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술집 쇠퇴 현상, 안타깝고 섭섭한 이유

새 날 2017. 4. 1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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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겠습니다만, 술집이 사라지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최근 화제입니다. 혼술족의 증가와 함께 이른바 2차로 불리는 음주문화가 빠르게 쇠퇴하면서 생긴 결과라는 분석 글이 눈에 띕니다. 실제로 국세청의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관련 사업자가 1년 전에 비해 6.1% 감소하여 그 수가 5만5천761명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하루에 평균 10곳가량이 폐업한 셈이니 그 감소세가 제법 무섭습니다. 술을 썩 잘하지는 못하지만 저 역시 간혹 이를 즐기는 입장인 터라 해당 결과는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술집의 쇠퇴가 혼술족 증가와 음주문화의 변화 때문이라는 예측은 과연 타당한 것인지, 아울러 설득력을 갖추고 있는 것인지, 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통계를 찾아보았습니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주세가 총 3조2,275억 원으로 전년보다 13.2%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역대 처음으로 주세가 3조 원을 넘어섰다는 사실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통계청의 조사에서도 지난해 술 담배 지출이 5.3%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연합뉴스


알다시피 지난해 경기는 최악이라 불릴 만큼 여러모로 좋지 않았습니다. 이는 가구당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소비지출이 1년 전보다 1.3% 감소한 사실만으로도 확인 가능합니다. 앞으로의 전망 또한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그에 비한다면 주류 판매량의 선전은 그야말로 눈에 띄게 두드러집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술 담배가 잘 팔린다는 세간의 속설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아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주류에 붙는 세금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정도로 술 소비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술집이 눈에 띄게 줄고 있는 작금의 현상은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젊은 계층 사이에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혼술의 파급력이 그만큼 막강해진 까닭일까요? 아울러 정말로 직장인들의 회식 문화에 일대 변화가 생겨서 그런 것일까요? 술 소비는 크게 증가하는 데 반해 술집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이 기이한 현실이 과연 앞서 든 이유만으로 해석이 가능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근의 좋지 않은 경기가 제대로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물가는 세상 무서운 줄 모른 채 뛰고 있는 데 반해 우리의 실질 소득은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판국이니 술집에서 술을 사먹기엔 여간 부담스러운 노릇이 아닙니다. 이는 각 조직의 회식 문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쳐 최대한 단촐한 방식으로, 아울러 2차 3차로 이어지던 관행에서 탈피, 술집을 순회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한 겁니다. 이렇듯 개인이든 단체든 술집에 들르는 횟수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경영난에 직면한 술집들이 자연스레 하나 둘 문을 닫게 된 것 같습니다.


술의 소비량 증가 역시 최악의 경기로 설명 가능합니다. 경기가 좋지 않으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의도적인 즐거움을 찾거나 세상 시름을 달래보고자 자꾸만 술을 가까이하게 됩니다. 최악의 경기가 술의 소비량을 늘리고, 늘어난 소비는 공교롭게도 술집에서가 아닌 혼술이나 집술의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작금의 경기 악화가 술집엔 기회이자 위기인 셈입니다.



그래도 혼술과 집술 트렌드 등 음주 문화의 변화는 몇가지 측면에서 볼 땐 고무적입니다. 우리 사회의 오랜 숙원이기도 한 주폭 등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고 유흥에 치중됐던 문화 또한 보다 건전한 방향으로 모색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소주와 맥주 등 주류의 소비자가격 인상이 되레 술집에서의 술값 인상에 대한 빌미로 작용하면서 대폭 인상된 바 있습니다. 시중에서 1천 원 안팎에 판매되던 소주 가격이 음식점이나 술집 등에서는 4천 원 내지 5천 원까지 치솟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제조사의 술값 인상을 빌미로 도매상과 업소에서 그것을 대폭 인상하는 얄팍한 상혼 덕분에 가뜩이나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술집 등에서의 음주를 꺼리게 된 것 같습니다. 혼술과 집술은 이른바 바가지 상혼으로부터 벗어나 현명한 소비를 가능케 하는 뚜렷한 장점이 있습니다. 덕분에 고주망태가 되어 길바닥에서 추태를 부리는 등 주당들의 볼썽사나운 모습이 줄어들게 된 점도 환영할 만한 요소입니다.


다만, 경기 악화로 인한 결과이든 아니면 트렌드의 변화로 인한 것이든, 우리의 이웃이기도 한 술집이 하나 둘 문을 닫는다는 건 누구가의 부모이자 가장이기도 할 그들의 가계가 막막해진다는 의미일 테니 결코 남의 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안타깝기 짝이없습니다. 아울러 지나치게 일방적인 데다가 그 뒤끝마저도 결코 깨끗하지 못한 방식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곤혹스러웠을 전통적인 회식 문화, 이 또한 점차 간소화되거나 사라진다고 하니 어딘가 모르게 허전해지는 느낌입니다. 


마치 하나가 된 듯 끈끈한 동질감과 일체감을 불러오곤 했던 전통적인 회식 문화는 그동안 우리에게 혼술이나 집술로는 결코 누릴 수 없을 법한 공동체 감각이라는 독특한 정서를 제공해왔습니다. 강제성과 비합리적인 요소들 때문에 간혹 갈등을 불러오는 경우도 있지만, 혼술과 집술 등 지나치게 개인주의로 흘러가는 작금의 음주 문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입니다. 술집이 줄어든다고 하니 이런 점은 참 섭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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