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구태로 일관한 중앙선관위 1차 대선토론

새 날 2017. 4. 2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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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초청하고 주최한 첫 대선후보 토론회가 23일 밤 개최됐다. 덕분에 10여 일 앞으로 성큼 다가온 대선 정국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모두 다섯 명의 후보가 참여한 이번 토론회의 주제는 외교 안보 및 대북관계, 그리고 정치 분야였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부 후보의 수준 떨어지는 태도 탓에 국가 경영 비전과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정책 토론회라는 표현이 부끄러울 만큼  품질이 형편없었다. 정책 검증에 집중하기보다 네거티브와 색깔론, 심지어 떼쓰기, 비아냥 따위의 토론 신공마저 난무하면서 휴일 밤이라 조금은 이완된 마음으로 이를 시청하던 유권자들로 하여금 피로감을 더욱 가중시키는 꼴이 돼버렸다. 


이번 토론에서도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를 향한 견제가 가장 두드러졌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과거보다는 한층 안정된 자세로, 아울러 여유롭지만 단호한 자세로, 반대 진영의 날 선 공방을 차단시키는 모습이었다. 확실히 많이 노련해졌고 성장한 느낌이다. 즉, 안정감 있고 준비된 국가 지도자로서의 덕목을 유권자들에게 모처럼 가감없이 드러낼 수 있는 기회였다. 


ⓒ연합뉴스


반면, 안철수 후보에게는 이번 토론이 가장 뼈아플 것이라 판단된다. '기-승-전-문재인'으로 대변될 만큼 그동안 문 후보와 가장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워온 안철수 후보다. 그가 문 후보를 넘지 못할 경우 대권 도전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만다. 이러한 절박한 심경을 그는 유권자들에게 여과없이 드러냈다. 온라인과 SNS 등에서 떠돌아다닐 법한, '갑철수' 'MB아바타' 등과 같은 네티즌들이 사용하는 표현을 가져와 어린아이처럼 문 후보에게 떼를 썼던 그다. 흡사 초등학생을 연상케 할 만큼 그의 행동은 유치하기 짝이없었다. 


언젠가 문재인 후보와 끝장 토론을 벌이자며 호기롭게 외치던 그의 패기는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이를 바라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안 후보가 아무리 정책적으로 훌륭한 비전을 제시하고 멋진 공약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가뜩이나 오락가락 하는 그의 정치 신념 및 가치관 때문에 유권자들이 어리둥절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듯 유약하고 신뢰할 수 없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은 그에겐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지지율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치리라 예상된다. 


홍준표 후보는 이른바 '돼지 흥분제' 사건으로 인해 여타 후보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그에게 질문을 하거나 답변을 할 땐 이미 사퇴하라고 했기 때문에 얼굴을 보지 않고 말하겠노라며, 실제로 그와의 토론 내내 카메라만을 응시하던 안철수 후보다. 심상정 후보는 그보다 더욱 단호했다. 홍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그에게 질문이나 답변을 일절 요구하지 않았고 철저하게 투명인간으로 취급한 것이다. 훙준표 후보는 이러한 자신의 처지 때문인지 토론 자체를 한심하다거나 초등학생 토론이라면서 폄하하고 비아냥거렸다. 



아울러 문재인 후보를 향해선 안보 위기론과 색깔 공세를 취하면서 자신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솥밥을 먹던 적폐세력임을 교묘히 감추려 시도했다. 유승민 후보 역시 색깔론에 동조하는 모습이었다. 문후보 캠프 측에서 이미 검증을 끝낸 송민순 회고록 논란을 재차 끄집어낸 뒤 어떡하든 불씨를 살려보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이른바 보수로 분류되는 이들 후보는 원래 새누리당 소속이었으나 국정농단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두 정당으로 갈라진 뒤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 와중이다. 우리가 절대로 잊어선 안 될 대목이다. 청산되어야 할 적폐세력임을 감추기 위해 또 다시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할 구태 가운데 하나인 색깔론을 끄집어낸 그들이다. 


대통령이라는 직위 자체가 목적인 것으로 읽히는 한 후보는 양 진영을 오가면서 표 구걸 행위에 몰두해 왔고 네거티브를 총동원하여 지지율 1위 후보를 끌어내리려 안간힘을 쏟았지만, 이도 여의치않자 이제는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기까지 한다. 국가 지도자라면 응당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에 흠결이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 


마땅히 청산되어야 할 적폐세력의 잔당들은 어떡하든 살아남아 보수의 아이콘으로 등극하고자 전가의 보도인 색깔론을 또 다시 끄집어낸 뒤 선거판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 정책과 비전을 통해 평가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가 지도자로서의 인품과 덕망 그리고 자질을 갖추지 못한 까닭에 여전히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국민을 이간질시키고 있는 셈이다. 


저급한 선거운동 방식을 당장 멈추라. 정정당당하게 선거에 임하라. 네거티브와 색깔론, 떼쓰기가 아닌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하라. 국민의 정치 피로감을 더 이상 가중시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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