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금연정책 유감

새 날 2017. 5. 27.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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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경우 실내 대부분은 이미 금연구역으로 지정돼있다. 적어도 실내에서만큼은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는 인식이 굳어진 지 오래다. 덕분에 실내 공간에서 흡연을 즐기는 사람을 찾기란 이젠 녹록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비흡연자로서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끔 제재를 가하자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기보다는 실외로 빠져나와 흡연을 즐기는 형태로 그 문화가 점차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행정 당국의 뚜렷한 대책이 없는 점은 비흡연자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기 짝이없는 노릇이다. 


흡사 토끼몰이하듯 흡연자를 막다른 궁지로 몰아가던 정부는 담뱃값 대폭 인상이라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미증유의 거대한 선물(?)을 흡연자에게 안긴다. 이쯤되면 융단폭격이라 할 만하다. 치사하고 더럽다며 금연하겠노라는 흡연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금연 효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약발이 모두 떨어지고 만다. 금연하겠다거나 혹은 전자담배로 갈아타겠다던 주변의 친구들 역시 죄다 담배로 돌아오고 말았다. 가격 인상의 충격파로 줄어들었던 흡연자의 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예전의 규모를 점차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헤럴드경제


반면 금연 조치와 함께 설치돼야 할 것으로 보이는 흡연 부스 등의 흡연시설은 좀처럼 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점점 좁아지는 자신들의 영토를 멀뚱히 바라보던 흡연자들에게는 담배를 피울 장소가 영 마뜩잖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처지다. 어쩔 수 있겠는가. 금연구역인 건물 밖으로 우루루 쏟아져나올 수밖에. 길 위에서, 아울러 길을 걸으면서 본격 흡연을 즐기기 시작한 흡연자들이다. 특히 음식점 등 흡연 욕구를 강하게 불러일으키는 장소 앞에서의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덕분에 이런 곳을 지나치려면 아주 곤혹스럽다.

 

실내에서 쫓겨난 흡연자들은 자연스레 으슥한 골목길 같은 곳을 기웃거릴 수밖에 없다. 물론 난 비흡연자이지만 이분들의 처지를 십분 이해한다. 길 위에서의 흡연은 물론, 어느덧 주택가까지 파고 들어온 모양새다. 덕분에 비흡연자들이 겪는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흡연자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으나, 그들 중 다수는 흡연하고 나서 뒷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는 흡연자 스스로 인정하고 앞으로 개선해야 할 대목임이 분명하다. 


덕분에 흡연자들이 몰려와 흡연을 즐기는 주변은 엉망진창으로 변모하기 일쑤다. 특정 장소에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이는 현상은 어느덧 일상이 돼버렸다. 가래침 무덤은 덤이다. 길을 걷다 보면 흡연자들의 흡연 행위와 이러한 지저분한 뒷모습 때문에 본의 아니게 습관처럼 늘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행정 당국도 이러한 현상을 모르는 바는 아닌 듯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연시설 설치 등 작금의 문제를 해소할 만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물론 그 이유는 한결 같다. 금연을 모토로 한 자신들의 정책 근간을 뒤흔드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란다. 즉, 금연구역을 점차 늘려가는 등 흡연자의 자연스런 금연을 유도하여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건강증진을 꾀하고자 함이 작금의 정책에 대한 방점인데, 흡연부스 등의 흡연구역을 설치하는 건 원래의 정책 기조와 크게 어긋난다는 것이 그 이유다. 

 


흡연 공간이 부족한 탓에 고통을 호소하는 흡연자, 그리고 그들이 온통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흡연하는 까닭에 간접흡연 및 담뱃불로부터 늘 위협을 당해야 하는 비흡연자, 결국 이들 모두는 피해자다. 하지만 행정 당국은 여전히 완강하다. 흡연시설을 늘릴 계획이 없단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같다. 실내에서의 금연이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는 데에도 일정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듯, 실외에서의 금연 역시 언젠간 실내 금연처럼 인식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따위가 팽배하다. 길 위에서의 흡연 문제가 현재는 많은 시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결과임을 인정하나 시간이 지나고 이와 관련한 시민 의식이 점차 개선될 경우 자연스럽게 해소될 사안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강한 바람보다는 온화한 햇살로 나그네의 웃옷을 벗기겠노라는 전략쯤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길 위에서의 흡연을 제재할 의지도 없고 그렇다고 하여 흡연시설을 늘릴 생각도 없다는 것은 그로 인해 흡연자들과 비흡연자들이 겪을 수 있는 고초를 그저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겠노라는 심산으로 다가온다. 길 위에서의 흡연이 실내에서의 그것처럼 시민들에게 낯뜨거운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그러한 악습이 개선되려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소요돼야 할까? 그 사이 시민들은 얼마나 더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할까? 이를 줄일 수는 없는 걸까?

 

일본에서는 흡연자가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불똥이 옆으로 튀는 바람에 아이의 한쪽 눈이 실명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길거리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특단의 조치가 내려졌다. 대신 흡연자들이 흡연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을 충분히 확보, 흡연자와 비흡연자 양측 모두를 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의 사례처럼 우리도 길 위에서의 흡연 때문에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고 그제서야 뒤늦게 길거리에서의 흡연을 금지하거나 거리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텐가?


만약 일본처럼 길거리 금연구역 지정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이라면, 적어도 횡단보도 같이 오랜 시간 머물러야 하는 장소만이라도 일단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여 길거리 흡연 행위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울러 시민 의식이 저절로 바뀔 때까지 시민들이 겪게 될 고통을 그대로 바라보면서 이를 방치하기보다는, 흡연자들을 위한 흡연시설을 점차 늘려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행위를 줄이고 더불어 앞서 제시한 조치 등을 시행함으로써 흡연에 대한 시민의식을 제고시키는 방향이 금연에 방점을 찍은 작금의 정책을 조금 더 속도감 있게 성공으로 이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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