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만끽하자 정치효능감

새 날 2017. 5. 1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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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가 연일 사이다다. 국민들이 가려워하던 곳을 제대로 긁어주고 있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그의 선거 캐치프레이즈처럼 진정 사람에게 한 발자욱 먼저 다가서고 있는 우리 대통령이다. 지난 15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세월호 참사로 숨진 기간제 교사의 순직을 인정하라고 지시했다. 참사가 빚어진 지 무려 3년만의 일이다. 이렇게 간단하게 처리될 결과물을 우린 그동안 너무 가슴을 졸이거나 애를 태우면서 한참을 돌아왔다. 


5.18 기념식에 참석하여 유가족을 품에 안고 울지말라며 다독이던 대통령의 듬직한 모습은 이를 바라보는 사람의 눈시울을 적시게 할 만큼 가슴 따뜻하게 다가온다. 청와대를 방문한 초등학생들을 발견하고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일부러 차에서 내려 아이들을 일일이 쓰다듬으며 사인까지 해주던 대통령의 친근한 모습은 우리가 그토록 바라고 그려오던 지도자의 이미지 그대로를 옮겨놓은 느낌이다. 모 초등학교에 방문하여 사인 공세를 펼치는 아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심지어 사인용지가 없어 이를 찾는 아이를 끝까지 기다려주던 배려는 평소 몸에 밴 습관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드러내기 힘든 모습일 테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는 또 어떤가. 소탈한 데다가 밝고 쾌활한 그녀의 성격은 가는 곳마다 많은 화제를 뿌리고 있다. 낮은 자세로 임하는 대통령 부부의 이러한 모습은 우리에게 참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 그동안 본의 아니게 10년 가까이 잊고 지내오던 이웃 같고 아버지처럼 푸근한 이미지의 국가지도자를 우린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느낌은 비단 나나 이른바 문빠라 불리는 지지자들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닐 테다. 여론조사기관이 최근 발표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를 들여다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대중적인 인기가 현재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리얼미터의 취임 1주차 국정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을 향한 긍정적인 비율은 81.6%로 나타났고, 갤럽이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87%로 나타나, 김영삼 전 대통령을 제치고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경제적인 논리나 정치공학적인 셈법에 앞서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이고, 권위적이며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일그러진 사회를 탈권위적이며 정상적인 모습으로 탈바꿈시키는 행보를 바라보면서 그를 지지한 유권자들은 물론, 비록 그를 지지하지 않아 이번 선거에서는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마저 박수를 보내고 연일 사이다를 외치고 있는 모양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요즘처럼 자신이 행사한 한 표 때문에 즐거운 적이 또 있었던가 싶다. 사실 난 지난 10년 동안 몹시도 큰 패배감과 무력감에 짓눌린 채 지내왔다. 비단 나뿐만이 아닐 테다. 멀쩡한 강바닥을 파헤쳐놓아 그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언론 장악으로 여론 지형을 철저히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탈바꿈시켜놓아도,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공공연하게 선거에 개입하는 등 부정선거가 명백했음에도, 아울러 공약 대부분을 파기하고 국민과의 소통 없이 일방통행의 막가파식 정책을 일삼아도, 이렇게 만든 이들을 심판해야 할 선거에서 우리는 번번이 패배했다. 



나 같은 서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막강한 건 아마도 한 표 행사일 테다. 하지만 한 표 행사를 통해 내가 바라던 모습의 사회를 꿈꾸고 정치 지형을 바꾸길 원했던 소박한 바람은 10년 가까이 이루지 못한 채 매번 그로 인한 아픔을 다독여야만 했다. 유권자가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얻는 만족감, 즉 정치효능감은 아예 바닥 저 아래로 내동댕이쳐지고 만다. 정치를 외면하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만 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생전에 '정치가 아무리 썩었어도 결코 외면하지 말라'던 말씀은 우리의 뇌리에서 점차 잊혀져 갔다. 


하지만 골이 깊으면 산이 높아진다고 했던가. 박근혜정권의 실정이 가속화되면서 유권자들의 염증 또한 누적되기 시작한다. 곪아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오늘날의 결과를 있게 한 단초는 뭐니뭐니 해도 지난 20대 총선을 꼽을 수 있다. 실정에 회의를 느끼던 유권자들이 한 표 행사를 통해 권력집단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날린 것이다. 여소야대의 지형이 됐다. 


이를 발판으로 박근혜의 탄핵이 가능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이념적으로 사람 사는 세상을 지향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우리의 국가지도자로 얻을 수 있게 됐다. 정치에 참여하여 자신이 의도한 바를 관철시키는 일이 가능하다고 느낄 때 정치효능감은 극대화된다. 우리는 지금 근래 느껴보지 못한 최대의 정치효능감을 만끽하고 있는 와중이다. 물론 이를 충분히 즐길 자격이 있다. 이러한 경험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 더없이 소중한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 장담한다. 투표를 통해 우리의 삶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게 가능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노라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만끽하자 정치효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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