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성큼 다가온 탈권위 시대

새 날 2017. 5. 2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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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의 김무성 의원이 이른바 '노룩패스' 동작으로 갑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지난 23일 공항 입국장에서 캐리어를 굴려 수행원에게 전달하는 모습이 순간 포착된 것인데요. 그는 수행원을 보지도 않은 채 자연스럽게 이를 굴리는 바람에 농구 경기에서 수비수를 속이기 위해 자기 편을 보지 않고 다른 방향을 보면서 패스하는 동작과 흡사하다고 하여 '노룩패스'라는 표현에 빗대어졌습니다. 이러한 그를 향해 '권위적이다' 라는 네티즌들의 비판이 제기됨과 동시에 각종 패러디물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상황인데요.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그를 패러디한 영상물이 속속 올라와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수학 여행을 온 학생들이 그의 노룩패스 행위를 일종의 놀이로 승화시키는 바람에 제주공항이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김무성 의원이 사용했던 캐리어와 동일한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는 이번 논란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무척 빼어난 기지를 발휘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쯤되면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고 있는 셈인데요. '#소문이 무성 #잘 굴러가는 캐리어 #스무성' 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놓은 온라인 제품 판매 페이지는 그들만의 톡톡 튀는 감성을 온전히 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같은 당 소속 하태경 의원은 이러한 논란을 두고 "김무성 의원은 정치 대선배들 중에서는 그나마 덜 권위적인 분이며, 수평적인 정치인이다. 그 한 면만 보고 너무 구시대의 권위주의적이라고 평가하는 건 억울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그가 권위적인 인물이 아니라고 정말로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같은 당 소속이라고 하여 혹시 지나치게 팔이 안으로 굽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를 수긍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새누리당 시절 빚어진 이른바 '김무성 우산길'은 지금도 간간이 회자될 정도로 강한 임팩트를 남긴 사례 가운데 하나입니다. 비오는 날 전남을 찾은 그에게 단 한순간이라도 절대로 빗물에 젖지 않게 하겠노라는 일념 하에 수행원들이 길게 늘어선 채 대형 우산을 펼쳐놓은, 다소 어이없는 장면인데요. 이러한 과거의 사례를 보면서도 권위주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하는 발언이 어찌 지금처럼 입에서 쉽게 떨어질 수 있는 건지 신기한 노릇이 아닐 수 없군요. 


뿐만 아닙니다. 세월호 참사의 지지부진한 수습에 막중한 책임이 있는 이들 중 한 사람으로서 세월호에 대한 진실 규명 활동에 딴지를 걸어온 것도 모자라, 그 앞에서 죄인처럼 무릎을 꿇은 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통해 세월호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달라고 호소하는 유가족의 간절한 청원을 외면하던 야멸찬 모습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그의 대표적인 권위적 행태입니다.



이 정도의 수준이 권위적이지 않다고 한다면 하태경 의원이 언급한 여타의 정치인들은 도대체 얼마나 더 뛰어나길래(?) 그를 지금처럼 두둔하고 있는 것일까요? 의아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권위주의는 비단 정치인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굳게 그리고 깊숙이 뿌리내리져 있는 게 현실입니다. 좁게는 가정에서부터 회사 조직이나 각종 커뮤니티 등 보다 넓은 단위에까지 우리 삶 구석구석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왜 하필이면 지금 김무성 의원의 사례가 화제가 되고, 세인들의 입을 통해 회자되고 있는 것일까요?

지난 5월 10일은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이 탄생한 날이었습니다. 축하하고 또한 축복받을 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반달 남짓 대통령 직무에 임하면서 대한민국 사회에 불러일으킨 반향은 상당합니다. 그의 서민적이고 푸근한 행보를 바라보면서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비정상적이며 상식적이지 못한 사회에서 살아왔었는가를 몸소 터득하게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소탈함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닌 철저히 몸에 밴 것으로부터 비롯된 경향이 큽니다.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의 신선한 행동을 바라보면서 대중들이 계속해서 놀랍다는 반응을 드러내는 것도 바로 그러한 연유 탓입니다.


식사를 위해 착석할 때도 비서진의 도움 없이 스스로 웃옷을 벗고, 직원 식당에서 식판에 직접 밥과 반찬을 퍼 담으며 일반 직원들과 스스럼 없이 함께 식사하는 모습은 억지로 꾸민다고 하여 지금처럼 자연스런 장면으로 연출될 일은 절대로 아닙니다. 아이들을 위해 일부러 귀한 시간을 쪼개 사인을 해주고, 셀카도 찍어주며 때로는 사인용지를 꺼내는 아이를 끝까지 기다려주기까지 하는 진지한 모습은 카메라 앞에 서서 보여주기식 퍼포먼스로 일관해오던 과거의 지도자들로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올 때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특히 세월호와 5.18 유가족들을 안은 채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보듬어주던 행위는 온 국민의 마음마저 울린 명장면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왜 대통령의 이러한 행위를 보면서 눈물을 흘려야 했을까요? 그의 진정성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신기하게도 사람의 행위를 볼 때면 이것이 거짓인지 아닌지를 감별할 수 있는 능력 정도는 누구에게나 타고 난 것 같습니다. 

이렇듯 보편 타당한 시각으로 바라볼 때 우리 대통령은 소탈하고 탈권위적인, 인간으로서의 매력을 두루 지닌 사람임이 분명합니다. 비록 2주가량의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그의 따뜻하고 진정성 있는 행보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근래 느껴보지 못한 묘한 행복감에 젖어들곤 합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국가 지도자가 국민들의 답답하고 응어리졌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고 희망을 품게 하는 순간, 동시에 김무성 의원의 노룩패스 논란이 빚어졌으니 그의 권위적이며 갑질적인 행태가 대통령의 그것과 절묘하게 대비되면서 더욱 도드라져 보였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대통령의 탈권위적인 행보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권위의식을 조금은 희석시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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