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인스타그램, 의외의 순기능을 발견하다

새 날 2017. 9. 4. 11:59
반응형

SNS의 대표 주자 가운데 하나인 '인스타그램'은 언젠가부터 '허세스타그램'으로 불린다. 왜일까? 주로 이미지를 공유하는 서비스인 까닭이다. 텍스트로 제아무리 멋지게 묘사한다 한들 단 한 장에 불과한 이미지로 표현되는 강렬한 감성을 이기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지가 훨씬 직관적인 데다가 때로는 촌철살인과도 같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인스타그램의 재미에 푹 빠져드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기왕이면 타인에게 더 좋으면서 그럴 듯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른바 인정 욕구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초현실적인 인스타그램 속 지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괜시리 시기와 질투, 그리고 부러움 따위를 느끼게 되곤 한다. 이러한 현상이 유치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인간의 본성에 가장 가까운 모습 아닐까 싶기도 하다. 



주변 사람들이 한결 같이 멋지고 행복해 하는 일상을 연출하다 보니 어느덧 이는 경쟁이 돼버렸다. 약간의 허세쯤은 애교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상이 점차 일반화되다 보니 각종 부작용이 속출한다. 인생샷을 남기겠다며 초고층 건물이나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올라가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하다가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이쯤되면 심각한 질병이라 할 만하다. 


과하게 허세를 부리다가 쪽박을 차는 사례도 종종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 재무장관의 부인 루이즈 린턴이 최근 인스타그램에 올린 허세 작렬 이미지 한 장 때문에 감찰을 받게 됐단다. 장관 부부는 한 지역 상공회의소 주관으로 열린 오찬 행사에 참석하면서 관용기를 이용하였는데, 부인 루이즈가 출장 중 찍은 사진을 올린 뒤 #에르메스스카프, #톰포드선글라스 #발렌티노구두 등 자신이 착용했던 명품브랜드 이름을 해시태그를 이용, 이를 줄줄이 나열하면서 불거진 일이다. 


비단 인스타그램뿐 아니라 다양한 SNS 채널을 활용, 그럴 듯한 자신의 일상을 표현하기 위해 우리는 부단히 노력한다. 음식점이나 카페에 들러 제공된 음식을 당장 먹기보다는 이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멋지게 이미지로 연출할까를 고민하면서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곤 한다. 은근슬쩍 자랑이 섞인 친구나 지인들이 올린 일상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뒤처지고 싶지 않은 괜한 오기가 발동, 자신도 어느덧 비슷한 행위에 몰입하게 된다. 


자신의 삶이라기보다는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한 삶을 사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조금은 지나친 측면을 엿볼 수 있다. 빨리빨리 문화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고, IT기술과 통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데다가, 치열한 경쟁이 일상화된 덕분에 SNS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는 다른 여타의 국가들보다 훨씬 진지하고 남다른 편이다. 



하지만 근래 '카페인'으로부터 이탈하고 싶어하거나 독립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기서의 카페인이란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대표적인 SNS 서비스를 일컫는다.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해 이를 시작했건만 지나친 몰입으로 삶이 오히려 피폐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에서의 관계보다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짙은 까닭에 피로감을 쉽게 호소하게 되는 이유도 한 몫 단단히 거든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부작용만 있는 건 아니다. 빨리빨리 문화와 치열한 경쟁 환경이 SNS와 맞물리면서 독특한 우리식 음식 문화를 탄생시키고 있고, 이러한 것들이 세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SNS, 특히 인스타그램 문화가 발달하면서 같은 음식이더라도 비주얼이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우리 속담이 딱 맞아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알록달록한 음식 소품을 이용하여 예쁜 외양을 만드는 일이 여타의 음식류보다 훨씬 수월한 디저트 류에서는 비주얼의 역할이 가히 독보적이라 할 만하다. 너도 나도 이쁘다며 주변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인스타그램에 관련 이미지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디저트를 제공하는 이들 역시 경쟁적으로 관련 음식들을 개발하면서 디저트 시장의 비주얼은 더욱 발달하고 있다. 


FamilyArc 이미지 캡처


우리식 음식 문화가 세계 시장에서도 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식 디저트 문화가 뉴욕 한복판에 상륙, 인기를 끌고 있단다. 뉴욕타임스는 "트렌드에 따라 비주얼을 중요시하는 한국 디저트가 뉴욕 디저트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맛의 질감과 색의 조화를 위해 과일이나 떡 등을 소품으로 얹기 시작하던 관행이 어느덧 디자인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면서 빚어지고 있는 결과물이다. 


서양 음식 문화인 디저트를 변방에 위치한 우리가 역수출에 성공하고 있다는 건 제법 놀라운 일이다. 인정 받고 싶은 욕구와 치열한 경쟁 그리고 빨리빨리 문화 등이 인스타그램이라는 서비스를 매개로 결합하면서 우리식 음식 문화가 전 세계에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흔히들 인스타그램을 '허세스타그램'이라며 낮잡아 부르지만, 다행히 마냥 역기능만 있는 건 아니었던 셈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