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윤손하의 사과, 대중들은 왜 비난하나

새 날 2017. 6. 17. 19:00
반응형

두달 전 모 사립초등학교 수련회 현장에서 집단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아이들 4명에 의해 한 아이가 담요에 씌워진 채 야구방망이와 막대기가 휘둘러지고, 비눗물을 우유라고 속여 마시게 하는 등 초등학교 3년생들이 벌인 행위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집요하고 끔찍한 사건이었다. 피해 아동은 죽을 뻔 했다고 당시 상황을 토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아동은 '횡문근 융해증'과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는 강한 충격을 받을 경우 근육세포가 파괴되어 녹는 증상이다. 


이번 폭력 사태와 관련하여 탤런트 윤손하의 아들과 재벌 총수의 손자 등이 연루됐노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윤손하의 소속사인 씨엘엔컴퍼니는 17일 공식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한 그녀의 입장을 내놓으며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윤손하의 이름이 포털 실검 1위를 기록 중일 만큼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대중들의 반응은 한결 같이 싸늘하다 못해 비난 일색이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해명과 사과에 나선 그녀는 왜 비난을 받고 있는 걸까?


ⓒ스포츠월드


피해 아동 측은 이번 사건을 명백한 학교폭력이었노라 주장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횡문근 융해증과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 등의 진단서를 발급 받음은 물론, 이번 사건과 관련한 담임교사의 증언과 교장의 녹취록 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언론보도에 따르면 무슨 영문인지 학교폭력위원회는 가해 아동들에게 아무런 처분도 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고의로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가해자 측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수용한 결과인 셈이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윤손하 측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한 아이를 이불 속에 가둬놓고 무차별적인 집단 폭력을 가했다는 사실은 상당 부분 다르다. 방에서 이불 등으로 친구들끼리 장난을 치던 상황이었으며 아이들이 여러 겹의 이불로 누른 건 불과 몇 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다. 아울러 뉴스에서 야구 방망이로 묘사된 그 방망이는 아이들이 흔히 갖고 놀던 스티로폼으로 감싸진 플라스틱 방망이로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만한 무기가 아니다. 바나나 우유 모양 바디워시를 아이들이 억지로 먹였다는 부분도 여러 차례 조사에 의해 사실이 아님이 판명됐다”고 주장했다.


비단 해당 사건 뿐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비슷한 류의 사건에서는 으레 양측의 주장 사이에 상당한 시각 및 입장차가 존재하는 법이다. 때문에 윤손하 측의 언급처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해당 사건의 내용 가운데 일부가 현실과는 제법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실제로 발생한 폭력 행위를 단순히 장난이었노라 주장하며,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자가 되기라도 하는 양 변명과 핑계로 일관하고 있는 그녀 및 소속사의 대응은 적절한 태도로 보기 어렵다. 



현재 피해자 및 가해자 측의 시각과 입장 차이는 첨예하다. 심지어 윤손하의 아들과 재벌 총수의 손주가 폭력 행위에 가담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신분이 아닌 것으로 전해져 의혹은 더욱 확산일로에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해 교육청이 현장조사에 나서기로 한 것도 이러한 연유 탓이 크다. 일단 윤손하 측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이번 사건을 장난에 의해 빚어진 일종의 해프닝이었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가해자에겐 하찮은 장난이었을지 모르나,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근육세포가 파괴되고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할 만큼, 아니 순간 목숨을 잃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끔찍하고 위급한 상황으로 와 닿았던 사안이다. 


사람은 저마다 각기 처한 환경이나 상황이 사뭇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장난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를 헤아리지 못할 경우 크고 작은 갈등과 상처가 공동체 주변에 늘 어른거리기 마련이다. 결국 이번 사건의 가해 아동들에게는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크게 결여돼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가뜩이나 유명인과 재벌 총수가 연루된 탓에 해당 사건을 향한 대중들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더욱이 피해자의 입장이 철저히 무시된 결과는 외압이 행사된 게 아닐까 하는 의혹마저 낳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손하는 아이들의 장난에 불과한 결과라며, 학폭에 의해 심신이 피폐해졌을 피해자를 향해 그녀의 아들이 그랬던 것처럼 존중과 배려 없이 또 다시 자신들의 입장만을 구구절절 늘어놓고 말았다. 대중들이 분노하는 지점은 다름아닌 여기에 있다. 공동체 내에서 마땅히 지켜져야 할 가치가 훼손될 때 대중들은 분노한다. 자기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한 법이다. 타인에 대한 존중 및 배려가 결여된 자식의 행동, 그리고 온통 변명으로 변질된 부모의 사과, 대중들이 어찌 비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