같이 커피 마셔요.

  4. Favicon of http://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7.10.17 08:05 신고

    아직 인스턴트 ( 소위 봉다리 ) 커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저는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ㅎㅎ

  5. Favicon of http://goottle.tistory.com BlogIcon 구뜰 2017.10.18 17:34 신고

    저도 커피 참 좋아하는데,
    콜드브루도, 바로 뽑은 에스프레소도 좋아합니다 ㅎ

    • Favicon of http://newday21.tistory.com BlogIcon 새 날 2017.10.20 13:58 신고

      저도 커피의 종류를 딱히 가리지는 않는 편인데, 부드러운 콜드부르를 먹다 보면 아메리카노가 씁쓸하게 다가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