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한반도 위기설, 누가 조장하나

새 날 2017. 4. 1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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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달초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 문제를 논의한 바 있습니다. 이들이 과연 어느 수준까지 깊숙이 대화를 나누었는지,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다만, 이번 회담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의 운명이 또 다시 강대국들에 의해 좌우될 수도 있다는 끔찍한 사실을 재확인시켜 준 사건이었습니다. 


강대국 간 이뤄지는 회담에서 약소국의 운명을 쥐락펴락했던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얄타회담'을 들 수 있습니다. 1945년 미국 영국 소련 3국 간 논의된 이 회담은 우리 민족의 의사와 관계없이 신탁통치 및 분단이라는 비극의 씨앗을 심어 놓았고, 결국 오늘날 우리의 삶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제2의 얄타회담이라 불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뉴시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은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충분히 행사하지 않은 까닭에 북한이 핵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는 이유입니다. 사드 논란과 북핵을 둘러싼 선제공격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한반도는 다시금 바람 앞의 촛불이 된 양상입니다. 우리만 쏙 빠진 채 제3자들이 나서서 우리의 운명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 즈음에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비, 선제타격을 가할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급기야 미국의 핵 항모인 '칼 빈슨호'가 한반도로 향한다는 소식마저 날아들었습니다. 이 즈음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감은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곧 전쟁이라도 터질 것 같은 급박한 분위기에 휩싸인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계속됐습니다. 최근에는 '4월 북폭 위기설'이 나돌면서 구체적인 미국의 타격 날짜까지 언급되는 등 시중에는 괴담이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일본도 이러한 분위기에 한 몫 거들고 나섰습니다. 아베 총리가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하였습니다. "한국에서 전쟁이 나면 피난민을 가려서 받겠다" "한국에 체류하는 일본인의 보호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한반도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발언입니다. 한반도 주변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려는, 음흉한 의도가 숨겨진 매우 파렴치한 발언이기도 합니다. 이들에게 대한민국이란 국가는 아예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국정최고책임자의 파면으로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는 우리의 처지이긴 합니다만, 최근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사이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현상은 한반도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고, 우리의 운명을 결정 짓는 무시무시한 논의들이 오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는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생존권이 경각에 달하게 될 개연성이 큰 데다가 삶의 터전인 한반도를 크게 위협해오는 절체절명의 사안임에도 우리는 배제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명박 박근혜정부가 북한과의 연결고리를 모두 끊어버리는 바람에 조율자로서의 역할마저 상실하게 된 작금의 현실은 우리의 입장을 곤혹스러우면서도 암울하게 만듭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미국 트럼프의 역사 인식입니다. 미중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와 시진핑이 나눈 대화 중 한국에 대한 언급 부분과 관련하여 "한국은 역사적으로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더라"고 말한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당사자인 우리를 배제시키고 중국 일본과 선제타격 등의 군사적 행동이 논의될 수 있었던 배경엔 다름아닌 앞서의 비뚤어진 역사 인식이 깔려있었던 셈입니다. 이렇듯 인식이 크게 뒤틀려진 성향의 것이라면 앞으로 한반도에서 어떤 짓을 벌인다 해도 그다지 놀랍지 않을 것 같습니다.


ⓒ뉴스1


한반도에서 무력시위를 벌이며 미국은 연일 북한을 향한 선제타격의 위협을 가하고 있고, 일본은 흡사 물만난 고기마냥 전쟁 공포 조장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형국입니다. 미국은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속전속결로 결정하고 이를 암암리에 추진 중에 있어 진작부터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주변 어디를 둘러 봐도 우리가 끼어들 여지는 없어 보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를 얘기하고 우리가 이를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우리는 배제된 채 주변 열강들에 의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입니다. 


급작스런 한반도 4월 위기설의 원류인, 북한을 억제하기 위해 한반도로 향한다던 미국 핵 항모 '칼 빈슨호'는 어이없게도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미국의 주요 언론 워싱턴포스트가 오늘자로 보도하였습니다. 물론 위기설과 맞물린 한편의 해프닝일 수 있겠습니다만, 이는 미국의 재채기만으로도 우리는 크게 몸살을 앓아야 하는, 작금의 안타깝고 어이없는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촌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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