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지점도 줄이고 ATM도 줄이고, 불편함은 소비자의 몫

새 날 2017. 6. 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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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기관의 군살 빼기가 한창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등 비대면 서비스로 금융 서비스의 중심축이 옮겨가면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지점을 매개로 통폐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집 주변에 있던 각기 다른 은행 점포 두 곳이 얼마 전 순차적으로 모두 사라졌다. 그런데 점포를 빼가면서 현금인출기라도 남겨놓으면 좋았을 법한데, 야속하게도 이마저 모두 철수시키고 말았다. 덕분에 현금을 인출하려면 꽤나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정말로 괘씸하다.


실제로 은행들이 비대면 거래 활성화에 따라 비용 대비 수수료 수익이 거의 없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우리은행 등 주요 4개 은행이 설치한 자동화기기(CD/ATM) 대수는 2만5928대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에 비해 3개월 새 461대나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1348대가 철수된 데 이어 올해도 1300대가량이 사라질 운명이란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역시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국내 은행 자동화기기 수는 2014년 말 5만3562대에서 2016년 말 4만8474대로 급감했다.


ⓒ헤럴드경제


물론 금융기관들이 현재 겪고 있는 고충을 전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과거에 비해 이용자가 줄어들면서 이용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데다가 무료로 이용되다 보니 운영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테다. 가뜩이나 예대 마진을 통한 전통적인 방식의 이익을 누리기가 힘들어진 여건 속에서 수익 다각화를 꾀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점포를 폐쇄했으면 금융소비자의 최소한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적어도 ATM기기 정도는 그 자리에 가만히 놔두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점포를 운영하거나 텔러를 고용함에 있어 수익보다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되는 까닭에 비대면 서비스를 늘리겠노라는 취지라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자동화기기까지 모두 철수시켜 버리면 기존의 고객들은 금융 서비스를 도대체 어떻게 이용하라고 하는 것인지 정말로 무책임한 조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건 일반적으로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한 계층보다는 그렇지 못한 계층, 즉 고령층이나 장애인 등의 소외 계층에게는 또 다른 장벽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각 금융기관들은 현재 저마다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각 기관의 사이트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금융기관만의 공익적 기능을 염두에 둔 행보로 받아들여진다. 금융기관이 일반 사기업처럼 단순히 수익만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닌, 공익적 성격을 띠고 있음을 그들 스스로 잘 알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사회적 약자 내지 소외 계층을 더욱 소외시키도록 만드는 작금의 서비스는 금융기관이라면 마땅히 이행해야 할 공익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함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금융소비자 가운데 60대 이상은 고작 5% 전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고령층에겐 비대면 방식의 서비스가 여전히 커다란 장벽으로 다가온다는 의미다. 이들에게는 사실상 대면 서비스인 창구 서비스가 절실하다. 하지만 그러한 방식이 여의치 않다면 적어도 자동화기기를 통한 아주 기본적인 서비스만이라도 제공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금융기관들 저마다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며 떠벌리기보다는 사회적 약자 내지 소외 계층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진정한 사회 공헌 아닐까 싶다.


자동화기기의 설치는 비단 금융 소외 계층에게만 편리함을 안겨주는 결과물이 아니다.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한 계층이라 하더라도 급히 현금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때문에 지금처럼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막무가내로 점포를 줄이고 자동화기기마저 모두 없애버린다면 그에 따르는 불편함의 몫은 결국 모든 금융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 자동화기기를 늘려도 시원찮을 판국에 오히려 이를 줄인다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수익만 좇으며 그에 급급하다가 진짜로 중요한 걸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적어도 금융 소외 계층은 물론 일반 계층 모두를 위해서라도 ATM기기만큼은 그냥 좀 놔두자. 별도로 벌이는 거창한 사업보다 실은 이런 게 진정한 사회 공헌 활동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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