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세월호 3주기, 사람이 중심인 사회 되어야

새 날 2017. 4. 16. 19:34
반응형

대통령 선거의 유력 주자 중 한 사람인 홍준표 후보가 "세월호 갖고 3년 해먹었으면 됐지,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안산 분향소에서 개최된 기억식에 5당 대선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불참한 인물이다. 한국사회연구소(KSOI)가 1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그는 6.8%의 지지율로 문재인 안철수 후보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그는 다음과 같은 발언도 잊지 않았다. "세월호 사건은 정치권에서 얼마나 많이 울궈먹었냐. 세월호 사태가 터졌을 때 분향소에서 한 달 이상 추모했다. 더 이상 정치권들이 거기 얼쩡거리면서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안 했으면 한다. 그래서 난 그 자리에 안 가기로 했다. 세월호 사건 갖고 나도 추모할 건 다했다" 


그의 주장처럼 세월호 참사가 빚어진 지 무려 3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사회적 이슈로 남아 쟁점화되고 있는 현실은 답답하다 못해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정부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지난 3년동안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 그들과 동일한 세력의 한 축이자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이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홍준표 후보 또한 지난 3년동안 과연 무엇을 한 것일까? 어쭙잖은 망언을 늘어놓을 자격이 그에게 과연 있을까?


4월 15일 광화문광장에서


아울러 정부와 정치권은 무엇이 두려워 참사의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아니 밝히지 않고, 이제껏 귀하디 귀한 시간만 질질 끌어온 걸까?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다가 3년이나 지난 지금,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나서야 마지못한 듯 세월호 선체가 들어올려진 것일까? 9명의 실종자는 과연 무슨 이유 때문에 건져올려지지 못한 채 남은 가족들의 애를 태우고 있는 걸까?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사회라고 한다면 과연 이러한 일들이 가당키나 할까? 세월호는 참사가 발생한 시점부터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줄곧 같은 자리를 지켜왔으며, 집권세력이 이를 둘러싸고 벌여온 몹쓸 행태 또한 늘 한결 같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대한민국은 사람의 생명보다 돈이 더 귀한 대접을 받는 사회다.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기보다 오로지 돈으로만 생각하고 셈해온 것이다.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은 세월호의 진실 인양에 대해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외면하면서 뒤로는 피해자 보상금 등 금전적인 측면만을 부각시켜 대중들로부터 이들을 철저히 격리시켜 왔다. 엄마부대봉사단과 일베 등 자칭 보수단체들이 화력 지원에 나서며 정부와 집권여당의 논리를 옹호하기 시작한 것도 이와 비슷한 시점이다. 


급기야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벌이던 유가족 앞에 나타나 폭식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세월호 피해자들의 행위를 비아냥거리거나 비하하는 일마저 벌어졌다. 정신 나간 누군가는 세월호 희생자를 어묵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와 새누리당이 세월호 피해자들을 대중들과 격리시키는 와중에 세월호는 진실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자꾸만 역주행하고 있었다. 결국 홍준표 후보가 몸담고 있던 세력의 조직적인 훼방으로 3년이란 긴 시간을 허비하고 만 셈이다.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사람의 가치가 고작 돈 몇푼으로 평가 절하되는 일이 공공연하게 벌어졌고, 세월호의 '세'자만 꺼내도 '지겹다' 거나, '이제 그만 하자' 고 하던, 흡사 홍준표 후보가 언급하고 나선 '세월호 갖고 3년 해먹었으면 됐지,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 류의 이야기들이 세간에 자꾸만 확산되기 시작했다.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의 세월호 고립 전략이 대중들에게 먹혀든 채 그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던 셈이다. 사람의 생명과 국민 안전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 왜곡과 함께 세간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면서 도외시되다시피 하고 있었다.


세월호가 좌초되어 빠르게 물에 잠기고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조차 제대로 된 구조 활동이 이뤄지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나 세월호가 3년 만에 뭍으로 겨우 들어올려진 작금의 어이없는 현실은 궤를 함께한다.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 등 집권세력의 의도적인 세월호 배척 행위가 현재 여러 경로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집권세력의 주요 축을 이루는 홍 후보 역시 세월호의 진실 인양이 늦춰진 데 따른 도의적인 책임으로부터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다. 그가 세월호를 향해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는 건 결국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4월 15일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가 빚어진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9명의 실종자는 여전히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고, 왜 이러한 참사가 빚어진 것인지, 왜 앳된 아이들과 승객들이 영문도 모른 채 숨져가야 했는지 진실이 채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런 막말을 퍼붓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노라며 후보로 나선 작금의 현실은 잔인하기 이를 데 없다. 더구나 이런 몹쓸 발언을 늘어놓은 사람에게 7%에 가까운 지지자들이 표를 주겠노라며 몰리는 현실은, 과연 우리가 이들과 같은 공동체 내에서 동일한 공기를 마시며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마저 들게 하는 상황이다.


세월호는 대한민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상식과 정상적인 사회로의 복원은 세월호의 진실과 맞닿아있다. 이를 제대로 파헤치지 않고선 우리 사회는 미래를 향해 단 한 발자욱도 움직일 수 없다. 세월호의 진상을 낱낱이 규명, 책임자들을 처벌하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3년이란 긴 시간을 돌아 우리는 비로소 진실에 한층 가까워지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제 돈이 아닌, 사람이 중심인 사회로 거듭나야 한다. 세월호 참사 3주기에 즈음하여 내가 바라는 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