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4차 산업혁명, 희망인가 재앙인가

새 날 2017. 4. 20.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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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직업 종사자의 업무수행능력 중 12.5%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비율은 해가 갈수록 높아져 2020년이면 41.3%, 2025년이면 70.6%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체 가능한 직업과 대체하기 어려운 직업의 순위를 뽑아 나열하였습니다. 누구나 쉽게 예상하듯이 대체로 단순 반복적인 업무 영역이 고위험군에 속해 있었습니다. 반면 회계사 등의 직업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체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직업이 하나 있습니다.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직업 상위에 랭크됐는데요. 자산운용가입니다. 이는 투자를 원하는 고객이 최대한의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전략을 짜거나 정보를 제공하고, 고객이 맡긴 자산을 주식이나 채권을 통해 직접 운용하는 일을 담당하는 직업입니다. 때마침 자산운용가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알집, 알약 등 유틸리티 소프트웨어를 제작하고, 포털사이트 '줌'을 운영하고 있는 IT기업 '이스트소프트'가 자산운용사를 설립한다는 언론보도였습니다. 


ⓒ아시아경제


한 우물을 파도 시원찮을 판에 IT회사가 뜬금없이 문어발처럼 금융 분야 쪽으로 눈을 돌린다고 하니 다소 황당한 소식으로 들려옵니다만, 이 회사가 자산운용사 설립에 나선 뚜렷한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인공지능기술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스트소프트는 자산운용 부문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스트소프트는 컴퓨터가 주식을 자동으로 사고 파는 프로그램 매매의 알고리즘을 AI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자산운용에 있어 가장 핵심은 언제 사서 언제 되파느냐인데, 사람이 찾기 어려운 해당 지점을 인공지능을 빌려 지극히 기계적으로 대응하겠노라는 발상입니다.


그동안의 실적은 나름 고무적입니다. 이스트소프트는 자체적으로 펀드를 운용하면서 이 알고리즘의 효과 입증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지난 8개월 동안 대략 10%의 수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참고로 지난해 자산운용사의 평균 수익률은 그에 훨씬 못미치는 4%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고 파는 시점을 정확히 파악, 손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자산운용가야말로 사람보다는 인공지능이 훨씬 적합한 직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미래 예측이 다소 혼란스럽게 다가오는 대목입니다.


물론 한국고용정보원의 예측이 실제로 맞아떨어지는 영역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서울대는 얼마 전 통합경비시스템을 도입한 건물에서 근무하던 경비원 20명을 다른 곳에 배치시켰습니다. 이들을 해고하는 대신 정년 퇴임을 통해 자연 감소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 것입니다. 아쉽게도 신규 채용은 중단됐습니다. 해당 일자리는 기계화된 경비 시스템에 고스란히 자리를 내준 셈입니다. 이와 비슷한 현실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습니다. 인건비 절약을 명분으로 아파트 단지에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하여 수많은 경비원들이 해고 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은 성격이 다른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처럼 일자리가 부족해 취업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과는 반대로 일본은 일할 사람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합니다. 부러운 대목인데요. 이러한 일본의 일손 부족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업종에서는 사람의 손길이 전혀 필요치 않은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일본 5대 편의점이 2025년까지 바구니에 담은 상품정보를 일괄적으로 읽어내는 IC태그를 사용, 계산을 완전 자동화하는 셀프계산대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아르바이트가 전혀 필요치 않은 본격 무인 점포 시대가 성큼 다가온 셈인데요. 이를 통해 일본은 일손이 부족한 현실을 해소하고 생산성 향상도 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합니다.



빨리빨리 문화가 유난히 발달해 있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 능력이 뛰어난 덕분에 일본의 기술과 같거나 비슷한 시스템이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적용되리라 생각되는데요. 그렇게 된다면 현재 전국 곳곳에 위치한 편의점에서는 사람의 모습을 아예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편의점에서는 24시간을 운영해야 하는 업종 특성상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 왔는데요. 아르바이트 하면 언뜻 떠오를 만큼 아르바이트의 대명사격인 해당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면 가뜩이나 일자리가 부족한 우리의 현실을 더욱 곤란하게 할 공산이 큽니다. 


일본의 경우엔 일손이 부족하여 자동화를 시도한 셈이지만, 우리는 그와 정반대의 처지입니다. 해당 시스템이 우리나라에 적용되는 순간 사람의 일자리를 온전히 기계가 대체하게 될 테고, 그럴 경우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인건비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더는 셈이니 생산성이 쑥쑥 올라가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될 겁니다. 하지만 이는 일손 부족을 극복하려는 현상이 되레 일자리를 빼앗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꼴입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기술의 진보는 우리의 삶을 풍족하게 해주는 반면, 이렇듯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기대보다 우려를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의 불균등한 정보 소유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으로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스티글리츠 교수는 불과 5년 전 AI 기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던 기술 낙관주의자들조차도 지금에 와선 이의 긍정적인 효과를 확신하지 못한다며, 심지어 가까운 미래에는 AI 때문에 인간의 모든 직업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에 나섰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인공지능과 자동화로 인해 인간의 노동이 대체되고 일자리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아주 높습니다. 아울러 사회 일각에서는 인공지능 덕분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고,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엄연히 상존합니다. 


작금의 기후변화가 두려운 건 과거에는 익히 경험해보지 못한 전인미답의 패턴인 까닭에 향후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대목일 겁니다. AI로 대변되는 미래 사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은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다수의 직업을 대신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러한 예측 범주를 벗어나거나 전혀 엉뚱한 결과를 빚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기에 아직 도래하지도 않은 세상을 예단하기란 참 어려운 노릇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컫는 미래가 두려운 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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