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막말은 결코 서민의 말이 아니다

새 날 2017. 4. 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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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선 후보가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난 정치인의 위선 싫어…막말은 서민의 말, 내 스타일대로 갈 것" 


그의 발언에는 나름의 일관성이 있다. 세월호 3주기를 맞은 지난 16일, 그는 안산 분향소에서 개최된 기억식에 참석하지 않은 채 "세월호 갖고 3년 해먹었으면 됐지. 세월호 사건은 정치권에서 얼마나 많이 울궈먹었냐.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며 되레 막말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의 발언을 전후로 연결 지어보면 결과적으로 정치인이 세월호에 대해 관심을 갖는 행위를 그는 위선이라 잘라 말하고 있는 셈이며, 자신이 내뱉은 막말은 서민들의 표현 양식이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그는 다행히 막말이란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다. 이는 곧 그의 발언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익히 알고 있노라는 의미다. 무릇 정치인이라면 강자 앞에선 한없이 굽신거리고 약자에겐 막말로 상처를 입히기보다는, 아파하는 이들의 곁에 다가가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약자의 고통을 적극적으로 보듬어주어야 함이 옳다. 정치인의 발언은 일반인들의 그것보다 영향력이 훨씬 크다. 쿨함으로 가장한 채 위선을 떨지 말라며 막말을 마구 내뱉고, 이렇듯 본능에 충실한 정치인이 득세할수록 우리 사회는 더욱 혼탁해지기 마련이다.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전국에서 추모 열기가 고조되어가는 상황에서 또 다시 세월호 희생자를 비하하는 모욕글이 게재됐다. 어묵을 잘라 추모 리본 모양을 만들어 자신의 SNS 계정에 이를 올린 것이다. 안타깝다. 막말을 일삼는 정치인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대중들을 선동해온 이상 본능을 앞세운 이들의 출현은 진작부터 예견됐던 바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받았을 상처와 충격은 홍준표 후보나 김진태 의원 등의 발언 이상으로 크게 다가왔을 법하다. 


ⓒ노컷뉴스


막말을 일삼는 이들이 흔히 착각하는 한 가지가 있다. 남들이 뭐라 하든 스스로를 쿨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게 하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좋지 않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발언이나 행동은 결코 쿨함이 아니다. 이는 동물적 본능의 발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나마 우리가 사람 대접을 받으며 지금까지 삶을 영위해올 수 있었던 배경엔 밖으로 표출하고 싶어 안달이 난 이러한 동물적 본능을 최대한 억제해온 인류의 노력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사람도 동물이지만, 여타의 동물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능이 조금 더 높고, 덕분에 본능과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일 테다. 아울러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도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만약 사람이 본능에만 충실하게 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변모하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약육강식만이 횡행하는 동물 세계와 전혀 다를 바 없지 않을까? 



힘의 논리에 의해 서로가 서로를 약탈하거나 살육을 일삼는 행위가 일상화되리란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렇듯 인간의 본성은 여타의 동물처럼 약자를 끊임없이 짓밟고 싶어 하고, 자신과 다른 이들을 향해 차별하고 싶어 하며, 누군가를 증오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의 것이다. 그동안 인류가 문명을 쌓아오고 거듭 발전해올 수 있었던 건 이러한 동물적 본성과 본능을 일정 수준 아래로 억제해왔기 때문이며, 이러한 방향이 결국 공동선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정치인들마저 막말을 쏟아내는 분위기 탓인지 앞서 예로 든 것과 같이 근래 저열한 본능을 당당히 토해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신들의 배설은 쿨함의 상징이고, 이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는 위선이라며, 목소리를 한껏 높인다. 물론 말도 안 되는 논리다. 배설이라는 기본적인 욕구를, 그것도 가장 저급한 방식으로 실현하는 행위에 대해 경계하고 나선 이들을 향해 위선을 떨거나 선비질을 하지 말라고 하는 건 결국 언어도단이다.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분노하기보다 오히려 그들을 공격하고 혐오스러운 만행을 일삼는 건 인간의 본능으로부터 발현된 몸짓 중 하나다. 이를 방치할 경우 어떠한 일이 벌어지게 될는지는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 과거 나치가 벌인 끔찍한 만행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동물적인 본능만 남은 살벌한 약육강식의 세상이 되리라는 건 명약관화하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하지 않을 수 없다. 막말은 결코 서민의 말이 아니다. 본능에 충실한, 지극히 동물적인 행위에 다름아니다. 때문에 저들이 말하는 위선과 선비질은 적어도 우리 사회에선 필요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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